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2
◆ 한국 큰손들의 2017 투자전략 / ⑧ 정두영 과학기술인공제회 C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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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글로벌 4차 산업혁명주(株)를 주목해야 합니다. 개인투자자들도 해외 주식 직구나 랩어카운트 상품 등 간접투자로 얼마든지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관련기업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정두영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 자산운용본부장(CIO)은 최근 서울 역삼동 공제회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올해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이 정보기술(IT)이었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기업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은 이미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과기공의 설립 목적과 부합해 과학인들의 복지 증진과 시장 저변 확대 차원에서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과기공은 올해 상반기 중 해외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실리콘밸리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등에 500억~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투자도 모색하고 있다. 현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은 뒤 국내 관련 기업 발굴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특히 과기공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산운용사인 쿼터백에 100억원을 위탁해 주목받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과기공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과기공은 지난해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사모펀드(PEF)에 15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그런 정 본부장에게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팁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지난해 6월 24일을 떠올렸다. 그를 비롯한 과기공 운용역들은 밤늦도록 퇴근도 못한 채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했다고 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변동성지수(VIX)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브렉시트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VIX ETF 수익도 늘어날 것이란 나름의 분석 때문이었다. 판단은 그대로 적중했다.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과기공은 120억원 이상을 벌었다.
과기공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프런티어'로 통한다. 새로운 투자 기회 찾기에 어떤 기관투자가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관 자금이 몰리는 부동산·사모투자(PE) 등 대체투자 시장에도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자산별 투자 비중을 보면 자산운용의 70% 정도가 부동산·기업금융·인프라와 같은 대체투자다. 해외 투자 비중도 다른 기관투자가보다 현저히 높은 45%에 달한다. 덕분에 2011년 1조원에 그쳤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조4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이는 국내 공제회 중 네 번째로 큰 규모다.
향후 자산배분 전략에 관해 정 본부장은 "대체투자와 전통 자산의 투자 비중은 큰 틀에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대체투자 부문에서 부동산과 기업금융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 인프라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과기공이 목표로 세운 자산별 투자 비중은 부동산 35%, 기업금융 25%, 채권 17%, 주식 13%, 인프라 10%다.
이처럼 과기공의 적극적인 투자 전략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과기공의 전체 운용 수익률은 6%대에 이르며 이 중 대체투자 부문에서만 6.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 정두영 본부장은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주택은행에 입사해 주로 주식 채권 등 자산운용 업무를 담당했다. 2001년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겨 투자운용부장, 자산운용본부장(CIO) 등을 거쳤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과학기술인공제회의 CIO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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