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 IFRS17 도입으로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잔존만기 가중평균)을 맞춰야 자본변동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당장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감독회계인 신지급여력제도(RBC)를 충족하려면 부채와 자산 간 듀레이션 차이를 줄여야 한다. 부채(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가 늘어나는 데 맞춰 장기자산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해 감독당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게 된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장기자산운용 해야 하는데…
IFRS17의 골자는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다.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현재의 부채로 잡는 ‘기준’, 즉 금리를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회계장부상 부채를 더 크게 잡아야 향후에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 수준으로 불릴 수 있다. 부채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부채 변화에 맞춰 자본 변동성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금리 변화에 따라 한 해 차이로 우량한 보험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감독당국이 내년 신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도 보험사들이 장기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IFRS17에 따른 자본변동폭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신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차이가 클수록 RBC를 계산할 때 분모인 ‘요구자본’이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 만기는 20년 남았는데 투자자산 만기가 3년인 보험사와 6년인 보험사가 있다면, 자산 만기가 더 긴 보험사의 RBC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투자할 상품은 태부족
하지만 새 회계기준에 맞춰 보험사들이 장기자산에 투자하려 해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보험 부채의 듀레이션은 100년까지도 이어지는데, 한국에선 30년물 국고채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험사들이 해외 투자를 최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에 따르면 한국 보험사들의 해외투자 비중(총투자자산 기준)은 2012년 5%에서 지난해 12%로 높아졌다. 스텔라 잉 무디스 연구원은 “보험사들이 만기 불일치를 축소하기 위해 해외채권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해외채권은 국내 채권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고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외투자를 마음껏 늘릴 수 없다는 데 있다. 투자한도 규제가 깐깐하기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총자산의 30%까지만 해외 자산에 투자하도록 제한한다. 보험사의 파생상품 투자도 총자산의 6%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생상품 등 해외 투자를 통해 금리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신영/이지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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