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면 고령화 등으로 한국 대졸자 완전고용 가능"
"한국 공무원 열풍은 맥빠지는 소리"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은 최근 "일본 대졸자들의 취업 내정률이 10월 1일 기준 71.2%"라고 밝혔다. 1년 전보다 4.7% 포인트 높아진 것. 추세대로라면 일본 대졸자 올해 최종 취업률은 97.3%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과 비교하면 ‘일자리 천국’이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딛고 고용 천국이 된 원동력 중 하나가 2013년 초 시행된 ‘아베노믹스’(Abenomics)다.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다. 일본은 1995년 이후 21년 만의 최저 실업률(지난 6월 3.1%), 100%에 가까운 대졸자 완전고용 등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성과에 아베노믹스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아베노믹스를 설계해 일본 아베 총리에게 제안한 인물이 있다. 미국 예일대의 하마다고이치(浜田宏一ㆍ80) 명예교수다. 40년 넘게 도쿄대과 예일대에서 가르친 그는 “일본 20년 장기불황은 금융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공격적인 금융 정책을 주장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는 하마다노믹스이기도하다. 하마다와 1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한 아베 신조가 총리 자리에 올라 그의 이론을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하마다는 현재 일본 내각관방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과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jobsN이 전화 인터뷰했다.
◇ “한국도 5~6년이면 대졸자 완전 고용 가능하다”
-일본도 한때 취업이 어려운 국가 아니었나요.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실업률이 계속 올라갔고, 대졸자 취업률도 지지부진했습니다. 일본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ㆍ장기경기침체) 때문입니다.”
-아베노믹스가 반전을 이끌어 낸건가요.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수출을 늘리면, 고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을 실천하면, 최소한 실업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오랜 연구 끝에 발견했습니다. 정부의 효과적인 재정지출(fiscal policy)과 세금 감면도 고용에 도움을 주죠.”
-한국의 5~6년 뒤 노동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도 일본처럼 대졸자 완전고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노인이 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청년 고용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이런 추세에 아베노믹스가 더해 지면서 급격히 좋아진 겁니다.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일본을 닮아가고 있어요. 여기에 적절한 정책이 더해지면 완전고용이 가능해질 겁니다."
통계청은 지난 8일 '2015~2065년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올해(3763만명)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부터 크게 감소해, 연평균 34만명씩 줄어들 전망이다.
◇ 한국 “시장에 더 돈을 풀고, 고환율 정책 실천해야”
-어떤 노력이 더해져야 고용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중앙은행이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이라면 0%대 기준금리도 괜찮다고 봅니다. 흔들리지 않고 통화정책을 구사하면 실업률을 3% 이하로 떨어트릴 수 있다고 봅니다. ”
-또 어떤 정책이 있을까요.
“고환율 정책입니다. 원화의 평가절하(depreciation)를 통해 원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거죠. 수출과 고용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이 고환율 정책을 편 바 있습니다. 당시 원화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30% 평가절하되고, 엔화는 30% 평가절상됐죠. 한국이 수출을 크게 늘리는 데 많이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있습니다. 원화가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죠. 한국은 환율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 한국 주부들이 일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여성의 참여는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와 고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매우 높아 공격적인 통화·환율 정책을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가 견제하는 문제도 있다. 고이치 교수는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 “한국 공무원 열풍, 맥빠지는 소리”
고이치 교수는 “한국 공무원 열풍 소식을 들었다. 완전히 맥빠지는 소리(absolutely discouraging)”라고 했다.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한국이 일본의 잘못된 전통을 따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관료와 관료사회를 지나치게 존경하는 경향이죠. 전혀 생산적이지 않아요. 관련 교육은 암기 위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인재들은 창의적인 기술과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남들과 협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교사도 바뀌어야 합니다. 학생만 다그치면 안돼요. 교사 주장에 학생이 반론을 제기하고, 창의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일대 학생들 보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버려야 할 또 다른 일본 악습이 있을까요.
“연공서열제입니다. 일본은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호봉제를 기반으로 임금 시스템을 만들었고, 한국이 이를 따랐습니다. 오래 일한 선배에게 후배가 배우고, 그만큼 선배에게 더 주는 거죠.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에 익숙한 어린 친구가 더 많이 압니다. 오래 일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나이와 근속연수를 따르는 호봉제를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역량과 탤런트가 있고 상상할 줄 아는 직원에게 더 많이 보상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해요. ”
-일본의 대졸자 완전고용은 언제까지 갈까요?
“향후 2~3년, 아베노믹스를 유지할 때까지 갈 겁니다. 그 이후 어떻게 될지는 알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