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태양광·ESS·폐기물·연료전지발전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대변혁 환경·안전성 우선…에너지 안보·경제성 뒷전

Bonjour Kwon 2017. 6. 23. 14:06

 2017.06.02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대책으로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이로써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탈(脫)석탄과 원전 제로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석탄화력 발전량 30% 감축,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 9기 원점 재검토 등을 공약한 바 있다. 환경과 안전을 놓고 경제 논리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수급 문제,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탄·원전 축소…전기료 인상 불가피

신재생에너지도 기술적 문제 첩첩,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분야에도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석탄화력발전의 점진적 축소·폐기, 2040년 원전 제로 등의 정책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내놓은 ‘6대 에너지 정책’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의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LNG발전의 설비 가동률을 일정 수준(60%) 이상 유지하게 된다. 또한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2030년 2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이미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업무 지시를 통해 당장 6월 한 달 동안 30년 이상 노후된 석탄발전 7기의 가동을 중단시켰다. 내년부터는 3~6월 기간 중 노후 석탄발전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는 행정명령도 내렸다. 국내 에너지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새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적잖다. 사진은 인천국제항만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인천국제항만공사 제공>
▶발전원별 비율 변화 불가피

▷LNG·신재생 비중 늘어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린 석탄화력발전은 비중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 대통령 역시 “석탄화력발전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 국제 온실가스 감축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건설 중인 발전소라도 공정률이 10% 미만인 경우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충남 서천·당진, 강원 강릉·고성에 들어설 석탄화력발전소 9기 건설은 폐지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원전 비중 축소도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확률에 거는 에너지 도박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며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약 내용대로라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현재 공정률이 27%인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중단된다. 또한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는 폐쇄되고, 설계 수명이 다하는 원전들도 즉각 문을 닫는다.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추진된다.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투자해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전력량이 전체 전력 발전량의 20%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에너지 관련 세제 개편이다. 석탄화력발전의 원료인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높이고, 전기요금에 부가가치세 외에 별도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요금 인상 압박 커져

▷산업용 전기료부터 오른다

문제는 석탄화력 폐지에 따라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39.3%는 석탄이, 30.7%는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LNG 발전은 18.8%,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7%다. 하지만 공약에 따라 원전과 석탄화력 건설을 중단한다면 오는 2030년 원전 비중은 18%, 석탄은 25%로 떨어진다. 대신 LNG는 37%로 비중이 가장 높아진다. 석탄화력 발전단가는 원자력발전소보다는 높지만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 비해서는 싸다(박스 기사 참조). 결국 원가가 상승해서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기저발전 역할을 하고 있는 석탄발전과 원전의 비중 축소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제 전기요금이 최대 25%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에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에 따른 전기료 인상 부담은 0.2%(약 690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한전이 자체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매년 4개월씩 셧다운을 정례화하고 부족해지는 전력 공급을 LNG로 대체할 경우 연간 4000억원가량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이 추진될 경우 결국 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개편해 지금보다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를 일률적으로 올리면 중소기업들의 부담도 커진다. 전기 사용이 많은 기업들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감면 제도를 없애, 실질적으로 대기업에 부과되는 요금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요금 인상을 도모할 수는 있다”고 전했다.

KDI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의 큰 틀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원전·석탄과 신재생에너지 사이에는 발전단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한데 이를 어떻게 추진할지가 관건”이라 꼬집었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난관에 부닥칠 것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국내 에너지 공급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4.5%지만, 이 중 80% 이상이 폐기물이나 바이오 연료를 통한 발전이다. 태양광, 풍력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는 1%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효율이 떨어지고 발전비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가 단기간에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다.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 지배적이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 비수기인 봄철에는 평균적으로 20%대 예비율을 기록하며 예비전력은 1만~2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최악의 경우 석탄화력 9기가 없다고 해도 전력소비 비수기 때는 예비전력이 더 많고, 대안으로 친환경 LNG 발전을 늘리면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폭염으로 전력 소비량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 12일에는 예비전력이 7212㎿(예비율 8.5%)까지 떨어졌다. 여름·겨울철 전력소비 성수기 때는 공급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지난 정부들에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화력 유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고수해왔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에너지 계획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얼마만큼 빨리 발전할 것인지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비율)를 조정한 다음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며느리도 모르는 발전단가

원전이 가장 경제적? 외부 비용 따져봐야

에너지원의 경제성을 비교할 때 핵심은 발전 정산단가다. 보통 1㎾h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드는가를 나타낸다. 발전 정산단가가 낮을수록 더 적은 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이므로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발전 정산단가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원자력이고 이어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신재생에너지순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 정산단가는 원자력 67.9원/㎾h, 유연탄 78.1원/㎾h, 무연탄 88.7원/㎾h, LNG 100.1원/㎾h, 석유 109.5원/㎾h이다(2016년 기준). 원자력이 가장 저렴하다는 건 원전 존치론자들의 핵심 논거로 사용된다.

그러나 에너지원의 경제성을 비교하려면 발전 정산단가는 물론, 해당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외부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령 원자력 발전 연료인 우라늄의 채취·수송·관리·폐기, 원전 사고에 대비한 각종 안전장치, 환경오염, 나아가 원전 개설까지 주민들이 반발하고 이를 설득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 등이 모두 원자력의 외부 비용에 해당한다. 이런 외부 비용은 너무 방대하고 정량화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더 연구가 필요하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전비용검증워킹그룹을 만들어 2차례나 원자력의 외부 비용 측정을 시도했다. 유럽위원회(EC)도 현재까지 에너지원에 대한 외부 비용 평가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처 간, 연구자 간 이견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국책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자체 조사한 외부 비용이 서로 안 맞는 등 문제가 많다”며 “에너지원의 경제성을 따지려면 외부 비용에 대한 정확한 평가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김병수(팀장)·김경민·노승욱·김기진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10호 (2017.05.31~06.0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