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기숙사펀드' 뭉칫돈 빨아들인다2013.03.05

Bonjour Kwon 2013. 3. 6. 08:52

2013.03.05 03:06

[저금리 시대 부자들 新재테크]

 

430억 끌어모은 기숙사 펀드 기숙사비로 수익 내는 구조
휴대폰 채권 펀드도 인기몰이
2000억 몰린 인컴펀드 주목… 채권·부동산에 골고루 투자"아, 옛날이 정말 좋았네요. 은행 예금만 해도 충분했는데…."

4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골드클럽 PB센터. 이날 정기예금 만기가 되어 PB센터를 찾은 60대 중소기업 A사장은 통장을 손에 쥐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A사장은 "지금 예금에 맡기면 이자가 3.1% 정도라는데 도무지 재예치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며 "예금 말고 괜찮은 대안상품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상담 직원을 채근했다.

강지현 골드클럽 센터장은 "요즘 A사장처럼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고객들이 다양한 투자 상품에 입질하기 시작했다"면서 "예금보다 1~2%포인트만 수익이 높아도 감지덕지하면서 돈을 맡긴다"고 말했다.

서서히 옥죄어 오는 저금리에 거액 자산가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거금을 굴리는 만큼 투자 감각이 남다른 자산가들은 요즘 같은 저금리 암흑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위성호 신한은행 WM그룹 부행장, 이형일 하나은행 PB본부장, 방영민 삼성증권 SNI본부장 등 3개 대형 금융기관의 PB센터 수장에게 자문해 최근 큰손들이 관심 갖는 금융상품과 앞으로 유망해 보이는 투자상품에 대해 알아봤다.

◇0.5%P차이에도 뭉칫돈 움직여

지난 1월 신한은행이 출시한 기숙사 펀드는 단숨에 430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지방 국립대가 기숙사를 짓는 데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 이자 대신 학생들이 내는 기숙사비로 수익을 내는 상품인데 1년 확정금리로 3.75%를 지급하는 펀드이다. 예금과 같은 원금보장형 상품은 아니지만 우량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해서 원금 손실 위험을 거의 제거했다는 점이 인기를 끈 비결이었다. 위성호 부행장은 "요즘은 노마진으로 해도 은행 예금 금리가 3.1%밖에 안 된다"면서 "이자가 워낙 낮아지다 보니 3%대 후반 수익이었지만 고객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또 틈새상품으로 휴대전화 단말기의 할부대금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 들어올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금과 이자가 수익이 되는데, 예금 이자를 웃도는 연 6%(만기 3년 9개월) 수익이 예상되면서 작년 한 해에 2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환매 광풍에도 2000억원 몰린 인컴펀드

최근 금융가에 쏟아지는 신상품 중에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일명 '인컴펀드'다. 인컴펀드란, 채권이나 부동산투자신탁(리츠), 고배당주, 우선주 등에 골고루 투자해 정기적으로 수익이나 이자·배당 등을 얻을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말한다. 통상 펀드는 자산 가격이 크게 올라 자본 이득(capital gain)을 취하는 것이 목표지만, 인컴펀드는 채권 이자나 배당 수익 등 꼬박꼬박 나오는 현금 흐름에 주목한다. 국내보다는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형일 PB본부장은 "과거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봐서 트라우마(상처)를 갖고 있는 고객들은 여전히 적극적인 투자를 꺼린다"면서 "마음이 절반쯤 열린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가는 징검다리 상품으로 인컴펀드에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상승해 수익이 나서 환매한 투자자들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관망하면서 대기하던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추세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는 환매가 계속되고 있지만, 인컴펀드에는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해외자산 투자가 승패 가를 것

방영민 삼성증권 SNI본부장은 저금리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 시장을 주목하면서 브라질·멕시코 등과 같은 신흥시장 국채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라고 조언했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이웃 일본 시장 상황에 착안해 브라질을 비롯, 멕시코·터키 등에 이르는 다양한 신흥시장 국채를 선보이고 있다. 방영민 본부장은 "멕시코 국채의 경우 세후 연 4%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만약 향후 예금 금리가 연 3%대에서 2%대로 주저앉으면 상대적으로 고수익 매력이 부각되면서 자금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