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바이오 신약

삼성·SK·CJ 등.대기업 눈독 들이는고위험-고수익산업 바이오, '시간'과의 싸움.장기간 걸쳐 대규모 자금 소요.

Bonjour Kwon 2016. 3. 17. 08:26

 

 

 

| 2016.03.17

 

‘제2의 한미약품’ 성공 기대감에

너도나도 투자

 

기업공개 통해 자금조달 진행

추진 중인 프로젝트 실패 땐

투자자들 기대도 금세 '폭삭'

 

바이오·제약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미약품의 ‘잭팟’ 이후, 어디서 제2의 성공사례가 나올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그나마 성장성이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대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은 물론, SK와 CJ 등이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사업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는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성격이 강한 분야로도 꼽힌다.  오랜 시간을 공들인 중장기 투자가 필수고, 단기성과가 부족해도 지속적으로 개발을 밀고 나갈 추진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할 자금력은 물론,  장기투자 마인드를 갖춘 일희일비 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자칫 미확인 개발성과에 대한  거품 낀 평가,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와 바이오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쏠림현상으로 바이오 투자가 점철되면 이마저 또 하나의 지나가는 '유행'에 그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기업도, 투자자도 얼마만큼 바이오 산업 진출을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동시에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성과를 기다릴 수 있는지가 성패의 관건으로 꼽힌다.

 

◇ 삼성·SK·CJ 등 바이오 투자 ‘러시’

 

바이오가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1년 전이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 차례로 신약개발 성과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해 대규모 수익을 낼만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컸다.

 

지난해 초 10만원대에서 오르내렸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무려 86만원까지 올랐다. 덩달아 바이오 관련 지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1월 3800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닥 제약지수는 올해 초 7500포인트까지 뛰어올랐다. 50배 수준으로 다른 부문보다 이미 높다던 주가이익비율(PER)은 이미 100배 전후까지 상승했다. 바이오 산업 자체의 성장성에 힘입어 수혜를 입을 업체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바이오 붐과 함께 관련기업 상장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달 초 기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및 의료정밀기기 관련 기업은 98곳에 달한다. 2014년 초와 비교하면 20개 기업이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케어젠은 65배 수준의 높은 PER을 적용해 희망공모가를 책정했다.

 

현재 글로벌 바이오시장의 규모는 3000억달러(한화 약 365조원)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2019년까지 4000억달러(약 48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도 뚜렷하다. 인구고령화로 제약산업의 기본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각국 의료보험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처럼 값싸면서도 효능 있는 대체의약품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처럼 의료비 부담이 큰 나라에서는 이 수요가 더 크다.  이로 인해 미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R&D와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신약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MO) 시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대기업들도 바이오 투자에 한창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CMO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옛 제일모직 포함)이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2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만큼 그룹 차원에서 크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업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인천 송도의 제3공장이 완공되면 총 36만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1위 CMO 기업에 올라선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올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Enbrel)'의 바이오시밀러(베네팔리)가 유럽의약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밖에 또 다른 류머티스 관절염과 유방암, 당뇨병 관련 바이오시밀러가 임상 3상 단계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1990년대부터 신약 개발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오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사업형 지주사인 SK㈜가 SK바이오팜(신약 개발)과 SK바이오텍(원료의약품 생산)을 자회사로 두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넣어주고 있다. 향후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로 사업규모를 더 키울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현재 급성발작 치료제와 수면장애 치료제가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고 미국 제약사에 기술 라이선스를 수출했다.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 치료제는 임상 3상 단계에서 약효 시험 없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밖에 과민성 대장증후군·파킨슨병·조울증 등과 관련된 신약들이 임상 1~2상 단계에 있다. 

 

 

 

30년 전부터 제약사업을 하고 있던 CJ그룹도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바이오의약품을 육성하고 있다. 2014년 CJ제일제당의 제약사업부를 별도로 떼어 CJ헬스케어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기존 제약사업이 꾸준히 외형을 키우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중국 제약사와 역류성 식도염 신약에 대한 기술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해당 치료제는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항구토제 신약과 빈혈·독감 관련 바이오시밀러가 임상 2~3상 단계에 있다.

 

◇ 장기간 대규모 자금 투자 필요…성공도 무조건 보장 못해

 

바이오는 산업 특성상 위험성을 안고가야 하는 영역이다. 개발만 해도 짧아야 7~8년, 길면 10년 이상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자금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임상시험 단계가 올라갈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만 해도 바이오시밀러 한 종류를 개발하는 데만 연간 150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각국 식약청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도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그렇다해도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임상 3상 단계까지 간 제품들 중 시험에 성공하는 건 평균 60% 정도다. 임상시험 단계만으로 낙관할 수 없다는 평가다. 판매에도 마케팅비를 비롯해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가 이뤄져야 성과가 나오는데 그만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은 적다”며 “제약사 중에선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1000억원대인 녹십자와 유한양행조차도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한 순간에 꺼지는 경향이 크다. 대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에선 지난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바이오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바이오를 신성장 축으로 삼는 정부 기조 덕분에 투자가 활성화됐다. 이 기간 바이오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520%가량 증가했다.

 

그러던 중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인 메디젠(Medigen)의 항암치료제 개발이 임상 3상 단계에서 실패했다. 그 여파가 빠르게 바이오업계 전체로 퍼졌다. 대만 헬스케어지수는 1년새 절반 이상 떨어졌다. 바이오 기업들이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성장세가 주춤하게 됐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도 ‘황우석 쇼크’로 줄기세포 관련주를 포함한 제약·바이오주가 급락한 사례가 있다.

 

대기업들 가운데 바이오 투자를 진행하다가 포기한 곳들도 적지 않다.

 

국내 재계 순위 8위인 한화그룹은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다 중간에 접었다. 제약사인 드림파마와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인 오송공장을 차례로 매각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술수출에 대한 로열티 이전문제가 마무리되면 사업을 완전히 정리할 계획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긴 하나,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 또한 영향을 줬다.

 

오랫동안 바이오 투자를 해온 LG그룹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당 사업을 맡은 LG생명과학은 지난해 매출 4505억원과 영업이익 252억원을 거뒀다. 꾸준히 성장 중이긴 하나 장기간 사업을 해온 대기업 계열사치곤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다. LG그룹 내에서도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룹 차원의 자금지원은 최대주주인 ㈜LG가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1123억원을 투입한 게 전부다. 회사는 자체 능력으로 매년 700억원가량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 기업 대부분 IPO로 자금조달…투자자, 믿고 기다릴지 불확실

 

결국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느냐가 1차적으로 필요한 능력인 셈이다. R&D, 설비투자, 마케팅에 대한 투자는 그 다음이다. 그러다보니  강력한 오너십이 있는 기업들이 끌고 가기 적합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임성기 회장과 서정진 회장이 뚝심 있게 투자를 이어간 한미약품과 셀트리온도 그런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중소 제약사보다는 국내 대기업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최근 대기업들의 바이오사업 진출이 제약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대기업들이 성공사례를 늘린다면 그동안 중소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두고 출혈경쟁을 했던 제약업계가 R&D에 더욱 공을 들이며 발전할만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또 다시 '삼성'으로 시선이 모인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제약업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일단 삼성은 대규모 자금을 과감히 투입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사업기반을 닦은 편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갖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네트워크와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규모가 큰 시장에 진입해 그동안 국내에서 하지 않았던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수출 기반 구조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향후 삼성이 국내 제약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을 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투자자다. 기업들 대부분이 바이오 사업을 끌고 가면서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로 IPO를 꺼내든다. 삼성·SK·CJ 모두 IPO를 진행 중이거나 할 계획이다. 혼자만의 사업이 아니라 투자자들과도 한 배를 타는 상황이다. 향후 사업에 실패했을 때 투자자들의 원성과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만 보더라도 어떤 바이오 기업이 특정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면 곧바로 주가가 반토막 난다”며 “국내에선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투자자들이 많은 편이기에 더 시장 반응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국내업체들끼리 경쟁해 제살 깎아먹기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모두 존슨앤드존슨사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를 각각 개발했다. 셀트리온은 2013년 유럽의약청(EMA) 승인을 받았고, 지난달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최종 통보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임상 3상을 끝내고 올해 EMA와 FDA에 승인 신청을 했다. 오리지널 약도 같은 데다 타깃 시장도 같아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할 경우 양사의 점유율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요인이 있지만 실패시 ‘후폭풍’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뛰어든 기업들도, 투자자들도 아직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견들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나스닥의 대표적인 바이오테크 지수연동형 펀드(ETF)인 IBB(iShares Nasdaq Biotechnology)가 지난해 7월말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8개월 동안만 35%가량 하락했다.

 

투자에서 성과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해왔던 대기업 오너들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은 그보다 더 약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은 프로젝트별 임상시험 진행상황을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주느냐가 중요해졌다. 셀트리온의 경우 2010~2012년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JP모건과 테마섹 등의 해외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 제공할지, 실패시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수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가치가 높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고 아직은 투자자가 크게 실패한 사례도 없다”며 “향후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충족할만한 실적을 못 내면 투자자들이 투자 지속 여부를 고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