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6.01.04
M&A(인수·합병) 시장이 역대 최대 활황을 맞았던 지난해에 이어 2016년 새해에도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저성장을 넘어서기 위한 기업들의 사업 재편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데다 PEF(사모펀드) 운용사들도 줄지어 매물을 쏟아내면서다.
◇ 정부·기업·PEF발 M&A 봇물 = 올해 대어로는 한국항공우주 (78,100원 0 0.0%)산업(KAI)이 관심을 모은다. 산업은행·현대차 (149,000원 0 0.0%)·한화테크윈 등 대주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가 지난해 말까지였던 공동매각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주주별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금융위원회 방침에 따라 매각해야 하는 보유 지분(26.75%)만 2조원 규모다. ㈜두산의 100% 자회사인 디아이피홀딩스(5.00%)도 그룹 재무 여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KAI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혀왔다.
몸값 2조원 이상의 코웨이도 올해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이 인수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본입찰에서 발을 빼면서 일정이 늦춰졌지만 최대주주인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매각 의지가 강하다.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코웨이의 물환경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한 것도 몸값을 줄여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한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MBK파트너스가 2조원 이상을 원해온 씨앤앰 매각 역시 상황에 따라 급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SK그룹이 케이블·알뜰폰 1위 CJ헬로비전 (12,650원 0 0.0%)을 1조원에 인수하면서 MBK파트너스가 희망하는 가격에 협상이 이뤄지기 쉽지 않겠지만 눈높이를 낮춘다면 예상보다 빨리 매각될 수도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매각을 공식화한 하이퍼마켓사업부 킴스클럽도 올해 주요 매물이다.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킴스클럽 매각을 위해 2001아울렛 등 이랜드리테일 전체를 매물로 내놓을 경우 매각가격이 2조~3조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대형마트시장 진출을 노리는 현대백화점 (126,500원 0 0.0%)을 비롯해 신세계 (230,000원 0 0.0%)와 지방권 대형마트 등이 잠재인수후보로 꼽힌다.
GE캐피탈이 인수처를 찾고 있는 현대카드 지분 43%의 매각대금도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KDB생명·ING생명 등 보험사와 산은캐피탈·현대캐피탈 등 캐피탈사, 현대증권 (6,490원 0 0.0%)·SK증권 (1,150원 0 0.0%)·이베스트투자증권 (10,600원 0 0.0%) 등 증권사도 올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 등 지난해 매각이 연기된 유통·물류업체의 매각 작업도 남아 있다.
◇ 금리·실적이 관건 = 올해 M&A 시장을 좌우할 변수는 금리와 기업 실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M&A 시장이 최대 활황을 기록한 데도 초저금리 여건으로 인수자금 조달이 손쉬웠다는 점이 훈풍이 됐다. 성장 둔화에 따른 이익 부진으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베팅하기보다는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도 기업 주도형 M&A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롯데·SK (240,500원 0 0.0%)·한화 (39,400원 0 0.0%) 등 대기업 빅딜 이후 기업들이 사업 부문 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두산 (88,500원 0 0.0%)·동부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매물도 늘면서 올 M&A 시장도 지난해 못지 않게 달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M&A 시장 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가격이 치솟을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매물을 독차지하면서 먹거리에 굶주린 PEF 운용사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어피니티·KKR 컨소시엄, 칼라일 등 글로벌 PEF가 대거 격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PEF 관계자는 "지난해 초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들도 시너지를 내세워 PEF에서는 엄두도 못 낼 가격에 베팅에 나서고 있다"며 "인수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사례도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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