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8
재건축 기대감으로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여의도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김호영 기자]
"압구정동이 두 달 새 3억원이 올랐다지요. 그래도 여의도 주민들은 압구정을 부러워하지 않아요." 여의도 서울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8일 "서울아파트 전용면적 200㎡가 3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면서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이긴 하지만 올해 초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뛴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발 재건축 바람에 힘입어 여의도 재건축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서울시도 여의도를 압구정과 마찬가지로 지구단위계획으로 체계적 개발을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해 변화가 감지된다.
1970년대 중후반 준공된 여의도 재건축 단지는 16개 7787가구에 달한다. 현재 시범·목화·광장·미성·수정 아파트 등 5개 단지는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특히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앞에 위치한 서울아파트를 비롯해 공작·수정·초원 아파트 등 '상업지역'에 들어선 아파트들은 높은 용적률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아파트 값은 2009년 전고점을 넘어설 기세다.
부동산업계에선 2008년 최고 39층 주상복합아파트로 탈바꿈한 '여의도 자이' 이후 잠잠했던 재건축 사업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부동산 정보광장과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전용 139㎡는 지난 4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수직상승해 5월 19억4000만원, 7월 20억8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22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대형 평수라 상대적으로 매매가 뜸한 전용 200㎡도 2013년 10월 15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이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 4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매물로 나온 물건의 호가는 32억원에 달한다. 한강변이지만 35층 층고제한이 없다는 특수성 때문에 매물이 귀하고 가격이 오름세라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 설명이다.
서울시는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여의도를 광화문(한양도성), 강남과 함께 3대 도심 중 하나로 격상시키면서 상업·준주거지역에서 주상복합아파트는 51층 이상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도 주상복합아파트는 50층까지 허용된다. 준주거·상업지역이 없고 일반 아파트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일률적으로 제한된 압구정, 반포, 이촌 등과 차별된 대목이다.
우동영 여의공영 대표는 "뉴욕 '432 파크 애비뉴'처럼 초고급 랜드마크 주거지를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은 여의도가 유일하다"며 "한강 관광 자원화 개발과 IFC 등 주변 상업용 시설 덕분에 주거, 업무, 여가, 문화 등의 '어반 라이프스타일' 기능이 효율적으로 집적돼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자들 기대감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수정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옆에 붙은 상업지인 MBC 용지가 대지면적 기준 3.3㎡에 1억원 가까이에 매물로 나왔다"며 "같은 상업지 아파트 땅 지분을 계산해 보면 3.3㎡에 1억원이 채 안된다"고 말했다.
여의도역 인근 '1세대 빌딩'들도 잇달아 신축된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여의도 미래에셋빌딩과 한국교직원공제회빌딩은 내년 재건축이 끝날 예정이다. 두 빌딩 모두 기존엔 용적률이 각각 200~300%대에 불과했지만 재건축 후 미래에셋빌딩은 용적률이 765%(최고 15층), 한국교직원공제회빌딩은 899%(최고 27층)로 각각 연면적이 기존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 삼천리빌딩도 지난 5월 재건축 허가를 받아 용적률 938%를 적용해 기존(10층)보다 지하 6층~지상 21층으로 빌딩 키가 두 배가량 높아진다.
대중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도 호재다. 여의도는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 '외로운 섬'으로 불렸다. 지하철 9호선 외에 2021년 개통 목표로 여의도동 샛강역과 신림동 서울대 정문까지 7.8㎞를 잇는 신림 경전철이 이달 착공에 들어가고, 인천송도~여의도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압구정동에 이어 여의도 역시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목화·삼부·시범·미성 등 여의도동 11개 단지 6323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국제금융특화지역인 여의도는 광화문(한양도성), 강남과 함께 서울 3대 도심"이라면서 "한강변 대표적 주거지로서 미래지향적 명품 아파트 재건축을 유도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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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입력 2016.09.08
금융사 잇단 이탈은 악재
요트를 타고 한강 물결 위를 미끄러지고, 흥겨운 음악과 시원한 강바람을 타며 쇼핑과 공연을 즐기고…. 오는 2019년 '한강 바캉스'가 일상이 될 여의도의 모습이다. 여의도가 서울을 대표하는 '마리나 시티(Marina City)'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강공원용지 3만5000㎡ 에 통합선착장, 피어덱, 여의테라스, 복합문화시설 등 4개 핵심 수변시설(조감도)을 조성 중이다. 2019년 완공이 목표다.
여의도는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역세권인 데다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올림픽대로가 통과하지 않아 한강 접근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여의도 수변공간에 문화관광 콘텐츠를 집적시켜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노후화로 버려진 39번 부두 상부에 상업·판매시설을 도입해 연간 1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가 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피어39(Pier 39)'를 모델로 삼고 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통합선착장 설계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여의도 한강변 단지들이 상업기능을 갖춘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될 경우 여의동로가 수상 마리나 테마거리로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63빌딩에 면세점이 문을 열면서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사들의 잇단 탈출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1982년 여의도에 입성했던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며 올해 중구 수하동 센터원으로 이전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2011년 여의도에서 현재 센터원으로 사옥을 옮겼다. 대신증권도 오는 10월 명동 신사옥이 완공되면 연말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삼성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운용 등이 여의도를 떠나 명동, 광화문, 판교, 성수동 등지로 이전할 예정이다. 재건축 후 대한민국 최고 부촌이 될 것이라는 압구정동과 비교해서 여의도는 문화, 쇼핑, 여가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6년째 작업이 중단된 파크원 프로젝트도 여의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업비 2조3000억원을 투자해 옛 여의도 통일주차장 터(4만6465㎡ 규모)에 초고층 오피스타워 2개동, 30층 규모 비즈니스 호텔, 7층 규모의 쇼핑몰 등 4개의 고층빌딩을 짓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이다. 2007년 착공했지만 토지 소유주인 통일교 재단과 시행사인 Y22디벨롭먼트 간 소송으로 2010년 공사가 멈췄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NH투자증권이 파크원 4개동 가운데 지상 56층짜리 초고층빌딩을 선매입하면서 파크원 개발 사업도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개발이 가시화한 것은 일부에 불과해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 본궤도에 올라야 여의도의 진가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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