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은 기생을 닮았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으면 빠져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미 자산가격 거품이 극대화되었음을 경험했으므로 더 얻을 것이 희박하다고 판단할 것
2016.02.15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2008년 리만브라더스가 도산했다. 리만이 대표로 망했을 뿐 당시 세계 금융기관들의 부실은 비슷했다. 사람들은 은행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평소에는 그렇다. 은행들은 신뢰를 위해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고, 그래서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같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닥칠 때 쉽게 무너진다. 은행들의 자기자본은 전체 자산의 십분의 일에 불과하다. 즉 자산이 10%만 부실해져도 자본이 잠식되어 도산하고 만다. 그러면 금융 기능이 마비되고, 세계경제는 멈춘다.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드는 것이다.
리만사태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솟아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환호했다. 너무 장사가 잘되다 보니 목적물이 없는 부동산 관련 사기 금융상품도 팔았다. 돈 벌이에 급한 나머지 판매상품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지금 금융기관에 부실을 안겨 주는 요인은 원자재 관련 자산 가격 하락이다.
2012년경 중국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던 당시 한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홍콩에 갔을 때 펀드매니저들은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년내 3만$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몽골은 석탄광산이 풍부하고, 노천탄광이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불도우저로 밀면 광산이 된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석탄가격을 보며 그들은 그렇게 예상했고, 몽골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후회하겠지만 말이다. 채굴설비 투자가 시작되면 3년 이상 지속된다. 즉 무모한 광산투자가 마무리된 것은 작년 초로 추정되고, 그 이후 공급과잉의 몸살을 앓게 됐으니 부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만사태나 지금이나 사태를 촉발시킨 도화선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 돈을 살포해서 생긴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이다. 거품을 만든 이유는 디플레를 막기 위함이고, 디플레는 인류가 지난 15년간 할 일을 안하고 자산가격 거품에 취해 과소비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인류의 노령화로 인해 세계경제 저성장이 불가피해졌다. 그 시기에 인터넷이 보급되어 인류는 정보를 신속히 얻을 수 있고, 스마트해질 수 있었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는 그 때 시작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돈을 풀어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부자가 된 줄 착각해서 과소비했다.
늦은 만큼 부지런히 신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 규모가 구경제의 몰락을 의미있게 상쇄할 때 근본적인 문제가 치유될 것이다. 그 때까지 부실은 거품을 만들어서 감추어야 한다. 여기서 궁금증은 미국 연준이 방향을 틀어 금리를 내린다고 할 때 자산거품이 다시 생기겠냐는 것이다. 돈의 속성은 기생을 닮았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으면 빠져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미 자산가격 거품이 극대화되었음을 경험했으므로 더 얻을 것이 희박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반면 그 반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금융자산을 처분하더라도 어디로 갈 것인가? 현금을 쥐고 있느니 약간의 수익률만 있으면 그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위험이 없는 채권의 수익률은 거의 사라져 현금과 다름 없게 되었다. 이제 기다릴 것은 위험이 진정되는 것이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 측정이 되고, 그 치유책이 구체화될 때 돈은 빠르게 위험자산 쪽으로 환류될 것이다. 2009년 리만사태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후자 쪽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부실이 통제되려면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통제되지 않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은 무모하다.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규모 만큼 주가지수 인버스 ETF를 사서 시장의 변동 위험을 제거하고, 보유주식의 수익률이 시장 지수 수익률을 상회하는 부분만 취하는 전략을 당분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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