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콧대 낮춘 채…삼성·롯데 곳곳에서 한판 뜨는 중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롯데 vs 신라 ‘비즈니스 호텔 경쟁’ 신라호텔 이부진 지시로 작년부터 고급 비즈니스 호텔 사업 추진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이번에는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펼칠 태세다. 국내 특급호텔의 ‘대명사’로 불리며 콧대를 세웠던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이 비즈니스 호텔 사업 경쟁에 뛰어든 것은 수익성이 괜찮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호텔은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특1급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는 호텔을 말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늘고, 관광객들에 밀려 방을 찾지 못한 비즈니스 목적 방문 고객들도 많아지는 상황이다. 비즈니스 호텔 사업도 롯데호텔이 먼저 시장공략에 나섰고 신라호텔이 이를 맹렬히 추격하는 모양새다. 롯데호텔이 롯데시티호텔 마포·김포공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뛰어든 신라호텔은 2020년까지 전국 30여 곳에 호텔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공략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롯데호텔은 직영운영을 고수하는 반면 신라호텔은 장기임차 계약이나 위탁운영 방식 등 서로 차별화된 공략 전략을 택하고 있다.
새로운 호텔 브랜드 ‘Stay’ 공식 론칭 독특한 방식으로 시장개척 비즈니스 호텔 사업은 롯데호텔이 한발 앞서 시장공략 나서 취재/김희년 기자 ‘내년 비즈니스 호텔 3개 객실 1000개, 2020년 전국 30개 목표’. 호텔신라가 비즈니스 호텔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외부와 손잡고 비즈니스 호텔 영토 확장에 나섰다. 호텔신라가 리스크 있는 직접투자보다 장기임차 계약이나 위탁운영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호텔펀드’와 교류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의 지시로 지난해부터 고급 비즈니스 호텔 사업을 추진 중인 호텔신라는 조만간 새로운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인 ‘스테이(Stay)’를 공식 론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호텔신라는 최근 아시아자산운용의 호텔펀드가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 짓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에 대해 15년간 책임임차(마스터 리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신라가 자산운용사의 호텔펀드가 투자한 비즈니스 호텔에 대해 장기 책임임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호텔펀드는 기존 호텔을 인수하거나 새로 짓는데 투자한 후 운영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부동산 펀드와 리츠(REITs 부동산 투자신탁)를 말한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아시아자산운용은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호텔을 짓기 위해 지난해 6월 해외 기관투자가로부터 총 640억원을 모집해 10년 만기 사모 호텔펀드(부동산 투자 유한회사)를 설정했다. 아시아자산운용은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면 호텔신라나 다른 사업자들에게 호텔을 매각하게 된다. KCC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반송동 호텔은 지하 2층, 지상 29층 등 총 31층, 2만4544.47㎡(약 7425평)에 객실수 294실을 보유한 4성급 호텔로 내년 8월 준공될 예정이다. 일정대로 준공될 경우 호텔신라의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스테이’ 간판을 다는 첫 호텔이 될 전망이다. 호텔신라가 서울 외곽 지역의 비즈니스 호텔에 대해 장기임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 호텔의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동탄산업단지 인근에 호텔이 위치해 있어 계열사와 협력사들의 비즈니스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과도 근접해 관광수요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이어서 호텔신라는 KT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리츠를 설립해 지을 예정인 비즈니스 호텔과도 장기임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스테이트는 서울 강남 영동전화국 옆 주차장 부지에 30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준비 중이며 연내 착공이 목표다. 이외에도 호텔신라는 신세계건설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옛 화양극장 부지에 지을 예정인 비즈니스 호텔을 위탁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임차 계약이나 위탁운영 방식 이외 직접투자 방식으로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내 면세점 부지에 비즈니스 호텔을 새로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장충동 호텔 일대가 자연경관지구로 묶여 있어 맘대로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신라는 일단 중구청에 한국전통호텔을 지을 테니 건폐율을 30%에서 40%로 확대하고 층수를 3층(12m)에서 4층(16m)으로 높여달라고 요청해 놓았다. 삼성화재가 매입한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 부지도 호텔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곳은 인사동 특별계획구역에 속해 서울시가 직접 관할한다. 지구단위계획 절차에 의해 허용되는 시설로 인정된다면 서울시가 면적, 층수, 용도 등 구체적인 시설 계획을 결정하게 된다. 호텔업계에서는 대성산업 부지에 호텔신라가 어떤 식으로든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비즈니스 호텔에 면세점도 함께 들어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같은 비즈니스 호텔이라도 저가형 호텔이 아닌 업스케일(up-scale)된 고급 비즈니스 호텔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시티호텔 마포·김포공항 성공 후 전국 30여 곳 건립목표 중저가 호텔시장 진출 비난 빗발쳤지만 사업성 있다고 판단
벨보이를 없애고 세탁 서비스를 코인 세탁기로 대체하는 등 운영비를 줄이면서 가격을 낮췄다. 그 결과 객실 점유율이 90%를 넘으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시티호텔 마포는 영업이익도 양호했다. 284개의 객실을 갖춘 마포점의 영업이익은 32억원에 달한다. 1120실을 보유한 롯데호텔 소공동점의 순수 호텔 영업이익이 64억인 점과 비교하면 객실 하나당 영업이익은 마포점이 더 높은 셈이다. 최근 늘고 있는 중국인 방문객이 투숙하는 비율도 마포점이 더 높다. 마포점의 중국인 투숙객 비율은 지난해 14.3%였지만, 소공동점은 3%도 안 됐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저렴한 숙소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10만원대 싼 숙소를 차지하면서 이런 곳들에서 밀려난 비즈니스 고객도 롯데시티호텔 마포점을 많이 찾았다는 분석이다. 롯데호텔의 두 번째 비즈니스 호텔로 지난해 12월 오픈한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호텔은 김포국제공항 내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을 지난해 12월8일 개관했다. 김포점은 지상 8층 규모로 총 190개 객실과 뷔페 레스토랑, 회의실, 비즈니스 코너 등을 갖춘 특2급 호텔이다. 비즈니스 호텔을 건립하는데 투자액은 531억원이 들었다. 가격은 스탠더드룸 1박 기준 20만원으로 특급 호텔에 비해 저렴하다. 개관 후 지금까지 롯데시티호텔 김포점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오픈 후 현재까지 평균 70~80%의 높은 객실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평일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지만 주말에는 내국인 투숙객도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된 롯데호텔은 내년에 제주, 2015년까지 서울에 3~4개의 비즈니스 호텔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제주는 제주시 제주일보 부지 자리에, 청량리 롯데백화점 인근에 250실, 서초 삼성사옥 뒤편에 300실, 명동 인근에 272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롯데호텔은 외국계 유명 호텔들이 대개 3~4개 브랜드를 같이 가져가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해 기존 디럭스급 호텔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 이상의 럭셔리급 호텔과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특2급)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객실부족 이렇듯 특급호텔까지 비즈니스 호텔에 진출하고 나선 이유는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외국 방문객 증가에 따라 호텔 객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대비 11.3%증가한 979만명을 기록했다. 2005년 600만명 돌파 이후 5년 만에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데 호텔 공급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올해 100만명이 증가한 110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도 숙박시설이 부족한데 늘어난 100만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3박씩 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300만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8200실이 추가로 공급돼야 한다.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328만9051명이 방한했으며 중국은 연간 18% 증가한 222만196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는 예정된 공급 물량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어 호텔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선 특급호텔 위주로 호텔 산업이 성장하다 보니 그간 비즈니스 호텔 공급이 미약했다. 외국에서 100달러를 주고도 편안하게 투숙하며 아침 식사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호텔이 국내엔 거의 없었다. 이제서야 정부에서도 비즈니스 호텔 건립을 촉진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도 단기간에 호텔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존 건축물을 호텔로 전환할 경우 용적률 완화, 재산세 감면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저기서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외국인이 서울 시내에서 방을 잡기란 쉽지 않다. 이 틈을 노리고 이미 지어진 오피스텔 수십 실을 임대해 레지던스로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현재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오피스텔의 숙박시설 전용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남는 장사라 과태료를 내면서 버젓이 영업을 하는 곳만 스테이세븐마포, 브라운스위트레지던스, 써머셋팰리스 등 서울 시내 30곳에 이른다. 이들 레지던스의 예약률은 평일에도 100%다. 1박 숙박료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서울 중구 일대 오피스텔 1실을 보증금 1000만원과 월 70만~80만원만 내고 임대한 뒤 숙박시설로 운영할 경우 1주일이면 월세를 낼 수 있다. 따라서 나머지 3주일은 그냥 남기 때문에 과태료를 내고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즈니스 호텔이 패러다임 바꾸나? 외국계 비즈니스 호텔 체인도 그동안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호텔업계의 패러다임까지 바꾸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비즈니스 호텔 체인으로는 베스트웨스턴(미국), 이비스(프랑스), 도요코인(일본) 등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지 가장 오래된 베스트웨스턴은 전 세계 80개 국가에 4000개 호텔을 가진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호텔 체인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트웨스턴’과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등 두 가지 브랜드로 진출했으며 서울과 인천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베스트웨스턴은 특히 로열티가 다른 호텔 체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정 기준을 갖추기만 한다면 회원 호텔의 특색과 경영권도 그대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다른 호텔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많고 숙박비도 10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 이비스는 소피텔 노보텔 등 다수의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코르 그룹의 브랜드다. 현재 전 세계 37개국에 750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 2개, 수원 1개의 호텔을 개관했다. 이비스는 객실 구조와 인테리어를 단순화해 관리비용을 줄였고 수영장, 주차 대행, 룸서비스 등을 없애 운영비를 낮췄다. 그 결과 숙박비 10만원 내외의 명동점의 경우 가뜩이나 낮아진 원화로 인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물밀 듯 밀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에 진출한 도요코인의 경우는 부산을 교두보로 하고 있다. 부산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도요코인은 일본에만 192개 호텔을 가지고 있는 호텔 체인으로 다른 비즈니스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싱글 룸의 경우 1박에 5만 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선랜, 동전 세탁기, 바지 다리미 등을 갖추고 있으며 김밥과 된장국 같은 아침도 제공해 서비스의 수준을 높였다. 현재 10여 개 수준인 이들 외국계 비즈니스 호텔 업체들은 앞으로 그 세를 더욱 불려갈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웨스턴은 앞으로 10년 안에 30개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도요코인이다. ‘도요코인 코리아’라는 한국 현지법인까지 설립해 앞으로 10년 내 60개점을 추가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heenyunk@naver.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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