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을 말한다]⑭ 2017.04.04
- 9년간 중국 생활 끝에 `금감원 떼려치고 운용업계 발 디뎌
- 2주에 한번씩 中 찾아 네트워크 구축·투자소싱 기회 찾아
- 9월경 강서성철도프로젝트 투자 펀드 조성 예정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중국에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진출해 현지화돼 있는데 왜 유독 금융회사는 그러지 못할까. 국내 금융사들이 중국은 건너뛰고 동남아로 진출하는데 중국은 건너 뛸 그런 곳이 아니다.”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사진)는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11월에 설립된 작은 자산운용사가 국내 최초 중국 특화 운용사로 출발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2000년 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금융감독원에 16년간 근무하면서 대부분인 9년여를 중국에서 보냈다. 그 경험이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치열한 경쟁체제인 자산운용업계에 발을 들이게 했다.
◇ `中 인프라 투자기회 많아`..韓 자산운용사와 공동LP 참여 계획
이 대표는 중국 금융시장을 단순히 우리나라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싱가포르에 아시아본부를 두고 홍콩, 싱가포르를 통해 중국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면서 “우리는 이런 과정이 없고 우리 잣대로만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을 이해하는 범퍼 역할을 해 중국내 투자처를 발굴하고 이를 국내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표 투자처는 중국 인프라시장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기반한 철도, 지하철 등 인프라 투자에서 수익성이 커질 것이란 생각이다. 그는 중국을 아프리카에 비유해 “물소떼들이 너무 많다”며 “물소를 잡는데 치타 한 마리가 잡는 것보다 두 마리, 세 마리가 잡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인프라 투자와 관련 딜을 소싱(투자처 발굴)해서 오면 대성자산운용과 국내 우수한 자산운용사들이 공동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2주에 한 번 꼴로 중국 등을 찾아 관련업계 및 공무원을 만나 네트워크를 다지고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9월말쯤 설정 예정인 ‘한국대성강서성철도 전문투자형사모(가칭)펀드’가 대표적이다. 강서성(江西省) 철도건설 프로젝트와 상해화신투자그룹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 완공, 26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통상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로 진행, 민관합동으로 자금이 지원된다. 투자비용의 70%는 강서성이, 30%는 강서성이 100% 출자한 국유기업, 강서성철도투자그룹(강서철투)이 분담하는데 강서철투가 분담하는 7조9500억원에 장강흥철산업펀드가 4조2500억원을 지원한다. 대성의 사모펀드는 이 장강흥철산업펀드의 자금원이 되는 민생은행 투자금 일부인 2억달러, 약 2300억원을 투자하는 식이다. 8년 만기(2025년)로 연간 수익률은 5.3%(보수 차감후)가 예상된다. 8년후 자금을 엑시트할 때는 강성철투와 상해화신이 지급보증을 약정해 안정적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위안화대신 달러화로 투자하고 환헷지를 하지 않는다. 또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인 화샤싱푸(CFLD)가 주도하는 중국 징진지(베이징, 텐진, 허베이성)를 연결하는 두 개 철EH노선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도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 선진국 빌딩보다 70,80년대 지하철 투자가 더 안정적
이 대표는 “중국의 연 6.5% 경제성장률의 가장 중요한 축이 일대일로이고 그 방식은 지방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PPP방식”이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종합철도망을 건설하고 8년이내에 전국을 연결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인프라 투자에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주요 IB들이 참여하는데 한국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단 지적이다. 이어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선진국도 아니고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를 받을 수 있는 나라도 아니라 민간쪽에서 투자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운용사들이) 대체투자라고 해서 선진국 빌딩을 사서 임대하는데 향후 부동산을 팔 때 과연 적정한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라며 “그것보단 우리나라 1970,80년대 지하철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중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먹거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와 관련 중국의 보복조치 등의 영향에 대해선 피해를 보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나 문화 콘텐츠 등은 중국내에서도 대체가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에 피해가 있는데 반도체, 금융 등은 대체가 불가능해 피해가 없다”며 “중국 역시 한국 도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제재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규엽 대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약력
고려대 법학과 졸업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고려대 일반대학원 법학석사(금융법)
중국정법대학 민상법학원 법학박사(금융법)
북경대학 정부관리학원 박사과정수료(금융제도전공)
1990년 1월~2000년 1월 신한은행
2000년 1월~2015년 10월 금융감독원
현 국립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현 사단법인 중국 자본시장연구회 사무국장
현 한국예탁결제원 객원연구원
현 사단법인 한중법학회 상임이사
현 중국 산동성 웨이아이중재위원회 중재원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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