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계좌로 꼼수 투자한 증권사 임원 중징계

2018.01.26

 

미공개정보 이용해 아내 계좌로 2종목 사들였다 ‘정직’

KB증권은 옛 현대증권의 현대상선 부당지원으로 기관경고

 

증권사 임원이 업무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주식에 투자했다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KB증권은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인 현대상선을 부당지원한 사실이 적발돼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 A본부장은 회사 고유재산 투자를 담당하는 팀을 총괄하며 팀의 재산 운용과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배우자 계좌로 몰래 관련 주식들을 사들였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임직원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때 자기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분기별로 매매 내용을 회사에 알려야 하지만 이런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A본부장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어겼다. 금감원 금융투자준법검사국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배우자 계좌를 통해 2개 종목에 투자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투자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죄질이 엄중하다 판단해 정직이란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규정을 어기고 계열사가 발행한 전자단기사채를 우회 매수한 사실도 적발됐다. 증권사는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이나 무보증사채권의 경우 최대 수량을 인수할 수 없는데 유진은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증권사들과의 연계거래를 이용했다. 이로 인해 유진투자증권에는 기관경고의 중징계 조치와 함께 2억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또 감봉 1명, 주의적 경고 1명, 견책 3명 등 임원 5명이 징계를 받았다. 퇴직자 1명에게도 견책 상당의 징계가 내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의 우회 매수를 도운 메리츠종금증권ㆍ신영증권ㆍ신한금융투자ㆍKTB투자증권ㆍ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에도 ‘기관주의’ 조치와 각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대신증권에는 3,75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됐다.

 

한편 금감원은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현대상선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KB증권에 대해 기관경고의 중징계와 함께 과징금 57억5,500만원, 과태료 9,75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증권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주주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보증을 서고, 현대상선과 계열사가 보유하던 사옥을 부동산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퇴직 임원 1명에 대한 감봉 상당 징계와 주의적경고 1명, 퇴직자위법사실 통지 3명 등의 조처를 내렸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