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 (국내)

'완판 행진' 50조 몰린 부동산펀드…운용사만 배불리나?

Bonjour Kwon 2017. 4. 10. 07:46

2017.04.10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국내 공모 및 사모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올해 들어 50조원에 육박했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거둘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펀드 만기시에 보유 부동산을 손해 보고 팔 수 있는 데다,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차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따라 이런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49조2천43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4천91억원 늘었다. 가파른 증가세다.

 

부동산펀드는 국내외 부동산 또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법인이 발행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다. 최근 인기를 끌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 호주부동산 공모펀드'와 하나자산운용의 '하나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 이지스자산운용의 서울 강남 '바른빌딩펀드' 등이 모두 완판됐다.

 

부동산펀드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연 4~6%대의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공모형 부동산펀드 중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 1'은 올해 주당 4.28%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만기시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올라 있으면 이를 팔아 또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운용사는 펀드 만기 1~2년 전에 부동산 매각에 나서고 차익이 발생하면 이를 수익자들에게 나눠준다.

 

문제는 만기 때 보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거나 달러 가치가 오르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설정된 '하나UBS클래스1 특별자산투자신탁펀드'가 예시다.

 

이 펀드는 시행사인 파이랜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채권에 투자했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각종 비리로 사업이 좌초된 데 따라 큰 손실을 냈다. 투자자들은 수차례 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1년6개월에서 8년으로 연장하고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며 손실을 줄이고자 했지만 원금의 3분의 1가량만 회수할 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차손이 더해질 수 있다. 대다수 부동산펀드는 환헤지를 하지 않아 환리스크에 100% 노출된다. 현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환차손을 볼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 달러 강세 정도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말의 98.63에서 올해는 100 이상으로 올라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또 글로벌 금리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해외 부동산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

 

부동산펀드는 폐쇄형이라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까지 환매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투자자는 만기 전에는 증권 매매를 통해서만 펀드 투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데,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원금에 못 미친다.

 

1주당 5천원에 상장된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 1'은 지난 7일 3천88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 1'은 오는 2047년 만기가 돌아와 환매가 가능하다.

 

펀드 판매사들이 광고하는 안정된 수익이 보장된 쪽은 투자자가 아닌 운용사다. 운용사는 폐쇄형인 부동산펀드를 길게는 몇십 년까지 운용하면서 보수를 계속 받는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금리 인상 초입기에 접어들어 달러는 강세를 나타내고 부동산 가치는 떨어질 확률이 높아졌다"며 "이런 시기에 해외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펀드가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때 주변 부동산업계에 펀드 만기가 언제인지 다 소문이 난다"며 "매입자들이 펀드가 만기시 부동산을 처분해야만 하는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낮게 쳐줄 우려도 있다"고 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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