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남은 과제는 '보완책'
정지혜 입력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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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첫 행보에 나섰다. 응급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의 ‘일시 가동중단’을 지시한 것은 에너지 수급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 오염도가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 축소 등 가시적인 조치에 나선 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저감으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석탄화력발전 축소로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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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축소 대응책 있나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기존 국내 발전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화력발전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전원별 전력 생산량에서 석탄(39.3%)과 원자력(30.7%)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아직까지 LNG(액화천연가스)는 18.8%, 신재생에너지는 4.7%에 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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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저히 낮은 것은 비용 문제와 무관치 않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1㎾h당 발전단가는 석탄화력 73.8원, 가스는 101.2원, 신재생에너지는 156.5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그만큼 높아지는 원가를 감당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조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0.2% 정도 된다”며 “600억원 정도로 한국전력이 자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소비자 부담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문 대통령 선대위는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 공약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전기요금이 25%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향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불가피하다. 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송상순 전문위원은 “현재로서 가장 큰 과제는 전기료 올리는 것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독일 같은 외국 사례를 보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기 위해 국민 동의를 얻어 인상된 전기요금으로 비용을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이어 신규 원자력·석탄화력발전소 20기 건설도 전면 중단 및 원점 재검토 될 예정이다. 계획됐던 이들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면 이미 공사·설계 등에 투입한 비용 수조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고 하지만 이를 추진할 구체적인 정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료 효율이 낮고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려면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하고 관련된 재정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한 세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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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공기 만들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 수업을 참관한 뒤 손팻말을 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세먼지 ‘그랜드플랜’ 있어야
에너지수급 정책만으로 미세먼지 오염도를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5년 연평균 전국 미세먼지(PM10) 농도는 48㎍/㎥, 수도권은 51㎍/㎥를 기록했다. 영국(40㎍/㎥)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간기준치(20㎍/㎥)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준인 50㎍/㎥에도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PM10 농도는 2001년 61㎍/㎥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줄었으나 2012년 이후로는 50㎍/㎥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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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한 것은 국민에게 확실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환경과 건강상의 편익을 경제 논리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 경유차량 대책 등 정책적 조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있느냐는 점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최근 중국 연구팀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것은 외국에서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공장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며 “미세먼지는 ‘네 탓’이라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해 협력해갈지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유차량을 줄여나가겠다는 문 대통령 측 대책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영국 등 유럽에서 경유차를 퇴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경유차가 아니라 유로6 같은 기준을 못 맞추는 차량을 퇴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없이 무조건 저감하겠다고 하면 결코 ‘30%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지혜·윤지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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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미세먼지 응급대책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
최초입력 2017.05.15 17:53:36 최종수정 2017.05.15 20: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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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8곳 다음달 한시 중단 내년부턴 3~6월 가동중단
10곳은 임기내 조기 폐쇄
◆ 미세먼지 대책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올해 6월 한 달간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의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을 방문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생활 속 대처 방법 교육을 참관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삼아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찾아가는 대통령`이라는 방식으로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경청하고 공공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데 이은 두 번째 민생 현장소통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을 6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하고 내년부터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적은 3~6월에 넉 달간 셧다운하는 것을 정례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삼천포 화력발전소 1·2호기 등 노후 발전소 10기를 임기 내 가급적 서둘러 모두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노후 화력발전소 중단 조치로 1~2%가량 미세먼지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는 총 59기다. 이 중 한국전력 산하 3개 발전 공기업이 보유한 10기가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전체 중 10.6%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염물질 배출량 비중은 19.4%에 달할 정도로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기구를 설치할 것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별도 지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봄철 석탄화력발전 일시 셧다운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 원점 재검토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원인 중) 중국에서 발생하는 것은 앞으로 중국에서 방지 조치를 취하도록 외교를 통해 해결하겠다"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대책 중 우선 대통령 지시로 할 수 있는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석탄화력발전소 숫자를 줄여나가고 경유 차량을 친환경 자동차로 바꾸는 등 근본 대책은 정부가 다 구성되면 종합적으로 계획을 세워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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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률 10%미만 火電 건설 재검토…에너지정책 틀 바뀐다
최초입력 2017.05.15 17:48:28 최종수정 2017.05.15 23: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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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火電 8기, LNG 대체땐 한해 600억 비용 추가 부담
전국 초중고 1만1000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 미세먼지 대책 / 정부 미세먼지 대책 어디까지 ◆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미세먼지가 찾아와 서울 강남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재훈 기자]
당장 다음달부터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매년 3~6월 셧다운 정례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기존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지침으로 평가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90% 이상이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먼지(PM-2.5)로 구성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됐지만 가동 중지 시 재가동까지 비용손실이 커 건드리기가 어려웠다. 기존에 산업계의 피해를 우려했던 `경제성 중심`의 관점에서는 실행되기 어려웠던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경제와 환경이 부딪힐 때 필요하다면 `환경 우선 정책`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법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업계 의견 조율 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정책이 전격적으로 발표돼 공무원들도 놀란 상황"이라며 "이번 발표를 기반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신규 발전소 원점 재검토 등 공약으로 발표된 미세먼지 대책들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경제성을 우선해 전체 생산량의 40%를 석탄, 25~28%를 원자력 등의 순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전력수요가 적은 봄철에는 값싼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우선 가동되고 친환경이지만 발전비용이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는 가동되지 않는다. 하지만 충남 당진 등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지역에서 발전소가 심각한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발간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봄철 전기 생산 우선순위를 `경제급전(경제성 우선)`에서 LNG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활용해 `환경급전(환경 우선)`으로 바꾸는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에는 `유류발전→석탄발전→가스발전` 순으로 가격이 싼 연료부터 구매하는 기존 전기 구매 방식(경제급전) 대신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가스발전→석탄발전→유류발전` 순으로 발전소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셧다운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려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래서 전력 비수기인 3~6월까지 4개월만 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 기간 석탄발전소 8곳 대신 LNG발전소를 가동하면 연간 발전 비용의 0.2%, 약 600억원 가량 발전 비용이 늘어나지만 이 정도는 한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 충분한 액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은정초등학교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을 방문해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 대책뿐만 아니라 초·중·고교 내 미세먼지 관련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국 초·중·고교 1만1000여 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며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전국 (모든 학교에) 모두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에는 대당 6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 전국 초·중·고교에 다 설치하려면 6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에 구애받지 않고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내 체육관 건립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로 체육수업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학교 여건에 따라 간이체육관과 정식체육관을 세울 수 있게 지원해 실내 체육 수업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교실과 체육관마다 공기정화장치도 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외교적 협력 및 국내 석탄발전소 감축, 경유차 규제 등 근본 대책은 정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 밖의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재검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 60%까지 유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여 신재생에너지 비중 2030년까지 20%로 확대` `개인용 경유 승용차 2030년까지 중장기계획 세워 퇴출` `대형경유화물차, 건설장비 미세먼지-이산화질소 동시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보조금 지원제도 시행` 등 공약을 제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전국 초미세먼지(PM-2.5) 배출기여도는 1위가 사업장(41%), 2위 건설기계(17%), 3위 발전소(14%), 4위 경유차(11%)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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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9기 건설 중단땐 전력예비율 `간당간당`…원전까지 중단땐 심각
◆ 미세먼지 대책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탈(脫)석탄 정책을 본격 가동하면서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발표된 매년 3~6월 4개월간 30년 이상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정례화와 노후 발전소 10기 임기 내 폐쇄는 시작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임기 내 석탄화력 발전량 30% 감축 및 액화천연가스(LNG) 전환과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 9기 원점 재검토 등을 공약한 바 있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15일 더불어민주당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석탄화력 발전량 30%를 감축해 원료단가가 높은 LNG로 전환할 경우 연간 1조3000억원가량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국전력의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기준 12조원에 달해 추가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서천 1호기, 강릉안인 1·2호기, 고성하이 1·2호기,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 등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 9기도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9기의 설비용량은 9050㎿ 수준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예비전력은 1만5100㎿(예비율 23.7%)를 기록했다. 전력 비수기인 봄철에는 평균적으로 20%대 예비율을 기록하며 예비전력은 1만~2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해 보면 최악의 경우 석탄화력 9기가 없다고 해도 전력소비 비수기 때는 예비전력이 더 많고, 대안으로 친환경 LNG 발전을 늘리면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폭염으로 전력소비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8월 12일에는 예비전력이 7212㎿(예비율 8.5%)까지 떨어진 바 있다. 여름·겨울철 전력소비 성수기 때는 공급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정전이 우려되는 `심각` 단계에 돌입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런 단순 계산법은 원자력발전이 예정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계산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공약대로 월성 1호기(700㎿) 등 노후 원전 수명 연장을 불허하고, 신고리 5·6호기(2800㎿) 건설도 중단하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