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OECD 정책보고서.. 선진국 전유물 인식됐던 비만 문제 개발도상국서도 심각한 현상 발생.비만 주범 정크푸드 '퇴출 대작전'

Bonjour Kwon 2016. 2. 16. 10:33


국민일보 |입력 2016.02.16.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 달달한 초콜릿….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 도는 이 음식들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선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몸에 안 좋은’ 식품들에 대해서는 담배처럼 세금을 부과해서라도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넘어 이제는 경제 이슈를 다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최근 이 흐름에 동참했다.

◇반(反)정크푸드에 OECD도 나섰다=14일 주OECD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OECD는 ‘글로벌 식품 및 농업을 위한 대안적 미래’를 위한 정책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18일 발표할 예정이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글로벌 식품 정책이 현재보다 더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과 소비패턴을 이끌어내도록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는 “자원을 많이 쓰거나 건강하지 않은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 보조금과 세금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단적인 예로 고지방 음식이나 정크푸드 등 건강하지 않은 음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또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을 비롯해 식품 마케팅, 식품 표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 방안 등도 제시했다.

사실 정크푸드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서라도 ‘비만율’을 줄이자는 움직임은 국제사회 곳곳에서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비만이 국민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배로 인한 ‘건강 위해’ 우려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WHO의 2014년 세계 비만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30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고, 전 세계 19억명 이상이 과체중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인구 10명 중 4명 가까이가 과체중인 셈이다.


게다가 정크푸드 1위국인 미국을 비롯, 식음료가 풍부한 선진국의 전유물인 것으로 인식됐던 비만문제가 개발도상국에서도 심각해지면서 국제기구의 관심도 높아지게 됐다. WHO는 “시대가 변하면서 필수영양소가 적게 들어 있는 고지방·고열량 식품의 활용 빈도가 높아져 또 다른 건강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 관련 세금을 신설해 활용 중인 국가도 있다. 유럽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헝가리는 소금, 설탕, 지방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에 대한 비만세를 도입했다. 멕시코에서도 콜라 등에 대한 부가세가 부과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책? vs 정부 세수 증진책?=그러나 비만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비만세 등의 도입이 실제 정크푸드 등 유해 식품 소비를 줄이느냐는 효과 자체에 대한 의문도 높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2011년 과감히 정크푸드에 대한 세금 부과를 시작했지만 1년 만에 폐지했다. 국민의 세금 부담을 높인 반면 정크푸드나 당류 소비를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론에 부딪혀서다. 국민들이 부가세가 없는 인접 국가로 넘어가 식품을 구입해오는 부작용까지 생겼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14년 말 탄산음료에 대한 ‘소다세’를 도입키로 했으나 지방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코카콜라 등 대형 탄산음료 업체나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반발도 높은 장애물이다.

무엇보다 비만세와 같은 식품에 대한 세금 부과가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한 정부 세수 증대 방안이라는 시각이 높다. 멕시코나 헝가리 등이 정부의 세제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비만세 등을 도입한 것도 한 예다.

이 같은 반론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비만세와 같은 세금정책 외에 건강한 먹거리를 정부가 제공하고, 경고 문구 등 캠페인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더 실효성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쉽게는 학교 급식 등에서 정크푸드를 퇴출시키는 방안이다.

뉴욕시의 경우 ‘식품조달법’을 제정해 로컬푸드, 지속가능한 먹거리 구입을 장려토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처음으로 공공시설과 지하철 역사 내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를 퇴출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