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mland Fund/곡물사료 엘리베이터

해외 사료자원의 안정적 확보방안2010-05-12 대한양돈협회 월간양돈

Bonjour Kwon 2012. 10. 18. 14:15


해외 사료자원의 안정적 확보방안

1. 열악한 우리나라의 현실
 
세계적인 저명한 미래학자인 미국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식량 확보에 실패한 나라는 정부의 존립기반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이제 세계는 식량잉여의 시대가 끝나고 식량부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6.2%이지만 쌀을 제외하면 5% 내외에 불과하다. 사료용 원료의 자급률도 통계상으로는 15% 수준이나 소맥피나 대두박의 원료인 원맥이나 원두 등이 사실상 수입산 임을 감안하면 5%도 채 안 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소맥, 콩 등 식량자원의 확보와 함께 사료용 원료 자원의 확보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미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해 동물성 단백질의 수요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료원료를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사료용 곡물의 수입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몇 차례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에서도 경험했듯이 국제곡물시장의 수급 상황은 늘 불안한 상태를 보여주며 수급상의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사료업계도 미래를 대비하며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사료자원의 확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세계 곡물시장을 보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등 소수 농업선진국이 생산과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곡물 수출도 카길, 분게, ADM, 토파, 앙드레 등 몇 몇 미국 및 유럽계 곡물상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1970년대부터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일찍부터 국제곡물시장에 진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동해안이나 서해안 지역(PNW)에 곡물 수출용 엘리베이터를 확보하고, 자국으로의 수입은 물론 한국, 대만 등에 수출을 행하면서 비상시 우선적으로 자국 내 수요량부터 확보케 함으로써 식량의 안전보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젠노 등은 국제곡물시장에서 다국적 곡물메이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곡물 메이저로 성장하였다.
 
2. 불안한 세계 사료곡물 수급 현황
 
최근 발표된 미국 농무성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옥수수 파종면적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수확량도 해마다 증가하여 2009년 현재 3억2800만 톤을 생산해 냄으로써 사상 두 번째 높은 풍작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높은 생산성의 증가로 인하여 50%이상 생산이 크게 증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곡물 시장의 수급은 여전히 불안하다.
과거에는 생산, 기후, 수출 등이 곡물시장의 수급 불안정 요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에너지가격 및 에탄올, 그리고 투기성 자금 유입이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에탄올, 바이오 디젤과 같은 식량의 연료화가 진행되면서 점차 곡물 수요가 증대하면서 이제는 미국의 에탄올 용 옥수수 사용량이 전체 옥수수 수출량보다 더 커져 버렸다. 미국농무성의 전망치에 따르면 2009/10년 미국의 에탄올 용 옥수수 사용량은 1억 6백만 톤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한해 수출량인 6천만 톤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에탄올 용 뿐만 아니라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기 위해서도 많은 대두유 및 채종유가 이용되고 있으며, 에탄올 용 사탕수수의 이용도 증가하면서 국제 원당가격의 폭등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몇 몇 품목의 수급 불안은 소맥, 쌀 등의 다른 곡물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세계 식량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우리나라 사료 자원 개발 현황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국제곡물시장에서 사료원료의 저가구매를 통한 축산물의 가격안정에는 크게 기여해 왔으나 사료원료의 현지개발 수입이나 사료원료 수출국에서의 물류기지 확보를 통한 사료곡물의 안정적 확보에 있어서는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다. 석유나 광물자원의 경우 안정적 확보 차원에서 현지 투자를 통한 자원 확보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 왔음에도 축산 사료산업의 경우 장기간 지속된 저곡가와 수입개방에 따른 축산물의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에 밀려 식량안보 차원의 사료자원 확보전략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1970~80년대 초 몇 차례 곡가 폭등을 계기로 일본의 적극적인 사료 자원 확보 노력에 자극 받은 우리나라도 80년대 초 국내 종합상사를 통한 식량자원 확보를 유도하기 위한 종합상사 육성방안을 내놓기도 하였으나 직접적인 현지투자의 경우 위험부담에 비해 실리가 없다는 이유로 국내 종합상사들이 오퍼세일에만 머무는 소극적인 참여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또한 1980년대 초 정부와 민간기업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던 미국 워싱턴 주의 토바코 옥수수 농장 역시 한계지 개발에 따른 높은 생산비 부담과 국제가격보다 높은 옥수수를 수입 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해줄 국민적 컨센서스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오다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필리핀, 연해주, 남미지역의 농업투자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간헐적으로 있어 왔지만 그 때마다 늘 개방시대의 축산물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료곡물의 효율적 구매라는 실리에 밀려 국제가격보다 높은 생산비를 부담해가며 곡물을 현지에서 생산해서 수입해야 할 안정적 확보 차원의 접근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사료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료자원 확보 부문에 있어서는 조사료 원료자원의 소규모 계약재배 정도를 제외하면 현지개발 수입이나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는 거의 전무하였다.
 
4. 일본의 유통참여전략
 
한편 일본은 1960년대부터 종합상사들을 중심으로 식량안보차원에서 세계 곡물시장에 적극적인 참여를 시도해 왔다. 초창기에는 호주,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현지개발수입을 시도해 왔으나 인도네시아에 농장을 개설한 미쓰이(1968년), 이또쥬(1971년), 미쓰비시(1973년)와 호주에 농장을 개설한 스미또모(1970년), 미쓰이(1978년)등이 모두 현지 인프라의 미비와 병충해, 현지인들과의 마찰 등으로 실패를 경험한 후 생산은 현지인에게 맡기고 일본은 생산 후 유통단계에 참여하는 전략(Post Havest strategy)을 펼치고 있다.
그 같은 유통지배전략의 일환으로 주요 종합상사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내 주요 곡물생산지역에 생산지 엘리베이터(Country Elevator)와 미시시피강 하류(GULP) 및 서해안(PNW)에 수출용 터미널 엘리베이터(Terminal Elevator)를 확보함으로써 해외자원개발에서 물류시설투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고, 세계곡물시장에서 곡물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그 결과 2008년 현재 일본은 젠노 그레인(ZGC), 미씨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이또쥬 등이 세계곡물시장에서 곡물메이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의 사료곡물입찰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에 삼성, 현대, 대우, 선경, LG, 해태, 코오롱 등의 종합상사들이 곡물거래에 참여하였으나 주로 해외 곡물상들로부터 가격을 받아 전달하는 에이전트 역할에 머물다가 최근에는 그 마저 활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의 곡가 파동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물량을 감안할 때 일본과 같은 현지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는 재무적 손익을 떠나 식량의 안정적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다할만 한 엘리베이터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5. 사료 자원의 확보를 서둘러야
 
사료자원의 확보를 위해 국내부존자원의 활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국내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수입할 수밖에 없는 사료자원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해외 곡물시장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의 사료자원 확보는 단순히 기업의 재무적 타당성에만 맡겨 놓아서는 아니 되며 국가 식량안보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여 정부의 지원이 병행되어져야 한다. 기업의 애국적 비즈니스에만 기대서는 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에서 생산한 곡물을 반드시 국내로 들여와서 사용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반드시 국내 반입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제 3국에서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판매하다가 유사시에 국내로 반입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비상재고 개념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실제 동남아 저개발 국가의 경우 도로, 항만, 수송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생산 가공하여 자국시장에 판매하는 것 보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한국으로 반입하지 않더라도 해외농업개발투자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정책의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이제 우리나라도 곡물의 수입물량이나 국가 위상으로 볼 때 미국 등 곡물 수출국의 엘리베이터 투자나 동남아 지역과 같은 잠재적 농업생산 가능지역의 유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제곡물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 동안 국제곡물가격이 폭등할 때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오다가도 곡물가격이 안정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 왔으나 이제는 차분하게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해외 곡물 자원의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월간양돈 201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