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개발

자원전쟁, 아베·시진핑 날아다니는데… 한국은 관련 예산까지 삭감2013.05.02

Bonjour Kwon 2013. 5. 2. 09:08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에리히 폴라트 기자는 저서 <자원전쟁>에서 "20세기 냉전의 단초가 이념이었다면, 21세기 신(新) 냉전은 원유,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단초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마따나 세계 각국은 지금 자원개발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존자원의 편중 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日 몽골·러에 이어 중동 공략… 종합상사 수익 절반이 '자원'에

최근 해외자원 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는 나라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집권 후 엔저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함께 해외자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몽골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상호협력에 합의했고, 지난주에는 100명의 기업인을 이끌고 러시아를 찾아 액화천연가스(LNG) 및 극동기지 건설에 관해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여세를 몰아 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터키 등 중동권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베의 자신감은 막강한 자금력과 해외 네트워크, 일사불란한 지원이 잘 버무려진 일본의 자원개발 시스템에서 나온다

 

. 일본 정부는 작년 6월 민관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한 '자원 확보전략' 5대 방안을 수립하고 현재 20%대에 머물러 있는 자주개발률을 2030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놨다.

 

세계 최고 수준인 공적 개발원조(ODAㆍ110억달러)를 자원보유국에 제공한 다음, 개발사업의 선봉은 민간기업이 맡는 식이다.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 등 일본 5대 종합상사는 연간 순이익의 절반을 자원사업에서 거둬 들인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1년 일본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에 성공한 20건 중 7건이 자원기업"이라며 "민관의 유기적 협력에 기반해 개발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中 '빚탕감·차관 제공' 패키지 전략으로 아프리카 마음 얻기

중국의 뒤에는 중앙정부가 버티고 있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액(3조2,800억달러)을 바탕으로 사실상 국제 자원시장을 주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강점은 자원확보를 위해서라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은 물론,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적극 활용한다는 점. 특히 인권유린과 대량학살 등으로 서구사회가 제재를 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접근해 부채 탕감과 동시에 차관까지 제공하는 패키지 전략을 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3월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삼은 곳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는데 목적은 역시 '자원확보'였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자원확보의 수단이나 활동주체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점점 공세적으로 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최근엔 신흥국의 자원수요까지 급증하면서 한국도 차별화한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 양적 성장→질적 성장으로 전환… 산업부 중심으론 한계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박근혜정부는 공식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해외 자원개발 및 자원외교와 관련해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몇몇 징후들을 통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는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해외 자원개발 정책 방향에 대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인력과 기술력, 인프라 등 취약한 자원개발 역량 제고를 통해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뜻이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인사 청문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한국석유공사 1,000억원, 한국광물자원공사 900억원, 한국가스공사 400억원 등 총 2,300억원이 한꺼번에 줄어든 것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자원 개발에 큰 관심이 없다는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며 "탐사ㆍ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예산이 삭감되면 신규는 물론, 기존 사업들에 대한 투자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탐사 단계였던 호주 볼리아 광산과 이트클리프 광산, 페루 셀렌딘 광산 등 3개 개발사업에서 최근 손을 뗐다. 가스공사도 호주 글래드스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에 투자한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추가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 장관은 지난 30일 방한 중인 이라크의 석유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고 자원 외교에 첫 시동을 걸었다. 한국형 원전 추가 수출을 위해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다음달 말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산업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자원개발 경쟁에서 범정부 차원이 아니라 일개 부처 중심의 자원 외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베, 중동 순방 등 공격 행보 보이는데… 박근혜정부 자원외교 올스톱

각료급 이상 고위인사 해외순방 1명도 없어2013.05.02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 순방에 나섰다.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를 위해 자원외교에 나선 것이다. 공격적인 엔저정책을 통해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원외교 강화를 통해 입지를 더 다져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직 자원외교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각료급 이상 정부 고위인사 가운데 자원외교를 위해 해외순방에 나선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사실상 자원외교의 실종상태로,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갈수록 가열되는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자원 외교와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 방향을 정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자원개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하반기쯤 기본 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현재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추구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력 향상 및 인프라 확충 공기업은 리스크가 큰 탐사개발, 민간기업은 개발ㆍ생산으로 역할 분담 등으로 해외 자원개발 정책의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포괄적인 방향 제시에 불과한 데다, 이보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어 업계에선 "새 정부가 어떻게 자원 개발을 추진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지금은 해외자원개발의 냉각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한국석유공사에너지 공기업 3곳의 예산을 2,300억원이나 삭감하는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구조조정도 추진 중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3월 인사청문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사업을 철저히 평가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분별한 투자 남발을 막아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로 인해 자원개발 노력 자체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윤 장관은 방한 중인 이라크 석유부 대표와 회담을 가졌고, 앞으로 두 달 동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긴 하지만 이 정도를 본격적인 자원 외교로 보기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이명박정부가 전시성 자원 외교에 치중하느라 부작용도 많았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많다"면서 "하지만 국가생존을 위해선 자원개발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관심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