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9
파이시티 부지, 9번째 공매 유찰 이후 수의계약 매각 진행중
17일 정부 계획 발표후 R&D단지 조성하려는 대기업 문의 이어져
(서울=뉴스1) 이군호 기자 = 수년째 땅 주인을 찾지 못하던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가 정부와 서울시의 양재·우면동 연구개발(R&D)단지 개발계획 덕에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9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파이시티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진행한 공매가 유찰됨에 따라 매수 가능 기업을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대주단인 우리은행과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1월부터 파이시티 부지 매각을 추진해왔으며 지난달 9번째 공매에서도 신청자가 없어 최종 유찰됐다. 금융권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규모와 비슷한 9864억원에서 시작한 최저입찰가는 9번 만에 절반 수준인 4525억원까지 떨어졌다.
대주단은 9번째 공매마저 유찰됨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수의계약을 진행 중인 상황인데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바로 정부의 양재·우면동 연구개발(R&D)단지 개발계획 발표.
정부는 지난 17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서초구 우면동과 양재동 일대를 'R&D 특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 일대의 개발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4월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위원회 심의 등을 거지면 10월께 중기청이 지역특구 지정안을 발표하게 된다.
대상지역은 파이시티 부지,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양재동 화훼공판장, 농협 양곡유통센터 등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건폐율·용적률이 대폭 완화되고 인허가는 '패스트 트랙(fast-track)'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서울시도 앞서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경제거점 조성 목적으로 양재·우면동 일대를 R&D 지구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는데 파이시티 부지가 포함됐다. 파이시티 부지는 시 물류기본계획상 수요 등을 감안해 물류와 R&D 기능을 혼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자 수의계약으로 파이시티 부지를 매입하려는 대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는게 대주단 설명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기존 파이시티에 관심을 기울여온 시행사뿐만 아니라 정부 발표 이후 R&D단지를 조성하려는 대기업들이 대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R&D단지를 개발하려면 시행사보다는 수요자인 대기업이 직접 개발하는게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대기업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4525억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제반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에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하게 된다"며 "만에 하나 수의계약이 무산된다면 시장 반응을 봐가며 대주단 협의를 통해 재공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파이시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최적의 입지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있는 데다 정부가 창조경제밸리로 조성중인 제1·2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해있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KT 등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280여곳도 이 일대에 R&D시설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간 매입경쟁이 격화되지 않는다면 모를까 파이시티 부지 가격이 4525억원이라는 것은 공시지가를 밑도는 NPL(부실채권)에 가깝다"며 "건축비까지 포함하더라도 2조원이 안되는 투자금액에 알짜 R&D단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이시티 부지는 부지면적 9만6000㎡로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해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이 추진됐었다. 실제 2009년 건축허가를 받고 2010년 7월 착공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당시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면서 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명박(MB)정부 실세의 인허가 로비 의혹으로 홍역을 치뤘고, 2013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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