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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베트남 증시…韓 증권사 앞다퉈 진출.베트남서 자회사 세우고 증자하고.

Bonjour Kwon 2018. 2. 5. 12:04

빗장 풀자 뜨거워진 베트남 증시…韓 증권사 앞다퉈 진출

2018.02.05

 

국내 증권업계에서 베트남은 매력적이긴 하나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국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10년 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베트남 증시가 휘청이면서 당시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크게 꺾인 아픔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금융투자업계가 베트남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베트남 증시는 2017년 한 해 동안 40% 이상 상승했다. 베트남 펀드 수익률도 다시 고공비행 중이다.

 

인구 1억명의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15~64세)인 젊은 국가다. 30세 미만 인구 비중은 주요 신흥국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무서운 경제 성장세가 2018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DB

 

◇ 증권사들, 베트남서 자회사 세우고 증자하고

 

KB증권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회사 ‘KBSV(KB Securities Vietnam)’의 공식 출범 행사를 개최했다. KBSV의 전신(前身)은 베트남 증권사인 매리타임증권이다. KB증권은 2017년 10월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한 뒤 약 3달간 재출범 준비를 해왔다.

 

매리타임증권은 베트남에서 자산 기준 27위, 자기자본 기준 24위의 중소형 증권사였다. KB증권은 KBSV를 베트남 선두권 증권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한국 기업을 위한 인수합병(M&A) 자문, 자금조달 주선, 신사업 추진 컨설팅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현지합작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에 대한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증자 후 키스 베트남의 자본금 규모는 총 900억원으로 늘어난다. 베트남 증권사들 중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금융시장의 빠른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증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실탄 확보의 배경이 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세계 경제 성장은 아시아와 신흥시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1월 2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회사 ‘KBSV’의 공식 출범 행사를 열었다. / KB증권 제공

 

이밖에 미래에셋대우(006800)와 NH투자증권(005940), 신한금융투자 등도 베트남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지난해 3월 베트남 최대 증권사 중 한 곳인 호찌민증권과 제휴를 맺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베트남 주식 중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베트남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소재나 산업재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의 1980년대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 시장 개방에 살아난 증시…펀드 수익률도 ‘훨훨’

 

그간 국내 증권사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장 잠재력을 보고 현지에 진출하긴 했으나 거의 모든 증권사가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2007년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했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계속되는 손실에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KB증권이 현지 자회사를 세우고 한국투자증권이 증자에 나선 것은 베트남의 경제 체력과 영업 환경이 점차 국내 증권사들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DB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지난 1986년 ‘도이머이(Doi Moi·쇄신)’라고 불리는 개혁 정책을 도입해 자국 시장을 개방한 바 있다. 베트남은 2015년 이후 2차 도이머이를 실시했다. 법인세를 인하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교역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이 2차 도이머이의 핵심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6년 말 우량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한도를 없애기도 했다.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각국의 투자금이 베트남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순위 1위에 올라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해외 투자금 유입은 베트남 증시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VN지수는 2017년 42.3%나 상승한 덕분에 올해 들어 11년 만에 1000선을 다시 돌파했다. VN지수는 한때 1100선까지 올랐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00대까지 주저앉았다.

 

베트남 증시 활황에 이 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대부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펀드들의 새해 수익률은 평균 10.65%(2월 1일 기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5.0%다. 1월 한 달 동안 베트남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총 4418억원이다.

 

 

주요국의 2017년 주가 등락률 / 신한금융투자 제공

 

◇ 가파른 주가상승 피로감 등 리스크 존재

 

베트남 경제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외 교역 네트워크가 여전히 몇몇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베트남은 수출의 50%를 중국과 미국, 일본 3개국에 의존한다. 수입의 경우 중국과 한국 의존도가 43%에 이른다. 교역국 경제 상황에 따라 베트남 경기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개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게는 진입로가 좁은 시장이라는 점도 베트남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특히 금융은 대표적인 투자 제한 분야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베트남 대형 은행들의 외국인 보유지분 한도는 여전히 25~49% 수준에 그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베트남 시가총액 상위 8개 은행 가운데 4곳의 외국인 지분 한도가 꽉 차는 등 은행 지분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파른 증시 상승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까지 올라간 점도 투자자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또 왜곡된 채권금리로 채권 신용등급과 BIR(채권내 재등급)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대한 투자 매력은 올해도 여전하다는 게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전략팀장은 “베트남 정부의 해외기업 유치 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외국기업 중심의 수출 성장세는 2018년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 bbeo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