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000만원 저항선 돌파할까?
삼성단지 …일대 부동산 시장 '들썩'
투자수요 움직임 주목…공급과잉·시장침체 변수
2016-03-23
"결국 3.3㎡당 1200만원까지 오를 거에요. 동탄신도시를 봐요, 3.3㎡당 800만원 수준이던 시장인데 삼성이 들어오니 1200만~1300만원까지 올랐잖아요?"(평택 소사벌지구 인근 K공인중개업소 대표)
삼성반도체 산업단지의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평택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미군기지 이전·KTX 개통 등 연이은 호재로 평택시 인구 유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분양시장 훈풍은 이같은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정체됐던 도시개발사업에 고삐를 당기며 신규분양을 본격화했다. 일대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격 상승은 기존 재고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졌다.
23일 평택지역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배후수요 증가 등 확실한 호재가 있는 만큼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3.3㎡당 1000만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에 부딪히며 강세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변수다.
평택역 인근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에서 10여년간 중개업을 해왔던 입장에서 3.3㎡당 1000만원이라고 하면 심리적인 부담감이 든다"며 "아무리 개발호재가 있다고 해도 당분간 1000만원선을 돌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평택 신규공급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013년 790만원 △2014년 817만원 △2015년 913만원으로 해마다 높아졌다.
◇ '15만명 고용창출' 삼성공장 가동…가격상승 견인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반도체공장 공사 현장 전경 /사진제공=평택시 © News1
평택일대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호재는 내년 초 1단계 가동을 시작하는 삼성전자 고덕반도체사업장이다.
삼성전자는 395만㎡ 규모 평택고덕산업단지에 총 100조원을 투자해 전자부품·의료기기 생산공장을 짓는다. 수원 삼성전자의 2.4배에 이르는 규모로 생산유발효과 41조원·고용창출 15만명이 예상된다.
202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입주가 진행되며 상주인력 3만여명 등 총 5만여명의 배후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지역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지연됐던 평택일대 도시개발사업이 최근 분양되고 있는 것은 모두 삼성의 효과"라고 말했다. 앞서 평택에는 △2014년 8058가구 △2015년 1만2137가구 등이 분양됐다.
이같은 기대감은 인근 재고주택 시장에까지 번지고 있다. 분양가격이 점차 상승하면서 기존 시가지의 아파트가격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KB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올해 2월 평택시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3.3㎡당 882만원으로 2년전 790만원과 비교해 11.7% 상승했다. 2014년 1월 2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비전 롯데캐슬 84㎡은 올해 1월 3억800만원에 실거래됐다.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삼성단지 수요자의 문의는 없지만 일대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라며 "높은 가격에 신규분양이 진행되면서 기존주택의 가격상승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군기지 이전 등 겹호재…"5년내 인구유입 30만명"
평택 용죽지구 전경 /사진=최동순 기자 © News1
여기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지제역 KTX 개통 등이 예정돼 있는 것도 호재다. 유입인구 증가로 평택시가 '거대 신도시'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부지에는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동두천 미2사단 사령부 등이 이전한다. 군인·군인 가족·군무원 등을 포함해 약 4만명의 인구유입이 예상된다.
교통망 개선 등 도시 인프라도 구축된다. 수서~평택KTX가 올해 개통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 평택지제역을 이용하면 서울 수서역까지 21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평택시는 2015년 기준 46만여명 수준인 평택시 인구가 2020년까지 8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분양관계자는 "삼성 산업단지 일대는 소득수준이 높은 대기업 임직원들의 배후 주거지로 조성되기 때문에 지역 부동산 호황으로 이어진다는게 이미 입증된 공식"이라며 "수요증가가 뒷받침돼 있는 만큼 향후 평택 부동산 시장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과잉·시장침체 변수로…"분양가격 조정 관건"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다만 최근 공급과잉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평택처럼 개발 호재에 기대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은 투자수요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시장흐름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평택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현재 분양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실제 삼성 산업단지 종사자가 아니라, 배후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접근하는 투자수요자들"이라며 "최근 시장 분위가가 좋지 않아 분양성적을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택 일대에 과도한 공급이 예정돼 있는 것도 우려감을 키우는 요소다. 올해 평택에는 약 1만5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평택 지역으로는 사상 최대 물량이다.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택지지구 물량도 대기하고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현재 개발을 진행중이거나 개발이 예정된 민간 도시개발지구는 △가재지구 4898가구 △동삭2지구 6390가구 △세교지구 3448가구 △용죽 5273가구 등 총 17곳 7만1000여 가구에 달한다.
고덕산업단지와 연계해 개발되는 5만4000여 가구 규모 고덕국제신도시는 아직 첫 분양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1만6000여 가구 규모 공공택지 소사벌지구도 아직 분양물량이 남아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평택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조사를 통해 공급시기 및 분양가격을 조정해 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시장 상황이 예년같지 않은 만큼 입지에 따라선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