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新시장을 열다]
파이낸셜뉴스 2017.07.11
(상) '4차산업혁명 에너지 프론티어' 한전의 변신
몽골 태양광.풍력단지서 한.중.일로 전력 공급 구상.. 손정의 회장과 사업 합의
청정에너지 비율 더 늘려 국제 기후변화협약 동참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탈원전.탈석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고효율.저탄소 청정에너지 체계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내 대표 에너지기업 한전은 지속가능한 미래형 에너지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발전 5개사도 잇따라 청정에너지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에너지 공기업의 발빠른 변신과 전략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한전이 '에너지 자립섬'을 목표로 전력을 자체 생산·저장·공급하는 독립형 전력망(마이크로그리드)을 구축한 전남 가사도의 모습.
한국전력공사 조환익 사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만났다. 손 회장은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지능로봇.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 미래기술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인이다. 두 사람은 이번에 만나 "에너지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자"며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추진에 우선 합의했다. 슈퍼그리드는 2개 이상 나라가 거대한 전력망으로 연결해 에너지를 공유하는 네트워크 체계다. 몽골에 태양광.풍력단지를 짓고 이 전력을 중국.한국.일본 해저 전력망으로 연결해 공유하는 식이다. 미세먼지 감축과 온실가스 저감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동북아를 에너지 네트워크로 연결하자는 게 큰 그림이다.
한전의 사업모델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기 도매 사업자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스마트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조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전기를 팔아서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며 신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비전이자 전략은 '업(業)의 변화, 파괴적 혁신'이다. 에너지 프론티어로의 변신이다.
■한전 '스마트에너지' 기업 도약
조 사장은 "한전은 앞으로 전기(판매)만 갖고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근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역대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런 전력사업 호황이 지속되기 어렵다. '호황일 때에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수의 유럽 전력회사들도 변신에 실패하면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환경 급변과 기술 진화에 한전이 스스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방법은 한전의 강점을 살리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KEPCO(한전의 영문 사명) 4.0 프로젝트'다. AI,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분야별 9대 전략과제를 담은 프로젝트로 차세대 융합기술과 신사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이다. 스마트홈,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디지털변전소,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한전 김동섭 신성장기술본부장은 "한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스마트 에너지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다. 단순한 전력공급회사를 넘어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유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가치창조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한전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기존 전력시스템의 파괴적 혁신을 추진한다. 차세대 SCADA(원격감시제어시스템), DAS(배전자동화시스템) 등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을 위해 한전만의 특화된 플랫폼 운영체계(OS)를 개발한다.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편리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빅데이터를 공유자원으로 활용한다. 한전이 보유한 전국 900만개의 전신주(기지국), 연간 3조3370억건의 빅데이터를 스마트 에너지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청정에너지 확대.일자리 창출 기여
한전의 본격적인 미래 사업 설계와 투자는 지난해부터였다. 그런 사이 지난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국가 에너지 정책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새정부는 석탄.원전 중심의 에너지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해 저탄소.고효율 에너지구조로 전환한다는 게 큰 방향이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한다. 온실가스 감축 등 국제 기후변화협약에도 적극 동참한다. 이같은 신에너지정책은 새정부의 주요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한전은 국가 에너지산업 변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김동섭 신성장기술본부장은 "에너지 신산업은 융합형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변화의 속도도 무척 빠르다. 에너지 신산업은 꼭 필요한 만큼의 전력 생산과 생산량에 맞춘 전력사용으로 잉여전력의 낭비가 없다.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감소를 가능하게 하는 효율적"이라고 했다.
미래사업 성공을 위해선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필수다. 한전 조 사장은 "에너지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년까지 총 8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전기차 인프라의 핵심인 충전소를 올해 300곳 추가 구축한다. 4000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홈 충전 사업도 전개한다. 한전의 종합에너지관리시스템(K-iEMS)에는 향후 10년간 5000억원을 투자한다. 민간기업(LG유플러스)과 에너지효율화 협력 사업으로 K-iEMS 2000개소를 새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AMI)는 2020년까지 2250만호에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330만호에 이어 올해 450만호를 추가로 구축한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을 조성하는 마이크로그리드(독립 분산형 전원시스템) 사업도 확대한다. 울릉도 및 5개 도서(거문도, 조도, 덕적도, 추자도, 삽시도)에 풍력,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추가 구축한다. '학교 태양광' 사업도 2020년까지 전국 2500개 학교에 총 300MW 구축이 목표다. 올해는 총 887개 학교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예정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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