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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꿈 ‘옴니채널’ 시작부터 ‘삐걱’

Bonjour Kwon 2018. 1. 8. 15:27

롯데그룹의 꿈 ‘옴니채널’ 시작부터 ‘삐걱’

말 뿐인 당일 픽업·상이한 상품 가격·수령 과정 등 문제점 드러내

조호윤 기자 (hcho2014@ebn.co.kr)

등록 : 2015-03-19 05:07

▲ 롯데스마트픽 홈페이지 화면 캡처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의 미래 전략 중 하나로 제시한 ‘옴니채널’ 프로젝트가 아직은 미완의 서비스로 제자리를 잡지 못 하고 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은 ‘옴니채널’을 새로운 사업기회이자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혁신 모델로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롯데그룹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8천억원이 많은 7조5천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로 결정한 것도 경기침체 속에 ‘옴니채널’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가 사업부문별 투자에서 유통에 가장 많은 3조4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옴니채널 구축에 대한 투자가 더해진 결과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옴니채널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옴니채널’이란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을 결합한 신유통 모델로, 고객들이 시간과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시스템이다.

‘옴니채널’ 프로젝트 일환으로 롯데백화점은 온라인몰인 롯데닷컴과 연계해 본점에 ‘롯데 온라인 픽업서비스 전용 데스크’를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오는 4월에는 전 상품에 대한 픽업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며 “현재 등록된 상품들은 브랜드매장 매니저들이 인기상품 위주로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0시 이전 주문’ 당일 픽업이라더니…

서비스 출범 이후 3개월여가 흐른 현재 신 회장이 강조한 롯데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EBN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일, ‘스마트픽업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 지난 11일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픽업예정일은 다음날인 12일부터 선택할 수 있었다.ⓒEBN

모바일 앱 롯데닷컴에 접속하면 약 1만 개 상품에 대해 픽업 서비스가 가능하다. 특히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에게 어필되는 부분이다.

이에 기자는 당일 오전 9시30분경 롯데닷컴을 통해 유아동브랜드 ‘오가닉맘’에서 선보인 ‘양띠 출산 선물세트 램블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상품 주문 후 픽업 예정일을 클릭했다.

그러자 눈앞에 띄워진 문구는 ‘픽업예정일을 선택해주세요. 3/12(목)·3/13(금)·3/14(토)’.

오전 10시 이전 구매시 당일 픽업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었던 터라 내일부터 픽업이 가능하다는 문구는 당혹스러웠다.

특히, 픽업데스크가 위치해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된 매장 물건이라 당일 픽업이 불가한 것은 의아스러웠다.

이에 대해 고객센터는 “백화점에서 주문한 상품은 내일 받게 됩니다. 상품이 바로 있을 경우 금일도 가능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상품번호를 알려주면 당일 픽업되는 제품을 검색해줄 수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당일 픽업 상품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이쯤에서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바쁜 아침 시간대인 ‘오전 10시 이전’에 당일 픽업이 가능한 상품인지를 따지고자 고객센터에 문의할 고객이 있을까? 기자 역시 당일 픽업이 안된다면 여유롭게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고객센터와 시름하던 중 어느새 시계는 오전 9시 55분을 가리켰다. “제품 앞에 ‘당일픽업 가능’이라는 문구만 있었다면 구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에 대해 롯데닷컴 관계자는 “픽업 가능 일정은 스마트픽업이 가능한 매장에서 별도 등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매장별로 다를 수 있다”며서 “보통은 안전한 수령을 위해 다음날 픽업이 지정될 수 있으나, 급할 경우 브랜드 매장에 연락해 당일 수령하실 수 있고 해당 부분은 시스템 개선을 통해 4월 1일부터는 오전 10시까지 주문건까지 당일 오후부터 수령할 수 있도록 조정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오전 10시 이전 구매 시 당일 픽업의 실상은 여러 통의 전화를 거쳐야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 동일 제품, 다른 가격?…구매자 혼란 우려

▲ '택배로 받고 싶어요'를 누르면 동일 제품에 대해 서로 다른 매장가가 제시된다.ⓒEBN

번거로움에 구매를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든 순간, 픽업예정일 밑에 ‘택배로 받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해당 문구를 클릭하자 모델번호가 MAS1EE19_SET로 동일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7만400원 제품 2개와 5만9천840원 제품 1개가 제시됐다. 가격차이는 1만1천560원, 16%나 가격차가 났다.

그 순간 ‘내가 사려던 제품이 맞는지, 가장 싼 걸 사도 되려나’ 등의 생각이 밀려오며 결제를 머뭇거리게 됐다.

이에 대해 고객센터는 “매장은 부산점에도 있고, 본점에도 있고 많다. 수요가 좋은 매장에서는 더 싸게 팔수도 있기 때문에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다”며 “택배로 받게 될 경우도 택배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스마트픽과의 가격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스마트픽과 매장 가격은 원칙적으로 동일해야한다”며 “택배비 및 가격은 롯데닷컴에 문의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닷컴측의 설명은 달랐다. 고객센터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다를 수 있다는 것.

롯데닷컴 관계자는 “가격이 다른 부분은 유통채널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라며 “각 지점의 브랜드 매장 매니저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매장 상황에 따라 마케팅 차원에서 품목 할인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매 제품은 픽업 데스크가 아닌 롯데백화점 본점 ‘오가닉맘’ 매장에서 수령하는 상품으로 서비스 출범 당시 강조했던 픽업 어드바이저를 통한 수선, 스타일링 등의 상담은 받아볼 수 없었다.

상품 구매 이후 가격이 조정됐을 경우에는 “해당 상품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반품한뒤 결제를 취소받고, 재주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옴니채널의 스마트픽 구매 상품이지만 통상적인 온라인몰 반품절차와 차이점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옴니채널의 가장 큰 전제가 가격이 각 채널별로 동일한 것”이라며 “채널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려면 각 채널 가격이 다르면 안된다. 가격이 다르면 옴니채널이 아니라 크로스채널이다”라고 지적했다.

롯데의 온라인 픽업서비스가 계열사 간 연계 프로젝트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주체간 상반된 설명은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서비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스마트쿠폰북’ 고객정보 수집 동의 요구...‘찜찜’

▲ 모바일 앱 '롯데백화점 스마트쿠폰북' 정보제공 동의 알림 메시지(좌)와 고객의 소리.ⓒEBN

이에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옴니채널 일환으로 모바일 전용 앱 ‘스마트쿠폰북’도 선보였다. 백화점 행사 및 이벤트 내용 등을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게 하겠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5일 기자가 다운을 시도한 앱 ‘스마트쿠폰북’은 이용할수 없었다. 일시적인 오류라는 생각에 4~5번 삭제하고 다시 다운받았지만 헛수고였다.

앱 다운 페이지에는 ‘접속이 돼야 활용하죠’, ‘삭제 후 재설치 두 번이나 해봐도 안되네요’, ‘말 그대로 쓰지 말라는 것임’ 등의 항의글이 눈에 띄었다.

지난 18일 오후 2시에 다시 앱 ‘스마트쿠폰북’을 실행해보니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접속오류 이후에도 고객들은 ‘푸쉬알림’ 및 ‘블루투스’기능이 고객 동의 없이 자동실행 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앱 실행시 ‘롯데백화점에서 귀하의 휴대폰 정보를 사용하고자 합니다’라는 알림문구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수집된 정보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부연설명이 붙었지만 기자 본인도 왠지 꺼림칙했다. 앱을 사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수집 ‘동의’를 눌러야하는 상황도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롯데의 온라인 픽업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본 결과,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는 옴니채널 프로젝트는 아직 허점이 많아 보였다.

특히, ‘스마트 픽업’ 서비스의 경우 당초 어필했던 당일 상품 수령에 문제점이 드러났고, 구매자가 직접 픽업하는 과정도 부실한 사전안내 등으로 상품을 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스마트픽업’ 서비스는 당장 다음 달부터 1만 품목에서 전 품목으로 확대되며, 상반기 중에 30개 점포로도 확대된다. 그러나 서비스 확대 이전에 초기단계부터 고객 모니터와 내부 점검을 통한 서비스 개선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