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부동산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① 日은 장기 디플레·中 센카쿠 보복… 도시재생으로 넘었다.올림픽까지 325곳 압축개발…도쿄대개조 스카이라인`천지개벽.

Bonjour Kwon 2017. 3. 9. 06:21

 

 

장기 디플레·中 센카쿠 보복…日은 도시재생으로 넘었다

최초입력 2017.03.08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① ◆

 

도쿄는 최중심부인 왕궁 건너편에도 초고층 빌딩 건설이 이뤄진다. 2014년 여름 공사 초기 모습. [매경DB]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지속된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선택한 대책이 `도시재생특별법`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 도시재생은 경제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개발의 최정점에 위치해 왔다.

 

2002년 도시재생으로 경제를 일으켰던 도쿄는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 취임과 함께 또 한 번의 도시재생 주도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일본은 중국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두고 엄청난 갈등을 빚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로 중국과 겪고 있는 갈등과 비슷할 정도로 상황은 험악했다. 일본 내에서도 대(對)중국 수출이 막히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 다시 침체돼 가는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아베 정권의 경제활성화 전략인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대규모 양적완화와 내수 살리기였고, 이 중 내수활성화는 `도쿄 대개조`를 목표로 한 대대적인 개발 프로젝트가 중심을 이뤘다. 이를 위해 도쿄와 수도권인 가나가와현, 지바현 지바시를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하고 규제를 확 풀었다.

 

아베노믹스가 곧바로 효과를 나타내 2011년 -0.1%, 2012년 1.5%였던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3년에는 2%로 돌아섰다. 양적완화를 통한 엔저가 가장 큰 힘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의 성과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내각부가 산출한 산업별 GDP 기여도를 보면 제조업은 2011년 19.8%였지만 2013년 19.6%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건설업은 같은 기간 4.9%에서 5.4%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5.6%까지 올라섰다. 대대적인 도시재생사업에 투입된 건설산업이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과 중국의 센카쿠 보복 등 대외 악재를 극복하는 첨병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도쿄의 도시재생은 기업만 배불리지 않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했던 서민들은 도시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돈이 돌기 시작하자 소비활성화로도 연결됐다. 특정 지역 한두 곳이 아닌 도쿄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개발이 이뤄진 만큼 도쿄 내 개발불균형 등 문제나 불만도 적었다.

 

이를 위한 일본 정부의 핵심전략은 민간의 힘을 빌렸다는 것이다. `UDC(어번디자인센터)`를 만들어 학계와 연계한 도시재생을 주도하고 있는 데구치 아쓰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의 도시재생, 경제발전을 주도한 것은 자기 땅을 가진 미쓰비시, 미쓰이, 모리 등 대형 부동산 디벨로퍼들이었다"며 "이들이 개발에 나서면서 소극적이던 관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학교도 뛰어들었으며 소규모 디벨로퍼까지 나서 동시다발적 프로젝트 가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도와 같은 `관(官)`이 주도하는 도시개발, 도시재생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도쿄의 성공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데구치 교수는 "한국에선 부동산 디벨로퍼의 존재가 강하지 않다. 지금부터 육성할 필요는 있지만, 그 전에는 돈과 기획력이 있는 민간 주체가 나서 개발을 하고, 서울시나 중앙정부는 이들이 개발에 나서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면서 민간에게 과도할 정도의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그것이 결국 일본 경제를 살렸고 지역의 발전을 통해 일반 시민들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도시의 심장, 즉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일반 주거지나 외곽지와 달리 파격적일 정도의 혜택을 주고 규제를 완화한 것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 도심은 역사문화유적들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아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이슈가 제기되지만 도쿄는 이를 현명하게 해결했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워낙 잦아서 내진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건물 최고 높이는 33m였다. 야스이 준이치 전 도쿄도 재생국장은 "옛 건물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도시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저층부 높이는 33m로 일정하게 맞춰 기존의 건물 형태나 의미를 보존하고 복원하면서 그 위에 고층부 건물을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맞은 후 다시 지은 도쿄역과 왕궁을 끼고 있는 마루노우치 일대는 높이 200m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곳으로 바뀌었다. 보행자의 눈높이에 있는 33m 이하의 저층부는 보존해 시민에게 돌려주면서도 개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 덕분이었다.

 

용적률에 대한 유연한 접근방식도 원칙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기부채납`에 대해 일본은 유연성을 중시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넓게 본 것이다. 시부야역 인근 히카리에빌딩의 경우 극장인 `오브`, 지역 주민을 위한 대규모 이벤트홀, 청년 예술가 양성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등을 포함시켰다. 모두 용적률을 올리는 기부채납으로 인정받았다. 도쿄도 관계자는 "일본의 전통예술인 가부키를 보여줄 수 있는 극장이나 공간을 만든다거나, 국제 비즈니스 기능을 건물에 도입한다거나, 지진에 강한 내진설계를 한다거나, 광장을 만드는 것 등 모든 게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공공 기여"라고 말했다.

 

ㅡㅡㅡㅡㅡ

 

 

도쿄올림픽까지 325곳 압축개발…스카이라인 `천지개벽`

최초입력 2017.03.08

도쿄도·철도회사·디벨로퍼 3대주체 대개조사업 추진

마루노우치·시부야지구 등 개발사업 80% 도심 집중

 

◆ '도시 르네상스' 열자 ① ◆

 

일본의 심장, 도쿄에선 지난 100여 년간 수없이 많은 도시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닛케이BP가 집계한 2014년 이후 2020년까지 준공되는 도쿄시 내 개발사업은 총 325개에 이른다.

 

이 중 면적 기준으로 약 60%는 2016년까지 3년 새 완공됐다. 나머지는 대부분 2020년 도쿄올림픽에 스케줄을 맞추고 있다. 면적 기준으로 80%는 신주쿠·시부야·미나토·주오구 등 핵심 도심권에서 진행된다.

 

도심 집중화 개발이며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다시 만들겠다는 시도다. 목표는 도쿄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대개조 작업은 크게 3대 주체가 이끌고 있다. 도쿄 전체를 관할하는 관(官)인 도쿄도와 철도회사계 디벨로퍼들, 그리고 부동산업 기반 종합 디벨로퍼들이다.

 

재생시대로 들어서면서 도쿄도의 역할은 민간의 힘과 지혜를 살리고자 최대한 규제를 풀어주고, 최소한의 감시·감독만 하는 쪽으로 바뀌고, 후자인 디벨로퍼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사업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지역들이 있다. 자신들이 실제 많은 땅을 보유한 '주력지구'가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을 개발하고, 운영·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대표 디벨로퍼 4곳은 도쿄역과 왕궁 사이 위치한 일본 제1업무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미쓰비시지쇼, 일본 최대 부동산 회사이자 니혼바시 지구에 기반을 둔 미쓰이부동산, 도심복합재개발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롯폰기힐스로 유명한 모리빌딩, 그리고 철도와 유통, 부동산업을 함께하는 이례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시부야의 도큐부동산 등이다.

 

우리로 따지면 광화문과 같은 도쿄의 마루노우치 지구의 재생사업은 대기업 기반의 부동산 디벨로퍼인 미쓰비시지쇼가 담당한다. 마루노우치는 일본 최고의 입지면서도 밤 시간대와 주말에는 '죽어 있는 도시'라는 것이 한계였다. 왕궁이라는 '불가침의 역사자원'으로 고도제한의 틀 속에도 갇혀 있었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법이 통과하자 미쓰비시는 도쿄도와 손을 잡고 과감한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면서 개조작업에 나섰다. 2002년 미쓰비시그룹 본사 건물인 '마루빌딩' 재개발을 시작으로 2004년 오아조 개발, 2007년 신마루빌딩, 2009년 파크타워, 2013년 중앙우체국 재개발, 2016년 호시노야호텔 오픈까지 큰 포석 속에서 체계적이고 연쇄적인 사업을 이끌어내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제업무지구가 된 것이다. 역사성과 공공성, 그리고 민간사업성 모두를 충족해내는 도시재생 성공지구가 됐다.

 

니혼바시를 개발한 미쓰이부동산 역시 대기업을 베이스로 한 디벨로퍼다. 창업의 땅인 니혼바시 지구는 에도시대 최대 번화가였지만, 근대화 흐름 속에 긴자와 마루노우치에 밀려 나날이 쇠퇴하고 있었다. 미쓰이는 이미 롯폰기와 마루노우치에서 입증된 지역 재생사업과 이 지구가 가진 콘텐츠적 장점을 결합해 재개발하는 식의 마스터플랜을 내놨다.

 

자신들의 본사 빌딩을 2005년 복합 재개발해 이 지역의 가치를 먼저 알리고, 이와 연계해 주변 상인 및 땅주인들과 협력해 '고레도' 시리즈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노인들만 찾던 이 지구는 고층 복합문화시설을 통해 에도시대 문화를 세련되게 반영하자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신했다.

 

중심부가 아닌 곳에서 지역 개발에 성공한 대표주자는 모리빌딩이다. 낡은 유흥가와 업무지구를 외국 기업과 인재들이 선호하는 국제업무지구로 성장시킨 결과가 롯폰기와 도라노몬이다.

 

모리빌딩은 미쓰이나 미쓰비시와 달리 부동산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기댈 그룹사가 없기에 지역주민을 끊임없이 설득해 땅을 확보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상품을 고민해 새로운 부동산 흐름을 창출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1986년 일본 최초의 복합재개발사업 아크힐스를 성공시킨 이후 2003년 롯폰기힐스, 2006년 오모테산도힐스, 2014년 도라노몬힐스까지 일관되게 복합개발과 타운매니지먼트라는 종합적인 개발 및 운영을 성공시켰다. 최근엔 도라노몬 지구에 도쿄도와 협업하여 60년간 집행되지 못하던 하네다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도시계획간선도로의 정비를 이끌어냈다.

 

시부야 개발을 담당하는 도큐부동산은 세계적으로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의 디벨로퍼다. 민간의 한 회사가 철도도 만들고, 신도시도 만들어 개발하며, 택지를 팔고, 쇼핑몰도 짓고, 주변부에선 임대 및 주거분양사업까지 모두 한다. 철도계 디벨로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도큐는 시부야역을 기점으로 수도권 동남부 요코하마와의 사이 교외지역을 사업 대상지로 한다. 우리의 분당·용인 축과 마찬가지로 도큐철도 축이 일본의 최고 부촌지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지역과 도심의 환승터미널역인 시부야역이 일본 최대 번화가이자 패션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도큐부동산은 도쿄 내 지역 간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2030년까지의 원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2013년 히카리에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재생사업을 추진해가고 있다. 또한 판교와 유사한 교외지구인 후타고타마가와 지역에도 라이즈프로젝트로 불리는 대규모 복합재개발을 통한 지역재생을 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