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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내달 본입찰 진행…매각 늦어질수록 기업가치 '뚝

Bonjour Kwon 2017. 12. 20. 08:20

 

2017.12.19

 

2조원대 몸값 국내 소화 어려워지면서 CSCEC 가능성 커져

"이번 기회 놓치면 매각 힘들어…내년 상반기 클로징 목표"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해를 넘겨 내달 중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예비 인수후보자(숏리스트)들이 실사 마지막 단계인 경영진 프리젠테이션(PT) 연기를 요청하면서 일정이 순연됐다.

 

일각에선 대우건설 매각이 이번에 불발되면 앞으로 수년간 매각 작업을 재추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2조원대의 몸값을 지불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이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이다. 매각 실패가 계속될 경우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19일 투자은행(IB)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다음달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중 매매대금 수령을 완료할 방침이다. 거래 대상은 산은이 사모펀드 KDB밸류 6호를 통해 소유한 보통주 50.75%다.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2조4148억원이다.

 

숏리스트에 오른 3곳은 국내 호반건설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사 PAG(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써낸 희망 매각가는 1조4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2조원 안팎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각공고 시점 7000원대 주가(지분 50.75%)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한 수치다.

 

IB 관계자는 "숏리스트와 산은의 매각가 차이가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SOC 예산 축소와 건설경기 악화 전망에 부동산 규제가 산적해 있어 이번에 대우건설이 매각되지 않는다면 새주인 찾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이번에야 말로 장기 안정적 경영을 해줄 주인을 찾아 매각 반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게 건설업계의 분위기다. 쌍용건설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2007년 매각작업을 시작해 7년 동안 새주인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2015년 두바이투자청(ICD)이 뛰어들면서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ICD는 자회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칼리파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ICD에 매각된 이후 쌍용건설은 2015년말 ICD가 발주한 2조원에 가까운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매각 평가요소는 가격이 아닌 선진 경영시스템과 발전 가능성"이라며 "돈을 빌려서 인수하는 국내 업체보다는 자기자본이 풍부하고 공사물량이 안정적인 해외 자본이 인수하는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유출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데 쌍용건설의 사례를 보면 알지 않느냐"며 "건설은 인력이 중요한만큼 매각이 늦어질수록 구조조정 등으로 일할 사람이 빠져나가 회사가 망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2개월여 동안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로부터 경영 진단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현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역량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거쳤다. 또 5년간 중장기 국내 및 글로벌 건설시장을 전망해 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개발했고 지난 8월말 조직개편까지 끝냈다.

 

종전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을 현재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바꾼 당시 조직개편은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진행됐다.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를 통합해 주택건축사업본부로 재편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자체 역량만으로 성장하면서 글로벌 환경 변화 대응에 미진한 측면이 있던것 아니냐는 자성 목소리가 있었다"며 "경영 혁신으로 습득한 글로벌 사업 역량을 국내와 해외 현장에 반영해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숏리스트에게 강조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807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 )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2% 늘었고 연초 계획했던 7000억원의 83%를 달성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8조8522억원, 순이익은 411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 260.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