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1
◆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에게 듣는다 (下) ◆
지난해 출간한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41)가 예언하는 미래는 `구글`이 신(神)이 된 세상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인간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예측하게 된다면 인간은 빅데이터의 결정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류가 `빅데이터`라는 새로운 종교에 종속될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유발 하라리가 보내온 편지는 "신성한 권한을 갖게 될 귀중한 데이터를 구글과 바이두가 소유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의식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것이 인류의 숙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심지어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류를 역사상 최초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으로 구분되는 `생체 계급사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 당신은 데이터가 인간의 권위를 무너뜨린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한가?
▷ 충분한 데이터와 컴퓨팅 성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알고리즘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권위는 나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옮겨 간다. 알고리즘은 내 욕망을 이해하고, 내 결정을 예측하며, 나 대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단은 책 구매 같은 간단한 것에서 시작된다. 20년 전에 사람들은 서점에서 통로를 거닐며 마음에 드는 책을 직감적으로 선택했다. 이제는 아마존을 사용한다. 아마존에 접속하면 메시지가 온다. 나는 당신이 과거에 좋아한 책과 비슷한 취향의 책을 가진 이들이 산 책을 알고 있다고.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아마존 킨들은 당신이 책의 어느 부분을 빨리 읽고 느리게 읽었는지 모니터할 수 있다.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및 생체 인식 센서로 업그레이드가 되면 어느 문장이 심박수 및 혈압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이 당신을 웃고, 울고 화나게 하는지 책을 읽는 당신을 읽어낼 것이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결혼같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조차도 알고리즘에 의지할 수 있다.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나는 아마존에 질문할 수 있다. `아마존, 존과 폴이 모두 나를 좋아하는데 선택이 너무 어려워 누구를 고르는 게 좋겠니?` 아마존은 대답할 것이다.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알아. 데이트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원한다면 둘과 데이트할 때 누구에게 당신의 심장이 더 뛰는지도 알아. 당신뿐 아니라, 그들도 알고. 수십 년간의 통계를 바탕으로 할 때 87%의 확률로 존에게 더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해."
아마존은 완벽할 수 없다. 항상 올바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결국 삶의 가장 중요한 결정에 이런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 신작 `호모 데우스`에서 구글 신(神)의 위험을 경고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통제할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지구적인 규제가 필요할까?
▷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21세기에 데이터는 권력의 핵심이 된다. 민간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해선 안 된다.
특히 수백만 명의 인간에 관한 생체 인식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인류를 해킹하고 신체, 두뇌 및 정신을 조작하고 심지어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창조와 파괴의 신성한 권한(divine powers)을 가지게 될 값을 매길 수 없이 귀중한 데이터를 누가 소유할 것인가. 나는 구글과 바이두가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될까?
▷ 만약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면 기술은 당신을 섬길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기술은 당신을 노예로 만들고, 당신의 의지를 지배할 것이다.
― 구글 신의 세상에서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일까?
▷ 우리는 지능보다는 의식(consciousness)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뇌의 수십 억개 뉴런이 전하를 일으키는 것이 통증과 사랑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의 감각 같은 것이 어떻게 뇌의 전기적인 패턴으로부터 유래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의식을 연구할 때 우리는 의식의 신비를 부인하거나 또는 전통 종교의 교리를 맹목적으로 믿는 두 가지 극단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과학자들이 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영원한 영혼(eternal soul)`에 관한 기독교, 무슬림의 신화가 사실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원한 영혼`은 인간이 발명한 가상의 이야기이며, 허구의 이야기는 무지보다 더 나쁘다. 과학의 좋은 점은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모를 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나는 의식의 수수께끼를 연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 앤젤리나 졸리는 의학의 빅데이터에 의존해 자신의 미래 병을 치료하기도 했다. 의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생체 인식 센서는 의학 분야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아직도 수억 명의 빈곤층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수십 년 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 대통령보다 더 나은 의료를 제공받을 것이다. 병원을 만들거나 수백만 명의 의사를 교육시킬 필요도 없다. AI 의사는 정글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어도 24시간 365일 몸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다. AI 의사는 암이 처음 발생하는 순간 발견해낼 것이다. 그것도 쉽고 저렴하게.
또한 의학은 개념적 혁명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의학은 병을 고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1세기 의학은 점진적인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부자와 빈자 사이에 새로운 큰 격차를 열어놓을 위험이 있다. 병자를 치유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평등주의적이다. 대조적으로 건강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소수를 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초인간(superhuman) 엘리트`와 하층의 일반적인 `호모 사피엔스`로 나뉠 수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제적 불평등은 생물학적 불평등으로 바뀔 것이며,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차별화된 우수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최악은 우리가 새로운 의료 능력을 오용해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실수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우리는 우리 외부의 세계를 통제하고 전체 행성을 개조했지만 지구 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류의 실수가 생태계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미래의 인간은 신체와 두뇌를 통제하고 우리의 육체와 두뇌를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마음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의 변화는 우연히 전체 정신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위험도 있다.
― 당신은 여전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가?
▷ 매우 많다(Very much).
― `호모 데우스`를 기다리는 한국 독자에게 인사를 해달라.
▷ `사피엔스 : 인류의 역사`는 신과 돈, 평등과 자유에 관한 집단적 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정복했는지 설명했다.
`호모 데우스 : 내일의 간략한 역사`는 이러한 오래된 신화가 AI와 유전공학 같은 신기술과 결합될 때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야기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 자신보다 우리의 정치적 취향을 더 잘 알게 되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복지국가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을 구인 시장에서 몰아내고 막대한 새로운 `쓸데없는 계급`을 만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슬람은 유전공학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는 새로운 기술이 아닌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낼 것인가?
■ He is…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스라엘 히브리대에 재직 중이다. 2009년과 2012년에 `인문학 분야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폴론스키상`을 수상했다. 인류학, 사회학, 생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오랜 연구의 결과물인 `사피엔스`는 30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호모 데우스`가 영미권에서 지난해 9월 출간됐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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