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2
◆ Let's_스타트업 / (17) 부동산P2P '루프펀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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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충기 대표(왼쪽 첫째)와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첫 번째 사업이 24가구 목동 빌라 건축이었어요.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3주 걸렸죠. 대출해줄 사업자를 찾으려 30곳도 더 돌아다녔어요. 이게 불과 10개월 전 일이죠. 지금요? 30분이면 투자금 모집이 끝납니다."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 'P2P(개인 대 개인) 금융'이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수를 던진 이가 있다. 작년 9월 문을 연 루프펀딩의 민충기 대표(31)다. P2P 금융은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이다.
부동산 P2P가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크다. 사업자에게는 연 10~20% 중금리 대출을, 투자자에게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장한다. 대형 공사엔 관심이 없다. 100억원 미만 소형 주택사업을 겨냥한다. 이런 사업은 고금리 사금융이나 지인들 투자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민 대표는 "저금리에 갈 곳 잃은 투자금을 대출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연결시켜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라고 했다.
앳된 얼굴의 민 대표지만 이 바닥에선 짧은 기간에 산전수전 다 겪었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립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첫 직장이 골드만삭스코리아다. 정유·화학 부문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연구보조(RA) 시절 선배들 어깨 너머로 각종 금융상품 구조를 익혔다. 그 시절 돈이 주식시장에선 계속 빠져나가는데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시장에는 몰리는 것을 봤다. 그는 "부동산 펀드나 리츠 쪽이 유망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주저 없이 사표를 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4개월간 부동산 P2P 회사들을 바닥부터 훑었다. 벤치마킹업체 '펀드라이즈'를 비롯해 리얼티모굴, 프로디지네트워크 등을 쫓아다녔다. 미국시장 '열공'을 마치고 루프펀딩을 설립했다. 회사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공영준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송영석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골드만삭스 출신 3인방이 주축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수용 씨는 LG전자 출신이다. 모두 민 대표와 동갑내기들이다.
이들은 사업성 평가 모델 개발에 공을 들였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해 사업성평가 시스템으로 활용하는지 철저히 연구해 차별화된 모델을 개발했다. 루프펀딩은 경쟁 업체와 달리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후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수익률은 높지만 사업이 좌초했을 때 투자금을 날릴 위험도 그만큼 크다. 이런 리스크를 헤지하는 경쟁력이 루프펀딩만의 사업성 평가모델이다. 민 대표는 "이 사업의 핵심은 사업지를 잘 고르는 것, 또 리스크 관리를 얼마큼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인지 루프펀딩 실적은 고공비행 중이다. 지난 1월부터 총 34건(중복 모집 제외) 사업을 진행했다. 상환이 완료돼 마무리된 사업지가 5개다. 누적투자액은 326억원, 상환액은 55억원이다. 애초 투자자들에게 홍보했던 수익률 18%를 모두 지켜냈다. 이런 구조에서 '부도율 0%'라는 기록은 놀랍다.
수익은 대출 사업자로부터 받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대출금의 3~5%)에서 난다. 1호 사업지인 목동 빌라 사업부터 수익이 났다. 민 대표는 "사업지에서 분양이 잘되면 분양 수익으로 상환하고 분양이 더디더라도 건물만 완공되면 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수익이 짭짤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현재 3000명 가까운 회원 중 절반인 1500명이 실제 투자에 나섰다. 이 중 60%가 재투자를 했다. 사업지당 평균 모금액은 5억~15억원, 개인별 투자금액은 평균 500만원 수준이다.
다른 P2P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루프펀딩도 시작은 초라했다. 처음 사업자를 찾으러 다닐 때는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민 대표는 "미국 같은 선진국 사례를 설명하고 한국에서도 중금리 대출시장이 열릴 거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운도 좋았다. '재건축 광풍' 등 국내 부동산시장이 초기 안착을 도왔다.
루프펀딩은 지난 7월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새로 얻고 직원도 7명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투자금 50억원을 유치해 자본금도 늘렸다. 민 대표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나 온라인 리츠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판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후순위 채권 투자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보험상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민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과 실패가 '타이밍'에서 갈린다고 했다. 그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하면 때를 놓치고 만다"며 "생각보다 실행이 앞서야 성공하는 게 스타트업 생리"라고 말했다.
※ 본엔젤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알토스벤처스, 케이큐브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가나다순) 등 벤처캐피털 수석 심사역이 분석한 루프펀딩의 투자 매력도가 수요일(11월 9일자)에 이어집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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