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3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와 준법지원실의 기금운용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내부감사를 벌여 규정을 어긴 직원들을 징계했다고 23일 밝혔다.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국내외 주식·채권 분야와 부동산 등 대체투자분야, 운영전략과 내부통제 분야 등에서 투자지침을 어기는 등 문제를 보였다.
주식운용실 일부 운용역은 국내주식위탁 예비운용사를 전체 정규운용사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예비운용사를 초과 선정했다.
해외대체실 일부 운용역은 해외사모펀드 위탁운용사와 추가 약정을 맺는 과정에서 운용보수 면제 조건을 투자위원회의 승인 조건과 다르게 체결했다. 그 결과 운용보수가 추가로 지급될 수 있게 하는 등 부실한 일처리를 했다.
위탁투자지침을 위반한 위탁운용사에 대해서도 경고 등 조치를 누락하거나 추가 제한 조치를 통보하지 않는 등 사후조치를 미흡하게 처리했다.
지침상 수익률이 저조해 전액 회수 대상이 된 펀드에 대해서는 위탁자금 전액을 회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반복적으로 회수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일관된 기준 없이 감액해서 회수했다.
국내주식을 직접 투자하거나 위탁 운용하면서 초과보유 제한규정을 어기고 특정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도 했다.
채권위탁운용사가 ‘국내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에 따른 위탁투자지침을 어기면 경고나 추가자금 배정 제한 등 단계별 조치를 해야 한다. 일부 직원들은 단계 조치를 누락한 채 추가자금을 배정하고 나서 뒤늦게 자금배정 제한 조처를 했다.
기금운용본부 일부 직원은 준법감시인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채 외부 상용 이메일을 사용하는 등 정보보안 업무 전반에 걸친 개선도 필요하다.
운용전략실 일부 직원은 국내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면서 기업 주주총회에 올라가지 않은 일부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한 것으로 허위 공시했다.
기금운용본부는 1999년 국민연금 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고자 설립됐으며 지난 5월말 현재 53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리스크관리센터, 운용전략실,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대체투자실, 해외증권실, 해외대체실, 운용지원실, 뉴욕·런던·싱가포르 사무소 등에서 4월 현재 3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양대규 기자 daegyu.yang@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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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00조 국민연금 운용이 구멍가게 수준이라니…
기사입력 2016.08.23
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운용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한다. 국민연금공단의 내부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직원 32명이 기금 운용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해 무더기로 경고 또는 주의를 받았다. 이들은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 대체투자, 운영전략과 내부통제 등에서 투자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업무에 한해 자체 감사한 결과가 이렇다.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지적 사항을 보면 기금운영본부에 국민의 노후자금을 계속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앞선다. 우선 투자지침을 위반한 위탁운용사에게 추가 자금 배정 제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기준 이하의 수익을 낸 펀드의 경우 전액 회수해야 하는데도 아예 회수하지 않거나 제멋대로 회수액을 감액해 줬다. 해당 업체와 유착한 의혹이 짙다. 지분율 한도를 초과해 국내 주식을 매수하거나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 특정 주식을 초과 보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의 행위가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조차 모르는 직원들도 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감사 결과는 기금 운용과 내부 통제장치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방만 운용의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낙하산 인사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기금운용의 수장을 맡고 있는 강면욱 본부장은 지난 2월 선임 과정에서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구설에 휘말렸다. 그는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다. 더구나 그가 대표를 맡은 5년 동안 메르츠자산운용의 누적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능력보다는 정치적 입김이 컸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전임 본부장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연줄을 타고 선임됐다는 뒷말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렇게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조직에서 투명한 기금운용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에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일하면서 발생한 착오나 실수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미비한 것을 고치라는 취지”라고 했다. 이런 안이한 인식으로 어떻게 기금운용 과정의 온갖 유착과 적폐를 뿌리 뽑을 수 있겠는가. 감사원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기금운용 전반을 감사해 전면적인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수술 시기를 늦추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현실화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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