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금융권수신이 여신 20배 넘기도… 자금운용처 못찾으면 부실 불보듯2012.08.21

Bonjour Kwon 2012. 8. 22. 13:20

금융권 예대율 급락 비상
금리 낮추는데도 돈 몰려 은행권 잉여예금 130조
상대적 고금리 2금융은 증가속도 더 가팔라

 

금융회사들에 돈이 넘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의 주요 수익은 예금을 받아 대출 등으로 운용, 발생한다. 은행은 지난 2011년에는 39조1,000억원의 이자이익을 챙겼고 올해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도 각각 9조7,000억원과 9조6,000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둬들였다.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비이자이익이 분기당 1조원 안팎에 그치는 은행으로서는 예금을 활용한 자금운용이 주요한 이익의 수단인 셈이다. 은행으로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예금 수준의 대출을 해줘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금융감독당국이 예대율을 규제하기 전에는 수신보다는 대출이 더 많아 은행으로서는 경영 리스크의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만큼 돈을 벌기도 쉬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런 금융회사들이 요즘 남아도는 돈 때문에 비상이다. 예금은 지속적으로 늘지만 대출 증가 속도가 더뎌지면서 요즘 금융계는 소위 '잉여예금' 운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2금융의 경우 예금금리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쌓이는 예금으로 예대율 60% 붕괴도 가능해 자칫하다가는 역마진 우려도 제기된다. 만성적인 역마진에 건전성에도 치명적인 독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쌓이는 잉여예금…은행권 130조원 돌파=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의 총수신액은 1,214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1,158조원에서 1년 새 56조원이 늘었다. 반면 대출은 같은 기간 47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 보니 잉여예금은 빠른 속도로 은행에 쌓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114조2,070억원이던 예금초과액은 6월 말 현재 130조8,450억원으로 증가했다. 6개월 새 12.7%의 잉여예금이 늘어난 것이다.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부장은 "금리를 낮추고 있는데도 예금은 늘어나고 있다"면서 "문제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자금운용이 여의치 않고 기업의 경우도 경기침체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 무턱대고 대출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절대규모는 은행에 비해 작지만 잉여예금 상황은 2금융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12조5,000억원선까지 빠졌던 신협의 초과예금은 5월 말 현재 14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의 초과예금은 '69조3,220억원→75조6,760억원', 새마을금고는 '26조2,590억원→32조1,520억원'으로 큰 폭 증가했다. 잇따른 퇴출로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저축은행만이 초과예금이 12조7,730억원에서 10조3,030억원으로 2조원가량 줄었다.

◇2금융 예대율 60%대로 떨어져…부실 뇌관 되나=수신과 여신의 격차가 벌어지다 보니 예대율(총 예금에 대한 총 대출 비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규제대상 15개 은행의 예대율은 96.0%다. 예대율 규제 이전인 2009년 12월에 112.4%에 달했던 데 비해 하락폭이 크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수금 비중을 늘리고 무분별한 외형확대 경쟁을 자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95% 안팎에서 형성되는 은행의 예대율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2금융이다. 수신과 여신금액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2금융의 예대율은 60%선에 불과하다. 실제로 신협의 예대율은 67.4%,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예대율도 67.7%에 그쳤다. 또 수신규모가 신협의 두 배 가까이 많은 새마을금고는 수신은 85조8,760억원, 여신은 53조7,240억원으로 예대율은 62.6%다.

예대율이 60%선에 머물면서 2금융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운용이 마땅치 않아 결국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상호금융 등도 저축은행처럼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대출금의 95%를 보증해주는 햇살론 등에 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