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준다던
기사입력 2016.02.01
은퇴자들에게 매달 월급처럼 현금을 지급하는 월지급식펀드의 원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현금을 나눠 받는 월지급식펀드는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꼽히며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익률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원금을 잃는 경우가 생기자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 1년 수익률 -8.78%…줄어드는 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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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8.78%를 기록하고 있다. 2년, 3년 수익률도 각각 -6.29%, -5.03%로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2.52%의 손실을 보고 있다.
펀드별로 최근 1년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투자신탁 1[분배형]’이 -58.25%를 기록하고 있다. ‘KB이머징국공채인컴증권자투자신탁(채권)A-월지급클래스’(-16.93%), ‘프랭클린월지급미국인컴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 Class C’(-13.88%), ‘슈로더월지급글로벌배당프리미엄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 종류A’(-13.83%), ‘이스트스프링월지급미국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H)[채권-재간접형]클래스C’(-11.26%) 등 대부분의 월지급식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펀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월지급식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하나둘 돈을 빼고 있다. 월지급식펀드에서는 최근 1년간 3269억원이 빠져나갔다. 기간을 넓혀 2년, 3년을 보면 각각 6969억원, 8109억원이 순유출됐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맡기면 매달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돌려주는 펀드다. 투자자들은 보통 전체 투자금의 0.5~0.7%를 매월 받는 것으로 계약하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기대수익률은 연 6~8%다.
예컨대 매달 141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현금 2억8000만원 정도를 월지급식펀드에 넣어두면 된다. 이 경우 연 수익률이 6% 정도 나와야 원금을 잃지 않는다. 실제 펀드 운용 수익률이 기대 수익률에 못 미치면 원금에서 일단 월지급액을 떼서 지급하고 나중에 운용 수익률이 높아지면 벌충하는 방식을 택한다. 전문가들은 매달 지급액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금액을 원금에서 떼는 구조여서 수익률 회복이 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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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실 보면 월지급액 줄여서 원금 회복 노려야”
월지급식펀드는 신흥국채권이나 글로벌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내려가 펀드 손실로 이어졌다. 글로벌하이일드채권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다. 원금이 유지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무너지자 월지급식펀드의 인기가 금세 시들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금을 까먹는 월지급식펀드에 대해 원금 손실액이 크지 않다면 일단 가입을 유지하면서 매달 받는 지급액을 일시적으로 줄여 원금을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계속해서 손실이 날 경우 일단 펀드를 해지해 현금을 확보한 후 투자 시기를 다시 잡는 것도 방법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월지급식펀드 시장은 첫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실패한 셈인데, 일본의 경우 공모펀드의 70%가 월지급식펀드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일본은 금융사들이 편입자산을 해외채권, 리츠 등으로 적극 확대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기자 ch21@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