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9
‘선박, 항공기, 유전, 지하철, 광산, 예술품, 영화, 지적재산권, 인프라, 탄소배출권.’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에 갇힌 가운데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자산펀드는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모펀드에서나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특별자산펀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존 주식·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특별자산펀드는 대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펀드 순매도 흐름 속에서도 특별자산펀드는 나홀로 성장하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공모·사모펀드 통틀어 특별자산펀드의 순자산은 50조원을 돌파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월 40조원을 넘어선 지 1년여 만에 10조원이 불어났다. 초기 자산규모가 10조원에서 20조원이 되기까지 4년 94일이 걸렸지만 30조원까지는 2년 143일, 40조원까지는 1년91일밖에 소요되지 않는 등 그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6일 기준 52조2461억원으로 특별자산펀드로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특별자산펀드는 주식과 부동산을 제외한 항공기, 예술품, 선박, 지식재산권 등 특별자산에 펀드 재산의 50%를 넘게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투자 대상도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의 상품 개발도 쉽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투자대상 자산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게 어려워 폐쇄형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 운용 중인 특별자산펀드 가운데 폐쇄형인 사모펀드 비중은 91.1%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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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형보다는 해외형의 증가세가 빠르다. 2008년 9.7%에 머물던 해외특별자산펀드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29.7%에 육박하고 있다. 대체투자 펀드 가운데는 부동산펀드(54조2023억원)와 그 규모가 비슷하다.
상품의 투자 방식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항공기펀드는 펀드 모집기관이 비행기를 구매·리스해 운용하고자 하는 항공사에 자금을 빌려준 뒤 그에 대한 이자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때 항공사에 빌려주는 자금이 투자자들이 낸 투자금이다. 항공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항공기 사고나 항공사의 취항률이 떨어질 경우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영화나 공연에 투자하는 상품도 비슷한 방식이다. 작품 제작 과정에 투자하고 이후 수익이 발생하면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예술품이나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도 출시되고 있다.
특별자산펀드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58.5% 비중을 차지하는 인프라 펀드는 유료도로나 터널 등의 통행료 수익을 나눠주는 안정성을 장점으로 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수익률을 보전해주는 경우가 많아 원금손실도 발생하지 않는 상품으로 통했다.
하지만 특별자산펀드가 언제나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시 유의할 점이 있다. 보통 약정 투자기간이 길어 중도 상환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실물 자산 투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화 등 변동성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별자산펀드는 통상 연5∼8% 정도의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공모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으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분산투자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특별자산펀드는 대부분 사모펀드 방식으로 이뤄져 운용에 제약이 적고 규제가 느슨하다. 그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도 적을 수밖에 없다. 공모형 펀드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사모펀드에 여러 사람의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방식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투자 전에 위험요인과 시장상황 등을 잘 점검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도 특별자산 비중이 커짐에 따라 기관투자자를 겨냥한 발빠른 업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항공기, 선박 등 특별자산 관련 투자자문 업무를 부수 업무에 추가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특별자산에 대한 투자와 운영, 상품개발, 관리, 대출, 자금조달 등과 관련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는 금융당국의 인가 대상이 아니라 부수업무로 신청만 하면 된다.
특별자산펀드도 공모형과 사모형으로 나뉜다. 공모펀드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일반펀드처럼 가입하면 된다. 사모펀드는 주로 고액 자산가 위주의 폐쇄형 투자처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그 문호가 많이 개방돼 은행이나 증권사 PB센터 영업점에서 직접 상담한 후 투자할 수 있다.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고액 자산가 중심의 투자처로 인식됐던 특별자산펀드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모집기간이 짧고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주거래 점포에 투자의사를 밝혔다가 원하는 상품이 출시되면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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