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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불안한 세계…글로벌 갑부 새 피난처는 뉴질랜드. 주택 가격 전년비 약 12.7% 상승

Bonjour Kwon 2016. 11. 3. 21:26

2016.11.03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뉴질랜드가 가장 안전" 투자·이주 몰려…브렉시트에 英 이민자도 급증세]

 

"세계가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가 핵무기 표적이 아니고 표적에서도 먼 뉴질랜드로 떠난 이유다."

 

독일 출신의 인터넷 사업가 킴 닷컴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자신이 2010년에 뉴질랜드 영주권을 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닷컴은 한때 세계 최대 파일공유사이트로 이름을 날린 메가업로드의 창립자다. 지적재산권 침해, 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의 송환 압력을 받고 있는 그는 사치스러운 생활로도 유명한 인터넷 갑부다.

 

블룸버그는 3일 닷컴과 같은 엄청난 부자들이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피해 뉴질랜드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헤지펀드 도릭캐피털 설립자 마이클 녹은 최근 뉴질랜드 퀸스타운에서 5800마일(약 9334㎞) 떨어진 교외에 있는 집을 샀다.

 

빌 폴리 피델리티내셔널파이낸셜 회장 역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북부 와이라라파 지역에 고급 주택을 지어놨다. 줄리안 로버트슨 타이거매니지먼트 회장도 퀸스타운의 와카티푸 호반 근처에 있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비싼 골프장 2곳과 고급 산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러시아 억만장자 알렉산더 아브라모프와 할리우드 감독 제임스 카메론에 이르기까지 뉴질랜드 부동산을 매입하는 거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돈 많은 은퇴자들 사이에서도 뉴질랜드가 인기다. 중국 최대 부자인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뉴질랜드의 집을 사고 싶다"고 존 키 뉴질랜드 총리에게 말한 바 있다. 그의 지인 40명 중 절반 이상이 뉴질랜드에서 은퇴 생활을 한다고 현지 매체인 뉴질랜드헤럴드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과 테러 우려가 커지면서 남태평양에 외따로 떨어진 뉴질랜드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작용한 뉴질랜드의 고립성이 오히려 전세계적인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로서의 매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은 영국인의 뉴질랜드 이민 수요를 자극했다. 영국이 지난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치른 다음날 뉴질랜드 이민청은 영국인은 998명의 이민신청을 받았다. 같은 달 22일 109명의 9배에 이른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49일 동안 뉴질랜드에 이민을 신청한 영국인은 1만6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뉴질랜드 이민 가능성을 타진하는 미국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로 알려졌다.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잦은 총격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뉴질랜드는 최근 국제 설문조사에서 '살고 싶은 나라' 10위 안에 들었다. 뉴질랜드를 동경하는 이들은 민주주의와 반부패, 평화, 만족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지의 제왕', '호빗' 등 할리우드 대작의 촬영이 잇따를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도 뉴질랜드의 매력으로 꼽혔다.

 

뉴질랜드는 최근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은행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선정되기도 했다. HSBC홀딩스가 9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들은 뉴질랜드를 가장 살고 싶은 나라 2위로 꼽았다. 1위는 싱가포르였다.

 

거주 매력이 커지면서 뉴질랜드의 주택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동기대비 약 12.7% 상승했다. 오클랜드의 평균 주택가격은 2007년 이후 약 2배 가량 올라 100만뉴질랜드달러(약 8억3000만원)를 돌파했다.

 

뉴질랜드에서는 3년 동안 1000만뉴질랜드달러를 이 나라 자산이나 관련 펀드에 투자한 경우 최근 2년간 매년 44일 이상 뉴질랜드에 체류하기만 하면 영주권 자격을 얻는다. 영어를 못해도 되는 것은 물론 특정기간의 체류 의무도 없다.

 

데이비드 쿠퍼 말콤퍼시픽이미그레이션 고객 서비스 책임자는 "만일 세계 경제가 갑자기 악화돼 지옥 속으로 향한다면 사람들은 최선의 장소를 찾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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