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릴수록 경매거래가 활발해진다. 부동산경매는 일반적으로 채무를 진 사람에게 상환능력이 없을 때 채권자가 담보를 강제매각해 빚을 청산하는 절차다. 여러 입찰자 가운데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에게 낙찰하는 경쟁입찰 방식이지만 시세 대비 저가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중 공매는 주로 공공기관의 경매를 뜻하는데 최근엔 신탁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사고파는 ‘신탁공매’가 인기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과거 신탁공매는 주로 법인이 거래했으나 최근에는 개인거래가 일주일에 7~8건에서 많게는 30건을 넘는다. 이처럼 신탁공매시장을 향하는 투자자의 발걸음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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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공매시장 규모 ‘130조’
우리나라의 신탁공매는 1996년 한국토지신탁 설립 이후 부동산신탁과 함께 발전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신탁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말 약 172조원. 이 중 신탁공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담보신탁 등은 130조원 정도다. 즉 신탁공매의 잠재시장 규모라고 볼 수 있다.
◆기간 짧고 경쟁자는 적어
신탁공매의 가장 큰 장점은 낙찰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법원경매의 경우 통상 6개월~1년이 소요되지만 신탁공매는 짧게는 20일이 걸린다. 은행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공매를 요청하는 데 1~2일이 걸리고 실제 공매 진행은 하루 2~4차례, 2~5일 간격으로 이뤄진다. 신탁공매에 관한 정보는 경제신문 공고나 신탁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신탁공매는 법원경매에 비해 경쟁자가 적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을 더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신탁공매 정보기업 한국자산관리회사에 따르면 한 공매장에 대부분 10명 이내의 입찰자가 참여한다. 신탁공매는 소규모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한 오피스텔 내 6개 실을 개별매각하는 공매장에는 10명이 참여해 1개 실당 1~2명이 입찰한 정도였다.
또 유찰 횟수가 늘수록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매장을 찾았다가 다른 입찰자가 없으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의 상가매장은 한달 동안 23차례의 신탁공매를 진행 중인데 전부 유찰되면 가격이 1억원대에서 1000만원대로 10분의1까지 떨어진다.
조용성 한국자산관리회사 사업본부장은 “신탁공매 대상인 부동산가격이 200억~300억원의 고가일 때는 개인투자자가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1억원 초반대의 주택이나 상가건물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경기도 신도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신탁공매가 계속 증가했다”며 “앞으로 부동산거래의 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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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회사(KAMC)는 신탁공매에 관한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올해 1월 인터넷 회원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최근 한 30대 회사원은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오피스텔을 신탁공매로 95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가는 시세의 75% 수준. 대출금을 제외한 투자금은 1000만원으로 만약 매도차익을 3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투자수익률 300%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경매로 넘어간 주택에 기존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거주할 경우 이주를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강제퇴거 과정은 새 소유권자에게 큰 부담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법원경매는 이들을 불법점유자로 보고 인도명령, 즉 강제퇴거 조치를 내릴 수 있으나 신탁공매는 그렇지 않다. 낙찰자가 명도소송을 제기해 기존 거주자를 내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낙찰자가 이주비 명목의 위로금을 지급하지만 기존 거주자가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 명도소송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조용성 본부장은 “명도소송은 인도명령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위험이 있다. 명도소송 기간은 5~6개월이 소요되고 비용도 500만원 안팎이 든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그는 “신탁공매의 경우 법원경매와 달리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응찰자가 아니면 공매장 입장이 불가능하고 낙찰정보와 금액을 알 수 없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담보신탁 부동산을 상속이나 증여받을 땐 최고세율이 50% 정도로 높다. 상속·증여세가 부족하면 담보를 매각해 세금을 마련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