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4
올해 들어 국내 금융권이 미국의 가스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노후화로 인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계획이 미국 정부에서 적극 추진중이어서 투자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연간 5% 이상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 기업·우리은행, 농협 등 미 가스발전소 공격적 투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이 미국 펜실베니아주 페어뷰, 미국 뉴욕주 크리켓밸리 등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작년말 미국 펜실베니아주 마커스훅 에너지센터 투자의 성공사레가 회자되면서 금융권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미 페어뷰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국내 대주단 금융 주선을 맡아 1억5000만 달러를 대출하는 데 성공했다.
총 사업비는 미화 11억 달러(약 1조2300억원)로 대출금 5억7000만 달러 중 4억2000만 달러는 Credit Agricole, MUFG, ICBC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투입했고, 1억5000만 달러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신한금융투자, JB자산운용 등 국내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또 자본금 5억3000만 달러는 일본 오사카 가스(Osaka Gas)와 미국 GE 등이 투입할 예정이다.
2020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는 페어뷰 발전소는 미국 최대 단일 전력시장인 동북부 발전시장(PJM 시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1GW급 최신식 발전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후화된 석탄발전소가 많은 PJM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높은 이용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1월에는 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NH농협생명 등이 미국 뉴욕주에 새롭게 건설 중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크리켓밸리에너지센터에 총 2억 달러(약 2340억원)를 투자하는 약정을 맺었다.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이 연 15% 이상의 수익률을 노리고 지분(에쿼티)에 투자하며 NH농협생명은 중순위 대출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다. 기대수익률은 연 8%대다.
기업은행도 이 사업 그린필드(건설기간을 포함하는 전체과정에 대한 금융) 주선에 성공했다. 2억 달러 규모의 선순위 대출(연 4.5%)에 나설 방침이다.
1100MW 규모인 크리켓밸리에너지센터는 2020년께 가동 중단이 예정돼 있는 원전 2기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뉴욕 맨해튼과 롱아일랜드 지역 10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같이 연초 미국 가스발전소에 국내 기관들의 투자가 잇따르는 것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추진한 ‘청정에너지계획’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건설된 지 20~30년이 넘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미 정부의 중점추진 사업이어서 투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장기 사업으로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트럼프 정부도 이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 KB금융 계열사, 보험사 등 협업…‘마커스훅’ 투자 성공
이같이 미국 발전사업에 국내 금융권이 투자에 나선 데는 지난해 KB국민은행이 금융주선에 성공한 ‘마커스훅 에너지센터’ 사례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은행들과 공동으로 약 7500억원 규모의 미국 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선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발전·에너지 투자전문회사인 스타우드 에너지그룹은 미국 펜실베니아주 소재 790MW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마커스훅 에너지센터’를 약 8억 달러에 인수했다. 국민은행은 MUFG, Credit Agricole, ING Bank 등 글로벌 은행들과 6억6000만 달러 규모 선순위대출 투자자를 모집해 본건 인수합병(M&A) 거래를 지원했다.
국민은행이 주선한 대출금액은 총 2억 달러로, 5000만 달러는 국민은행이 직접 투자했으며, KB생명보험, 미래에셋생명, 신협중앙회,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KB자산운용 산하 설립된 1억5000만 달러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한국계 기업이 건설이나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순수한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는 시장 및 현지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열악한 네트워크 등의 한계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각축장인 미국 PF시장에서 KB금융그룹이 공동 주선기관으로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번 투자는 해외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국내 금융그룹들에게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주요 발전 프로젝트들을 이끌었던 경험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 주선기관으로서 KB금융그룹의 성과를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사례"라며 "특히 KB자산운용이 국내 투자자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설립하고, KB투자증권은 펀드 판매사 역할 수행, KB생명보험은 펀드에 투자 참여하는 등 계열사들이 원팀으로서 긴밀하게 협업한 것이 주된 성공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