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its

기로에 선 서울 재개발 리츠1호

Bonjour Kwon 2016. 1. 13. 11:20

2015.11.23

 

동대문 제기4구역 빈집 수두룩 `슬럼화 가속`

 

이미지 확대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빈집이 늘고 있는 서울 제기동 제기4구역. [임영신 기자]

서울시와 SH공사가 뉴타운 출구전략 일환으로 야심 차게 내놓은 재개발 리츠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H공사가 재개발 리츠 시범 사업을 추진해 온 동대문구 제기동 제기4구역은 최근 지역 주민들이 구성한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 여부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리츠 사업 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재개발 리츠란 SH공사가 주택도시기금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공모주를 모집해 `서울리츠(가칭)`를 만들어 이를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것. 시공사는 단순 도급을 맡아 공사비를 줄이고 리츠는 일반분양 물량을 선매입함으로써 총사업비가 절감돼 채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들에게는 일반분양 물량을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등으로 만들어 나오는 임대료를 배당한다. 8년 후 임대주택을 매각해 나오는 이익금도 돌려준다.

 

SH공사는 투자기간 8년에 연 수익률 4.5% 선으로 잡고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뉴타운 출구전략이 진행되고 있지만 관리 대상 327개 정비구역 가운데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구역은 130여 곳(40%)에 달한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재개발 리츠 시범지역으로 선택한 제기4구역이 대표적인 곳이다. 제기4구역은 2005년 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용적률 223.5%를 적용해 최고 15층 600여 가구를 짓는 정비계획으로 2009년 말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철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합 설립 무효 소송에 발목을 잡히더니 2013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돼 추진위로 되돌아갔다. 그동안 300억원가량 자금이 투입돼 시공사였던 현대건설에 빚도 졌다. 전체 사업지의 30%, 추진위는 70%가량이 철거된 상태에서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 자체가 수년간 방치되자 올해 SH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지난 9월 초까지만 해도 SH공사는 현대건설에 재개발 리츠 방식 전환에 대한 동의를 얻고 추진위도 관심을 보이면서 잘 굴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SH와 추진위 간 이견이 커지면서 최근 SH가 추진위에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추진위는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SH가 협조해주면 리츠 사업을 추진해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SH공사의 단독 공영 개발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 때문에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재 전체 주민 356명 가운데 240여 명이 조합 동의서를 낸 상태다. 반면 SH는 조합이 꾸려진 뒤 주민 설득에 실패할 경우 SH를 제치고 일반 재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별건축구역 지정 여부도 관건이다. 제기4구역은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비례율이 70% 초중반대에 그친다. 추진위는 서울시에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신청했지만 보류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질 염려 때문이라는 의견과 함께 서울시가 지난해 주민들에게 특별건축구역을 제안했음에도 보류된 것은 시가 리츠 사업을 추진하려는 SH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H공사는 주민들이 재개발 리츠에 참여할 경우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는 와중에 제기4구역은 슬럼화하고 있다. 빈집이 수두룩하고, 지붕과 문짝 등 산산조각난 잔해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곳도 많다. 곳곳에 접근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주민들은 "거대한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주비를 받아 이주했다가 이자를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주민들도 적지 않다.

 

SH공사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용지와 양천구 SH공사 미매각 용지 등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서울리츠사업안은 시의회에 상정돼 탄력을 받고 있다"며 "제기4구역처럼 민간 용지를 활용한 리츠사업은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재풍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진퇴양난의 사업장을 공공이 나서서 정상화시키려고 했다면 서울시와 SH공사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역 슬럼화를 방지하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공익성도 중요하지만 엄연히 사업인 만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