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4
"모든 도시, 모든 외국 수도, 모든 권력의 중심부에 새로운 포고령을 내린다"는 도널드 트럼프 취임사는 외계 사령관이 지구를 접수한 것 같은 어투다.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 경제는 최고로 좋다. 실업률 4.6%, 성장률, 금리 모두 만점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살육당했다(carnaged)"면서 "미국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건 포퓰리즘의 극치다.
그래서 '여기(미국)에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1930년 미국 최초 노벨문학상이 요즘 화제다.
버즈 윈드립이란 의원이 "나는 급격한 경제개혁을 하고 미국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독재자가 됐다는 싱클레어 루이스 작품이다. 트럼프를 히틀러에 비유한 경제학자도 있다.
트럼프의 취임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 찾으라면 그것은 보호(protect)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집었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회장, 장관들은 사장인 회사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착착 해치우며 기존 질서를 깨고 있다. 대기업이 해외로 옮기면 가만 안 두겠다는 '거래의 기술'을 휘두른다.
백악관이 내놓은 국정 6대 과제들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트럼프 정권의 명운이 갈릴 것이다. 트럼프는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가. 대선 출사표로 던진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 단서가 있다. 그는 "패를 보여주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에 "우리는 중국과 경쟁에서 나가떨어졌다. 중국은 우리 기술을 훔치고 일자리를 강간했다(rape)"는 거친 표현을 썼다. 시진핑이 백악관에 오면 만찬을 차려 주지 않겠다는 표현도 있다.
1872년 이후 145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이 가져가려 한다는 투키디데스적 위기의식이 트럼프의 심리 상태인 것 같다. 중국의 시진핑은 다보스포럼에서 "보호주의는 세계를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이라며 취임 사흘 전 트럼프를 겨눴다. 트럼프 취임사는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자로 만들어 주면서 우리의 부(富)는 사라져 버렸다. 보호주의가 우리를 위대한 번영과 힘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해 책임을 맡긴 피터 나바로는 비장의 카드다. 그의 책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에서 "중국은 환율조작, 보조금 등으로 전 세계를 말려 죽이고 있다. 미국 기술을 훔치는 스파이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초강경론자다. 미국은 중국에서 연간 3600억달러가량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나바로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율이 40%라고 주장한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볼 만하게 됐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한술 더 떴다. "중국은 인공섬을 불법으로 건설했으며 (미국은 중국이) 그 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중국 매체는 "대규모 전쟁을 한번 하자는 거냐(글로벌타임스)"고 격앙했다.
트럼프의 성질(temper) 자체가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이다. 그는 영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과 정상회담 일정을 짜면서 시진핑과는 연말까지 아직 계획이 없다. 한국에 대사를 언제 파견할지 말이 없다.
트럼프의 정책들은 슈거러시(sugar rush)에 자주 비견된다. 세금 감면과 SOC 건설을 위한 재정정책의 쌍둥이 부양책이 뜨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규제 완화, 금융, 에너지 정책들을 쉽게 해주면 경기가 반짝 살아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엔 좋지만 이내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달러 강세를 일으켜 시간이 지나면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죽여 결국 3년쯤 지나면 도로 황금시절은 간다는 시나리오다.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트럼프노믹스의 말로를 비운으로 그리고 있다. 시간이 결과를 말해주리라.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전략이라면 중국도 차이나 퍼스트(China First) 전략이 있다. 2025년 대체에너지 장비, 산업 로봇 같은 것은 세계 정상의 70~80%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상당 부분은 서방 기업을 인수해서 기술 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트론을 중국이 사지 못하게 최근 방해했다. 미·중 충돌은 어떻게 전개될까. 트럼프가 사업가 출신이라 완전히 판을 깨진 않을 것이란 점이 한 가닥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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