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설립,매매

관가 '올드보이' 부동산펀드 잇단 노크 2012.12.31

Bonjour Kwon 2013. 1. 2. 08:41

이규성·이동호·강봉균 이어 김호식 전 해수부 장관 에프지운용 설립

 

업무경험, 넓은 인맥등 활용...부동산·특별자산펀드 시장 활약

과거 정부에서 장·차관 등을 지낸 고위관료 출신들이 잇따라 펀드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들은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일반 자산운용사가 아닌 주로 국내외 부동산 투자나 자산유동화부문에 특화된 전문운용사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관료시절 쌓은 업무경험과 인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위관료 출신들의 잇단 가세가 관련시장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전관예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김호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이사이자 주요주주로 있는 에프지자산운용의 본인가 신청을 의결했다. 장관 출신 인사가 직접 부동산 전문운용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김호식 전 장관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1회로 공직에 입문, 27년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후 관세청장, 국무조정 실장 등을 거쳐 노무현정부 시절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냈다. 2005년에는 제11대 국민연금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에프지자산운용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전문운용사로, 김 전장관은 펀드 운용 등의 실무업무보다 재경부, 해수부, 국민연금 등에서 쌓은 업무경험과 국내외 인맥들을 활용한 자금조달 및 해외영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지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KB자산운용에서 부동산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린 한미숙 상무고 김 전장관과 삼호개발, 임직원들이 주요주주로 있다.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등록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 회사가 본격 출범할 예정"이라며 "미국에 설립한 지사를 통해 선진국 부동산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건교부 차관 출신인 김대영 대표이사가 2010년 설립한 부동산 전문운용사다. 이 회사는 펀드시장 침체에도 설립 3년여 만에 1조원 넘는 부동산펀드를 설정하는 등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 2월에는 이우철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에서 코라콤자산신탁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관료 출신 경영진이 가장 많은 부동산신탁사 중 한 곳이다.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이 회장을 맡았고 대표이사 정준호 사장도 재경부 출신이다. 또 한정기 전 재경부 국세심판원장과 유지창 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 부위원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이밖에 이동호 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은 해외자원개발 전문운용사 RG에너지자원자산운용 회장으로 활동 중이고 재경부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 사무총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한 이영회씨는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 대표이사를 맡았다.

전문가들은 고위관료들이 부동산 투자나 자산유동화부문에 특화된 전문운용사를 선호하는 것은 관련시장의 전망이 밝기 때문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자산 매각 등 군살빼기가 본격화되면 관련시장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관료시절 업무경험 및 인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펀드와 달리 부동산이나 자산유동화부문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중요하고 인·허가 등 관련된 행정업무도 매우 많다"며 "관료 출신이라면 행정업무부터 자금조달까지 전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전관예우 등이 나타나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회사 내 고위관료들의 역할은 주로 대외로비"라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