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박펀드/팬오션

하림그룹-팬오션, 인수.20%감자반대 소액주주. .채권자권리 감축하면서 주주권리 감축하지 않는것은 안된다는 대밥원판례에도 불구

Bonjour Kwon 2015. 6. 10. 08:15

12일은 운명의 날…소액주주와 표대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법 217조에서 정하는 순위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차등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채권자의 권리를 감축하면서 주주의 권리를 감축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판례

 

기사승인 2015.06.10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오는 12일은 팬오션과 하림그룹의 운명이 갈리는 하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팬오션을 인수하고 한국의 카길(세계 1위 곡물 메이저 업체)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 역시 자금난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마땅한 선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팬오션 소액주주들이 감자에 반대하며 12일 이해관계인 집회에서 하림그룹의 인수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어서 하림그룹과 팬오션으로서는 명운이 갈리는 하루가 될 전망이다.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은 8일 팬오션 인수금액 1조79억5000만원 전액을 납입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지난 2월 팬오션 인수합병(M&A)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납입한 데 이어 8일 잔금 9071억5500만원을 팬오션에 납입 완료했다.

 

이로써 팬오션 인수합병은 오는 12일 열리는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인(채권단, 주주) 집회에서 운명이 갈리게 됐다.

 

변경회생계획안에 포함된 20%의 권리감축(감자)에 반대하며 소액주주권리찾기 모임을 결성한 소액주주들이 최근 M&A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관계인 집회에서 표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해관계인 집회에서는 채권단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찬성이 필요한데 이를 얻지 못할 경우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백지화된다. 이해관계인 집회에서 찬성을 얻어야 법원의 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팬오션 소액주주권리찾기 카페는 이해관계인 집회 참여를 신고한 주식 1억500만주 가운데 4500만주에 달하는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주주의 절반에 육박한 상황이어서 부결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17%의 채권단의 권리감축(회생채권 현금변제율 83%)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20% 감자는 관련 법이 규정한 사실상의 강제사항"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변경회생계획안 자체가 위법적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법 217조에서 정하는 순위에 따라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차등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채권자의 권리를 감축하면서 주주의 권리를 감축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

팬오션은 이번 공개매각이 무산되고 법정관리가 지속될 경우 영업부진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고액채무 상환 압박-만성적 자금부족의 악순환 고리에 갇혀 부도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팬오션은 회생채무 1조1000억원, 선박금융원리금 1조9000억원 등 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2023년까지 연평균 3300억원씩을 상환해야 하는 등 자력으로는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팬오션 매각입찰에 참여할 당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수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었을 만큼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인수 후에도 수많은 리스크를 극복해 나아가야 한다"며 "감자에 대한 일부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이해하지만 대승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가대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 카페 대표는 "카페에 위임한 주식 3100만주, 개별적으로 법원에 신고한 200만주 외에 우호 지분 1200만주 정도를 확보했다"며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찬성표를 던지겠지만 중립 지대에 속한 주주들이 감자안을 포함한 변경회생계획안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림그룹은 감자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철회키로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하림그룹은 이번 인수자금을 토대로 팬오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신용등급 상승으로 향후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대형 화주와의 거래 재개나 신규 운송계약 체결 등으로 조속한 경영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곡물분야에 대량의 수요기반을 갖고 있는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곡물유통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림은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하면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곡물 수입국이지만 곡물 조달의 전 과정을 국제 곡물 대형사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사업 진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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