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3
초저금리 장기화됨에 따라 주식·채권으론 돈벌기 어려워져 부동산·원자재 펀드에 관심 집중… 대체투자 인력 스카우트 전쟁
"요즘엔 '대체투자 부서에 다녀오면 몸값이 20%씩 뛴다'는 말이 돌아요."
한국 자산운용업계의 주류(主流)는 누가 뭐래도 주식, 그중에서도 국내 주식 전문가였는데 최근 시장의 중심축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그나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체투자가 각광을 받는 것이다. 대체투자란 전통적인 방식의 주식·채권 투자를 제외한 투자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부동산·원자재·기반시설 투자 등이 대체투자에 들어간다.
대체투자 전문가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증권사·자산운용사는 국내 주식 전문가가 독식하다시피 해온 사장 자리에 최근 대체투자 전문가를 속속 영입 중이다.
국내 주식 투자에 집중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26일 이윤표 전 국민연금 운용전략실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20조원 정도의 해외 대체투자를 총괄 지휘했던 대체투자 전문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앞서 지난 2월에는 항공기 펀드 전문가로 꼽히는 강케네스 상무(전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를 영입해 대체투자 본부를 새로 만드는 등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성원 부사장은 "6~7년 동안 한국 증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내려면 대체투자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의 관심이 급속히 커지는 대체투자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대체투자 전문가를 어렵게 영입했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이병철 대표이사 부회장, 최석종 대표이사 사장 등 대체투자에 뼈가 굵은 2명을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 이병철 부회장은 하나금융의 부동산그룹 그룹장과 부동산 투자회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으로 일해 왔고, 교보증권 IB본부장을 지낸 최석종 사장은 에너지·항공기 구조화 금융(자산을 증권으로 바꾸어 가치를 높이는 투자 기법) 전문가다.
지난 6월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신우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 후임으로 온 김용현 전 한화생명 대체투자부장도 자산운용사 사장으론 이례적으로 글로벌 대체투자 '전공'이다.
약 3년 전 취임한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는 '1세대 대체투자 CEO'로 KB자산운용의 대체투자 규모를 2배 가까운 수준(2012년 말 2조9000억원→2016년 7월 5조5000억원)으로 늘리며 운용 '체질'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 인력 채용 경쟁이 붙으면서 조금이라도 대체투자를 해본 이들이 엄청난 몸값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 연봉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대체투자 펀드에 대한 수요가 워낙 빠르게 팽창하고 있어 어떻게 해서든 인력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약 5년 전 15조2520억원이었던 부동산 펀드 규모는 40조7239억원으로 늘었다. 기반시설·선박·예술품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 규모 역시 같은 기간 2.5배(17조4580억원→43조4143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