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6
분양을 앞둔 시행사들이 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분양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준공 뒤에도 분양이 되지 않고 있는 단지들도 무작정 분양을 기다리는 대신 임대로 돌아서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한 지역에 분양을 준비 중인 A시행사는 전체 물량 중 100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임대주택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올해 분양을 하면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사업을 계속 지체하면 금융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분양을 걱정하는 이유는 지표들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 미분양 가구 수는 지난해 10월 말 1만2510가구에서 지난해 12월 2만5937가구로 2개월 만에 무려 107%가 늘었다. 이 중 A시행사가 분양할 예정인 용인시가 7237가구로 가장 많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용인 기흥 우방아이유쉘'은 400가구 모집에 65명 신청에 그쳐 1·2순위 모두 미달 됐다.
월세가 임대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도 임대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전국 주택 전월세거래에서 월세의 비중은 2011년 33%에서 지난해 44.1%로 크게 늘었다. 올 1월에는 46.6%를 차지해(4만9055건) 관련 통계작성(2011년)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월세 거래량이 전체 임대주택 거래의 60% 이상 차지하는 시·군구도 2011년 4곳에서 지난해 33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집값 불패신화가 깨지고 저금리 시대에 돈 굴릴 곳이 없어지면서 임대의 월세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내다봤다.
준공이 끝났지만 분양이 되지 않은 단지들도 임대주택으로 속속 전환되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시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이 되지 않은 물량 100여 가구를 최근 임대로 전환했다. 차라리 일정한 임대수익이 나면 나중에 리츠 등에 통매각을 하기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월세화의 영향으로 부동산의 간접 투자 상품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신규 인허가된 40건의 부동산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중 절반이 넘는 22건이 임대주택에 투자하고 위탁·관리하는 리츠였다. 정부도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사모형 리츠를 공모를 전환할 시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한 투자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리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대주택관리업체의 성장도 전망된다. 임대주택관리사업은 임대인 대신 세입자를 모집·관리하고 이사, 청소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주택임대관리업체는 2014년 2월 19개에서 2015년 12월 174개로 대폭 늘었다.
박승국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장은 "경상도, 충청도 등 지방과 수도권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임대로 전환했을 때 수익성 분석 등에 대한 문의와 실제로 임대관리를 의뢰하는 건수도 최근 들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bk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