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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만 있으면…영국은 외국인 창업 천국"누구나 사용할 인공지능(AI) 플랫폼개발. 프라울러` 창업해 150억 투자받은 김동호 씨

Bonjour Kwon 2018. 1. 8. 07:16

2018.01.07

 

아이디어·기술력만 있으면 돈 없어도 창업 가능한 곳…글로벌 AI 인재 몰려들어

프라울러, 24개국 인재 모여 AI 플랫폼 개발에 전력 투구

 

■ 英서 AI회사 `프라울러` 창업해 150억 투자받은 김동호 씨

 

 

"누구나 사용할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9월 만들어진 지 1년2개월밖에 되지 않은 영국 AI스타트업 프라울러(prowler.io)는 1000만파운드(약 143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창업 초기에 받은 시드 투자 100만파운드를 합치면 벌써 투자유치금만 15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회사 공동 창업자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바로 한국인 김동호 씨(39)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아직 매출조차 나오지 않는 이 기업은 영국과 미국 벤처캐피털(VC) 두 곳에서 투자를 받았다.

 

한국 기업과 VC를 비롯한 수많은 곳에서 투자를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김동호 CTO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한 글로벌 연금펀드와 프라울러 AI를 투자에 적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서 "게임회사들 베타테스트에도 적용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울러는 단순히 AI를 활용한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이세돌 선수와 바둑 대결을 펼친 인공지능 `알파고`가 모든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로 만들어졌듯이 프라울러도 범용적인 AI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AI는 인공신경망 방식의 딥러닝이 주류인데 프라울러는 이보다 우수한 확률 모델 기반의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직원 60명 중 절반이 박사 학위 소지자로 학계의 최첨단에서 AI를 연구하고 있다.

 

김 CTO는 "케임브리지 현지 언론에서 프라울러를 다음 시대 ARM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ARM이 케임브리지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반도체 설계에 ARM 기술이 들어가는 것처럼 프라울러 AI 기술이 모든 영역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 기술이 보편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35조원에 인수한 영국 회사다.

 

그는 1998년 KAIST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석·박사를 마치고 2012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AI를 연구했는데 이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보컬IQ라는 회사가 애플에 인수되면서 그도 애플에서 일하게 됐다. AI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보컬IQ에서 알게 된 동료들과 공동 창업한 회사가 프라울러다.

 

그는 전 세계에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AI 인재는 실리콘밸리, 몬트리올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면서 "우수한 한국 인재가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면 대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좋은 대우를 해주면서 고용하거나, 인재들이 한국에서 직접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영국에서 프라울러를 창업하는 데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도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다면 큰돈이 없어도 영국에서 창업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최근 AI 관련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중국이 학회나 모든 영역에서 AI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이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 인재를 고용하거나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프라울러만 해도 24개국 인재들이 일하고 있는데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영국에 AI를 공부하기 위해 오는 한국 학생이 많지 않지만 최근 한국인 지원자를 인터뷰하기도 했다"면서 "앞으로 인공지능 연구 쪽에 한국의 우수한 후배들이 많이 뛰어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덕주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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