■해운. 선박펀드/팬오션

대기업으로 도약하림그룹, 내실다지기 관건.메이저 곡물유통기업구상.1조80억원.팬오션 인수총자산 9.2조원대.하나금웅.팬오션인수금융 일부RF연기?

Bonjour Kwon 2015. 12. 9. 08:11

 

2015.12.08

내년엔 중견기업 벗어나 대기업 도약

해운업까지 확장..내실화작업 필요한 때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앳된 송아지를 300㎏ 이상의 큰 소로 키우려면 최소 3년이 걸린다. 그런데 영양 상태가 나빠 마른 소는 잘 먹이고 운동을 시켜 3~4개월만 잘 보살피면 회복시킬 수 있다” 

 

김홍국 하림(136480)그룹 회장의 이른바 ‘마른 소’이론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회사나 조금 문제가 있는 회사는 적절한 경영철학과 정신을 접목시킨다면 빠른 시일내 정상을 찾고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 이같은 김 회장의 원칙에 따라 축산업 관련 저평가 우량기업들을 활발하게 인수·합병(M&A)해 온 하림그룹은 내년이면 중견기업을 벗어나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6월 1조80억원을 들여 인수한 팬오션(028670) 덕에 총자산이 9조2000억원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30대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의 규모다. 국내 벌크선 1위 업체인 팬오션 인수로 `한국판 카길(세계 최대 곡물업체)`이라는 김 회장의 오랜 꿈도 영글고 있다.  

 

◇내년엔 중견기업 벗고 대기업 도약 

 

7일 투자은행(IB)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기존 자산 4조8000억원에 더해 지난 6월 4조4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팬오션을 인수함으로써 총 9조2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면서 내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진입이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매년 4월 1일 공정위가 발표하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에 소속되는 것은 곧 대기업집단에 포함됐음을 의미한다. 자산 9조 2000억원은 올해 기준으로 코오롱(002020)그룹(9조원)보다 많은 자산 규모로 이는 동국제강(001230)(9조8000억원)에 이어 단번에 재계 서열 31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김홍국 회장은 11세 때 외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고 되파는 방식으로 이미 고등학교 때 4000여마리 양계업체를 꾸린 것을 시작으로 국내 최대 육가공 업체를 일군 일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병아리 10마리를 씨앗으로 삼아 지난 1978년 그룹의 모태인 황등농장을 세운 김 회장은 1982년 전국을 강타한 전염병으로 닭값이 폭락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위기를 기회 삼아 하림그룹 특유의 수직계열화 방식인 3장 통합경영을 채택하기로 하고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하면서부터 규모를 점차 키워 나갔다. 3장 통합이란 1차 산업인 축산업을 가공식품까지 아우르고 유통해서 농장, 공장, 시장의 3장을 통합하는 경영 방식을 일컫는다.  

 

◇해운업까지 확장…내실화작업 필요 

 

김 회장은 지난 2001년 하림그룹 출범을 기점으로 M&A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최대 축산업체로의 도약을 시작한다. 하림그룹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브랜드 돈육·사료업계 1~2위였던 ‘크린포크’ 브랜드의 선진(136490)과 ‘하이포크’ 브랜드의 대상팜스코(현 팜스코(036580))를 인수하면서 국내 브랜드 돈육시장과 사료부문에서 1위로 올라섰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19위 종합 닭고기업체인 알렌패밀리푸드(현 알렌하림푸드)를 약 1억2000만달러(약 1400억원)를 투입해 인수하면서 미국 닭고기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 6월 팬오션 인수는 하림그룹 M&A의 화룡점정이었다. 지난 200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곡물을 운송했던 팬오션이 법정관리중 매물로 나오자 오랜기간 ‘한국판 카길’로 상징되는 국내 메이저 곡물유통기업을 구상하던 김 회장은 주저 없이 큰 열의를 갖고 인수에 나섰고 결국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새 식구가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성장의 한계도 분명한 축산업에서 영역을 크게 확장해 오던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통해 해운업까지 뛰어들었지만 현재의 해운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시너지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하림그룹은 이번 베팅으로 중견그룹에서 일약 30대 그룹으로 약진하게 된 반면 팬오션 인수 후 내실화 작업을 잘 진행해야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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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팬오션 인수금융 차환...내년 재도전

하나금융 주선 1500억 연내 조기차환 물거품…NS홈쇼핑 지분 매각 혹은 재시도

 

2015.12.07 16:12

 

하림그룹이 반 년 만에 추진한 자회사 팬오션의 인수금융 차환 계획이 하나금융투자의 주선 실수로 연기됐다. 하림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차환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지주사 제일홀딩스가 지난 10월부터 하나금융투자 등을 주관사로 선정해 추진하던 1500억원 규모의 차환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제일홀딩스는 1조80억원의 팬오션 인수금을 조달하기 위해 약 3900억원의 은행권 신디케이트론을 활용했다. 이 가운데 만기 9개월짜리 브리지론으로 5%대 금리에 조달한 1500억원을 만기 전에 기한을 연장하거나 더 낮은 금리의 자금으로 차환하는 방안을 하나금융투자와 모색해왔다.

 

하림은 당초 이 1500억원을 연내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만기를 짧게 구성해 조달했다. 그러나 팬오션에 대한 선박 투자가 필요해지고 해운업황)도 예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아 연내 상환 계획을 접었다. 이에따라 하림은 팬오션 인수 당시 3900억원의 인수금융을 중개한 하나금융투자에 차환 거래를 맡겼으나 연내에는 어렵게 됐다.

 

거래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가 5%대 금리의 1500억원 자금을 3%대로 낮춰 차환을 주선하기로 했으나 하나은행이 제안을 거부하고 우리은행마저 난색을 표하면서 계획이 좌초됐다"며 "하림이 대주단과 맺은 약정에 따라 자구책을 내놓든지 해를 넘겨 1월부터 주관사를 바꿔 금리를 적정선인 4%대로 맞춰 차환 계획을 재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의 계획이 연기된 이유로 하나금융의 주선이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림그룹이 애초에 맺은 상환 계획이나 주식담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공기업 수준인 3%대 차환을 밀어붙인 것이 무리수였다는 비판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MBK파트너스의 ING생명보험 인수금융 1조2000억원 차환도 시도했지만 타 은행들의 거부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 거래들은 모두 하나금융투자 IB사업을 맡고 있는 최훈 본부장이 직접 담당했다.

 

하림은 상반기 3900억원을 조달하면서 부족한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자회사인 NS홈쇼핑 지분을 담보로 투입했다. 올 3월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NS홈쇼핑 주가는 5월 중 주당 27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9만원대로 떨어졌다.

 

일부에선 하나금융이 실현성 없는 거래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NS홈쇼핑 지분 거래나 다른 하림 계열사 매각 거래를 노린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1500억원 정도는 하나금융 자체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인데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 핑계를 대면서 거래를 부담스러워하는 행태가 하림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