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태양광·ESS·폐기물·연료전지발전

신한 '태양광 펀드', 국내 EPC업체 구세주 되나 에쿼티부터 선순위·후순위대출까지 일괄 지원…

Bonjour Kwon 2017. 6. 23. 15:40
  • … 국내 업체의 일본 진출 물꼬 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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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창 기자  |  공개 2014-10-08 0
신한금융 그룹의 일본 태양광 펀드 결성이 임박함에 따라 국내 태양광 발전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들의 일본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신한금융 그룹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지분(Equity) 투자는 물론 선순위와 후순위 대출까지 패키지 지원에 나섬에 따라 일본 금융시장의 배타성으로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EPC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운용사로, 이달 말 3000억 원 규모의 '일본 태양광 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 펀드는 일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 투자와 후순위 대출을 목적으로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펀드를 통한 투자 외에 필요할 경우 일본 현지법인인 SBJ(Shinhan Bank Japan)를 통해 선순위 대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 사실상 전방위 금융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태양광 펀드 조성을 지난해 말부터 준비해왔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상태에서 은행과 증권업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사에 대체투자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전략을 고심하던 신한금융 실무진들은 일본 태양광 발전 시장에 주목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도입했다.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 태양광 발전 설비를 건설하면 20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 업체들의 일본 시장 진출은 쉽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 설비 건설을 위해서는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를 지출해야 하는데, 폐쇄적인 일본 금융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에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이 한국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 금융시장의 금리가 국내보다 현저히 낮아 국내 자금을 활용해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실무진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국내 은행 중 일본에 은행 형태의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둘 뿐이다. 다른 은행들은 모두 지점만 갖고 있다. 즉 신한은행은 일본 은행들과 대등한 조건의 금융서비스를 국내 업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 실무진들은 국내 태양광 발전 EPC업체들의 경쟁력도 점검했다. 기술력이 충분히 높아 금융지원만 확실히 해주면 일본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일본 발전설비 업체들은 풍력 설비 기술력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태양광 기술력은 낮은 편"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일본 업체대비 낮은 가격에 고품질 설비를 건설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설명했다.

사업성을 충분히 확인했지만 신한금융 실무진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선뜻 출자에 나설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해외투자인데다, 에쿼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라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장기 인프라펀드라 투자금 회수(Exit)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들 때문이다.

신한금융 실무진들은 이 때문에 펀딩에 나서기 전 꼼꼼히 대안을 마련했다. 펀드 규모를 2000억 원 수준으로 설정한 뒤 35~40%에 해당하는 출자액을 신한금융 그룹 계열사들이 책임지기로 했다. 일본 현지의 SBJ를 통해 선순위 대출도 지원하는 패키지 파이낸싱을 약속했다.

펀드 결성 후 투자할 발전 프로젝트도 미리 발굴해 블라인드 펀드의 약점을 없앴다.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총 8개의 투자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발전용량은 250MW 수준이며, 1kw당 36~40엔 가량의 판매가 가능한 발전 사업들이다. 태양광 모듈의 가격 인하로 일본 정부가 해마다 전력 매입단가를 낮추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리 고가 판매가 가능한 프로젝트들을 확보해 둔 셈이다.

신한금융 그룹이 이미 해외에서 국내 EPC업체들과 함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수행한 트랙레코드가 있다는 점도 LP들에게 어필됐다. 신한금융그룹은 한화 큐셀과 함께 포르투갈에서 1억 달러 규모의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도 관련 투자를 진행한 적이 있다.

신한금융 실무진들의 이런 노력은 결국 빛을 발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펀딩 과정에서 당초 목표보다 1000억 원 이상 많은 자금이 몰리며 오버부킹됐다. 결국 신한금융그룹은 펀드의 약정 규모를 3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일본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1건 당 펀드 자금 300억 원, 선순위 대출 700억 원 등 총 1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펀드의 투자 건수를 10건 정도로 잡고 있으니 국내 EPC업체 입장에선 총 1조 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열린 셈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 자금을 국내 EPC업체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에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 CNS, 한화 큐셀, 한전KDN, 포스코ICT, 현대오토에버 등이 일본 태양광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을 얻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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