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
ㆍ김성식·심재철 의원 등 분석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투자·운용하는 한국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투자수익률이 지난 2년간 주요 7개국 국부펀드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IC가 직접 운용하는 사모주식(비상장주식)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KIC의 투자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KIC에 외환보유액 등의 운용을 맡긴 정부와 한국은행은 매년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이 11일 KIC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KIC의 총 투자수익률은 2014년 4.02%, 2015년 마이너스 3.0%를 기록했다. 이는 노르웨이, 중국, 미국(2개), 아일랜드, 캐나다 등을 포함한 7개 국부펀드 가운데 2년 연속 가장 낮은 수준이다.
KIC는 2012년 11.71%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냈으나 이듬해 9.90%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수익률 1위인 캐나다 국부펀드와는 무려 15.50%포인트 차이가 났다.
특히 KIC가 투자하는 대체자산 가운데 사모주식에 대한 직접투자 수익률이 유독 나빴다. KIC는 주식·채권 같은 전통자산 외에 부동산·사모펀드·해지펀드 등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도 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KIC에서 제출받은 대체자산의 최초 투자 이후 연환산 수익률(올 8월 기준)을 보면 사모주식에 대한 직접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6.22%를 기록했다. 사모주식 간접투자가 11.70%의 수익률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KIC에 대한 감사에서 ‘대체자산 직접투자 결정 부적정’이라는 의견을 통해 ‘투자여건,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특정 분야에 집중투자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간접 및 공동투자 위주로 집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올 8월 말 현재 대체자산 중 사모주식 직접투자 비중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4%포인트(30→34%) 늘어났다. KIC는 2008년에도 미국 메릴린치에 투자했다가 1조원의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이언주 의원은 “국부펀드로서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국내 금융기관·연기금과 공유해야 하는 KIC가 직접투자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는 것은 KIC 투자 신뢰도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국부에 손실을 입히고도 KIC는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더민주 윤호중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KIC에 지급한 외화자산의 위탁 수수료는 653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의 경우 KIC가 마이너스 3%의 수익률을 내 위탁자산이 손해를 봤음에도 기재부와 한은은 155억원의 성과수수료까지 지급했다. 윤 의원은 “위탁자산 운용실적은 형편없는데 수수료 수입으로 KIC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2012~2014년 수익률이 좋았고 성과수수료는 3년에 걸쳐 지급되기 때문에 지난해 성과수수료가 다소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