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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행 위기?리먼의 망령.이탈리아 은행권 금융사 NPL 전체대출의 17.6%... 북유럽 산유국 손실 전망

Bonjour Kwon 2016. 2. 20. 08:18

[ER인사이드]'리먼'의 망령? 유럽 은행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2016.02.19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지난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락, 중국 경제의 경착륙 리스크 등이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꼽혔지만 악재는 예상 외로 비교적 잠잠한 지역인 유럽에서 터져 나왔다.

설 연휴 이후 유럽 은행주들이 줄줄이 급락하면서 유럽 내 주요국 증시는 물론 다른 지역 시장까지 뒤흔들었다. 독일 최대의 상업은행 도이치방크가 2015년 발생한 대규모 적자로 이자 지불이 곤란해진 상황이라는 전망이 나돌면서 나흘여 만에 주가가 40% 가량 대폭락을 했다.

분위기는 빠르게 확산됐다. 프랑스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너럴도 무려 12%나 폭락하고 스위스의 UBS, 이탈리아 은행들도 무더기로 동반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저금리 장기화로 부실해진 유럽 은행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 쇼크'를 재현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 됐다.

투자자들이 매도로 돌아서자 12일 도이치방크가 54억 달러(6조5232억원) 규모의 자사 채권을 시장에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도이치방크의 주가는 이날 12% 가까이 올랐고 유럽 증시도 큰 폭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럽 은행의 위기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시작은 8일 신용 리서치회사인 크레디트사이트가 도이치방크가 2017년 중 영업이익 축소와 소송 비용의 예상 초과시 코코본드(Coco Bond)의 이자 지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였다. 도이치방크는 지난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7억9000만 유로(9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은행은 금융 규제 위반 소송비용과 벌금만 52억 유로, 자회사 매각 손실 등 구조조정 비용으로 9억 유로를 물어야 했다.

 

문제가 된 코코본드는 비상 시에 주식으로 변환되거나 상각되는 옵션을 가진 회사채다. 코코본드 투자자들은 회사채에 투자했음에도 은행의 수익 악화로 채권이 자본 전환될 것을 우려했다. 과거 발행한 고리스크의 기타 티어1 채권 수익률이 일시에 14% 가까이 폭등함에 따라 주가는 폭락을 했고 도이치방크의 선순위채 5년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역시 240 유로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172 유로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부도 위기라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유럽 은행별 CDS 추이. 출처=블룸버그, CEIC, 하이투자증권리서치센터

기존의 채권과는 달리 이자 지급의 불안정성을 가진 코코본드에 대해 투자자들은 경계심을 가졌지만 은행들이 이 채권 발행에 열을 올린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은행자본 건전화방안 바젤Ⅲ에 따라 2019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기자본비율을 11.5%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코본드가 구세주였던 셈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코코본드 이자 지급 중단이 반드시 자금난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s)와 무디스(Moody’s)는 독일 회계규정 적용 시 도이치방크의 지급 여력이 약화될 수는 있지만 코코본드 지급능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고 미국 투자은행 JP모간도 도이치방크를 탑픽(Top-Pick) 종목으로 추천했다.

유럽의 시장전문가 A씨도 유럽 은행 위기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사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먼저 리먼 사태는 파생상품 투자에 연계해서 일어난 것으로 시장에 레버러지 증가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해진 것이 원인으로, 결국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유럽은행 사태는 파생상품이나 무리한 투자 때문에 일어났다기보다는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면서 은행들의 수익이 떨어진 것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에서 그리스나 러시아로 나간 대출이 해당 국가들의 경제 상황 때문에 손실 위험에 처한 것이 핵심”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물론 2분기 연속 순손실을 낸 도이치방크의 경우는 그동안 파생상품에도 투자도 많이 했고 그 것도 만성적인 위험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이번 도이치방크 코코본드 사태가 유럽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리스크에 비해 시장이 ‘과잉반응’한 것이라고 보지만 독일 프랑스 외에 이탈리아 은행 등의 방만 경영과 부실 문제는 심각하다고 전했다.

   

▲ 유럽 은행 NPL 비교(%,`15.12월) 출처=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이치방크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유럽의 다른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더구나 유럽이 앞으로도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은행들의 수익성 문제도 해소될 기미가 안보인다

그간 유럽중앙은행(ECB)의 ‘돈 풀기’ 정책으로 유럽계 은행들의 유동성은 좋은 편이다. 문제는 그 돈이 시장으로 흘를 것이라는 예상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던 것. A씨는 “ECB가 할 수 있는 게 사실 유동성 조절이나 이자율 조정뿐이다. 유럽의 경우 각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부가 구조개혁하고 유동성에 직접 개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 유럽 은행별 원유산업 익스포져(% 대출). 출처=블룸버그, 국제금융센터

다른 전문가들도 도이치방크보다 이탈리아와 북유럽 산유국 은행들의 재무상황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경우 금융회사의 부실채권(NPL)이 전체대출의 17.6%에 이르고 있어 대출여력 약화로 경기회복이 제한될 소지가 상당하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무려 2000억 유로(약 260조5000억원)가 넘는 수준이고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기본 자기자본비율은 10.8%에 불과해 유럽은행 전체 평균인 17%를 크게 밑돈다.

게다가 유럽 은행들이 미국 금융기관에 비해 전체 대출 중 에너지 관련 대출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또 하나의 뇌관이다. 원유 관련 기업 대출이 17~22%에 달하는 일부 북유럽 은행들의 경우에도 지속된 저유가가 타격을 입고 조만간 회계상 손실이 인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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