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3
◆ 한국 큰손들의 2017 투자전략 / ⑤ 정진용 우정사업본부 CIO ◆
약 65조원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이 미국 가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줄곧 상승장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실적 대비 주가가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진용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장(CIO)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이나 달러화와 유가 흐름, 유로존 내 정치리스크 여파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이 가운데서도 미국은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고용·소비 개선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 단장은 이어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에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질 테지만 그 속도나 폭은 제한적이어서 미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어서 당장 투자를 확대하기보단 추후 조정장에 접어들었을 때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금융주와 같은 가치주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저금리에 장기간 저평가돼온 금융주가 트럼프발(發) 호재에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 향후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해외 대체투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시장 흐름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CMBS)과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채권(CLO)을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 꼽았다. 2015년 설립한 뉴욕사무소를 중심으로 우량 투자처 발굴에 적극 임하겠다는 각오다. 정 단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부터 손실 위험이 비교적 낮은 채권 중심으로 해외 투자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예금사업단은 지난해에만 CLO펀드에 6억달러(약 7200억원), 부동산 선순위 대출채권에 4억5000만달러(약 5400억원), 사모대출펀드(PDF)에 3억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금사업단은 올해 해외 주식·채권 투자와 국내외 대체투자에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예금사업단의 해외·대체투자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엔 이 규모를 거의 10% 늘리는 셈이다.
올해 자산배분 전략과 관련해 정 단장은 "예금사업단은 다른 기관투자가와 달리 조달비용이 낮아 연간 1%대 수익을 목표로 한다"며 "손실 위험이 낮은 안전자산 비중을 유지한 채 중장기적으로 해외·대체투자를 꾸준히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간 기대수익률이 2~3%대인 중위험·중수익 자산이 주요 타깃"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부동산 실물 투자 기회도 엿볼 계획이다. 예금사업단은 지난해 국제적 투자은행(IB) 나티시스의 프랑스 파리 사옥을 2300억원에 사들였다.
특히 예금사업단은 올해 국내 파생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 거래세(0.3%) 면제를 3년 만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차익거래란 주식의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가 클 때 그 차액을 얻기 위한 무위험 수익거래를 말한다. 올해 4월부터 적용되며 거래세 면제 대상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선물, 개별 주식 선물 등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전체 운용자산이 약 110조원에 달해 국내에선 국민연금(약 512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로 통한다. 사업별로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으로 나뉜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예금사업단의 운용자산은 64조2512억원이다. 이 가운데 채권 등 장기 보유 목적의 장부가 자산(45조4341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자 가능 금액은 18조8171억원이다. 그중 절반가량이 국내 채권(9조9160억원)이며 국내 주식(3조2572억원), 국내외 대체투자(2조9081억원), 해외 주식(1조4993억원) 순으로 구성돼 있다.
■ 정진용 예금사업단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제3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2002년 북대구우체국 국장을 시작으로 우정사업본부 예금과장, 재정관리과장, 예금사업단 금융총괄팀 팀장 등을 거쳐 제27대 경북지방우정청 청장을 역임했다. 2013년 8월부터 예금사업단 단장을 맡아 65조원에 달하는 운용자산을 총괄하고 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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