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4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저금리.저성장으로 주식과 채권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를 겪으면서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는 현지 운용사와 사정에 정통하거나 투자자산에 대한 리스크 판단이 가능한 인력이라야 가능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자산운용의 대체투자팀 인력들은 최근 보고펀드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동했다. 한화자산운용의 대체투자팀 인력도 대부분 보고펀드로 둥지를 옮겼다.
보고펀드는 국내시장에서 지분형 사모펀드(PEF)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등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인력 수급에 나서고 있다. 보고펀드의 프라이빗 에쿼티(PE) 부문이 'VIG파트너스'라는 이름으로 분리되면서 보고펀드는 해외 대체투자에 주력했다.
PEF가 국내시장에서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사정도 이같은 판단에 한 몫했다. 코웨이 등 일부 매물들이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등 PEF 자금회수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PE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메리츠종금증권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는 등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산운용 인력들을 흡수해 인프라와 자원개발 등 투자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구조화 상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인프라 시설의 지분에 직접 투자하거나 선순위로 투자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높아 일반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상품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구조화 작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IB상품을 기대할 수도 있다.
KTB자산운용도 대체투자를 위한 팀 구성을 계획 중이다. 헤지펀드는 물론 인프라 투자에도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의 대체투자 인력 쟁탈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 인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에 전문 운용인력 3명 이상이면 사모펀드 운용사로 등록할 수 있다. 게다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 비중을 늘리기 위해 전문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대체투자 펀드는 거의 대부분 사모형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으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사모펀드 형식의 대체투자로 활로를 찾자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육성이 활발해지면 중수익 고객이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파생상품으로 쏠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