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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상가 권리금 폐지…■ 市, 20년만에 `임차권 양도·양수 금지` 입법예고. 상인들 강력반발.명동·강남 등 2788개 점포

Bonjour Kwon 2017. 6. 13. 06:14

2017.06.12

 

"시설비만 수천만원 썼는데 이제 5년내 점포 비우려면 권리금은커녕 위약금 낼판"

 

■ 市, 20년만에 `임차권 양도·양수 금지` 입법예고

 

 

앞으로 서울 명동·강남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2788개 점포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받고 임차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미 권리금을 내고 영업 중인 기존 입점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서울시와 `권리금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12일 서울시는 지난주 임차권 양수·양도를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20년간 임차권 양도를 허용해오다 갑자기 금지해 기존 보증금을 지불한 임차인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히면서 보상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례가 상위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 유권해석이 있었고, 감사원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해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도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많게는 수억 원대에 달하는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따라 해당 조례 11조 1항은 `조례에 따라 발생한 권리나 의무를 양도하고자 하는 자는 미리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에서 `타인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된다`로 바뀌었다. 시는 이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양수를 금지할 계획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권리금이란 게 애초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고,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서울시 소유 상가 시설을 임차하고 있는 상인들은 이를 전대하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 없다"며 "서울과 인천을 빼고는 모든 자치단체 조례가 이미 지하상가 등의 양도·양수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차 양수·양도가 금지되면 보통 5년 단위의 점포 계약이 만료될 경우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서울시는 2011년 최고가를 적어내는 곳에 지하상가 점포를 임대하는 경쟁입찰제를 시작했다.

 

지하상가 입점 상인들은 "이미 권리금을 주고 상가에 들어선 상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번 서울시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남의 일부 잘나가는 지하상가에서만 문제가 되는 권리금 문제를 모든 지하상가 소상공인들에게 적용하는 것도 서울시의 행정편의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나정용 주식회사 강남터미널 지하쇼핑몰 이사는 "이미 목 좋은 상가는 권리금이 최대 10억원까지 형성돼 있고, 대개 2억~3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여기 들어와 있는 사람 중 권리금으로 6억5000만원을 주고 매월 230만여 원을 월세로 납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월세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 권리금을 받을 방법이 없어 `멘붕` 상태"라고 말했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지하상가 중 장사가 잘돼 권리금이 있는 점포는 일부"라며 "양도를 통해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될 경우 빠져나갈 통로는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하상가 양도·양수를 인정하는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2015년 5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감사원·행자부 지적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유재산 중 지하통로는 행정재산이지만 지하점포는 일반재산이라며, 일반재산에 대해서는 양도·양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도 있었기 때문에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지하철 개통, 방공대피시설 설치와 함께 지하통로가 생기면서 형성됐다. 지하상가 대부분은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조성한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생겼다.

 

[김제관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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