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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손실 도미노…가격거품 빠진다.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않는다…부채로 쌓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Bonjour Kwon 2016. 2. 27. 15:58

2016.02.27  

 

▲ 한용주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한용주 칼럼니스트] 지금 우리는 공급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성장에 매달려 경기부양책을 남발한 결과 투자에 투자가 연이어 이어졌다. 막대한 투자가 반복되었고 공급이 수요를 크게 앞질렀다. 원자재에서 시작되었던 공급과잉이 상품시장, 서비스시장,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으로 확산되어 공급과잉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물경제 공급과잉 쇼크가 원자재 가격을 폭락시키고 상품가격과 부동산가격 그리고 주식시장 가격을 끌어 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자산시장에서 투자손실이 여기저기 발생하고 있다. 투자손실에 놀란 국제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부채가 많은 기업의 할증이자율이 오르고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다.

 

한쪽에서 발생한 투자손실이 차입금 상환 압박으로 이어져서 자산시장 내 실질유동성을 감소시키고 있다. 실질유동성 감소가 또 다른 투자손실을 부르고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산시장의 모든 가격거품이 빠지고 있다.

 

미국 월가의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손실과 고객이탈, 창산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헤지펀드에서 15억달러가 빠져나가면서 4년 만에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9%의 손실을 기록한 오렌지캐피털이 3일 남은 자산 10억달러를 돌려주겠다고 발표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블랙록도 지난해 11월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어센트'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안정적 수익률을 중시하는 연기금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헤지펀드를 당분간 운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홍콩 주식시장연계 파생상품(ELS)에서 무려 37조원이 투자손실 위험에 빠졌다. 만기구조와 상품구조에 따라 손실규모는 다르지만 37조원중에서 상당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고 국내 금융회사의 자체투자 규모도 커서 투자손실의 파장이 크다.

 

전 세계 국부펀드가 올해 주식을 4000억달러 이상 팔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분간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산유국들의 국부펀드 현금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어 올해 국제유가가 30달러에서 40달러 선에 머물 경우 국부펀드는 글로벌 상장주식에서 약 4043억달러를 유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국부펀드의 투자행태, 정부 구조, 재정부족분, 올해 시장전망 등을 감안해 추정한 것이다.

 

국부펀드는 지난 20여년간 급성장했다. 2001년 6월 1조달러에도 못 미쳤지만 이제 7조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국부펀드는 안정기금, 혹은 불황에 대비한 자금 성격으로 조성되기도 했고 다음 세대를 위한 저축 성격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유가가 2014년 중반에 비해 70% 이상 하락하자 국부펀드 현금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모험과 혁신 벤처기업의 산실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냉혹한 구조조정 칼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밀물처럼 밀려들었던 투자자본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당장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스타트업 주가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기업공개(IPO)에 나선 미국 IT 스타트업 48곳 가운데 35곳의 주가는 현재 최초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중간값은 지난해 4.4분기 기준 275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60%나 급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갑작스레 돈줄이 마르는 이유는 국제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마저 하락세를 보이자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손실이 실질유동성을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투자손실이 발생하면 차입금 상환 압박에 놓이게 되어 실질적으로 긴축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발생한 투자손실이 또 다른 투자손실로 이어지고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반응하여 자산시장의 가격거품이 빠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로 돈이 돌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을 차입하는 경제주체가 빚더미에 눌려 더 이상 차입할 여력이 없다. 또 차입여력이 있어도 공급과잉으로 마땅히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유럽의 경우 수익이 악화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며, 뒤늦게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일본의 경우도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늘지 않고 현금이 개인 금고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한 통화 팽창정책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선 과거와 달리 수요가 늘지 않기 때문에 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잉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실질유동성이 줄고 있어 가격거품은 빠질 수밖에 없다. 부채로 쌓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한용주 칼럼니스트 jamesha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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