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7
[폴리뉴스 한수린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규모를 막론하고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의 수익구조가 이제 더 이상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증권사들은 대형사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 노력에 몰두하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위권에 드는 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다. 현재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이들 초대형 증권사 5곳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부터는 초대형 IB인 발행어음업무, 외국환 발행업무를 할 수 있다. 작년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NH투자증권 4조8000억 원, 삼성증권 4조4000억 원 , KB증권 4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3000억 원 수준이다.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7000억원 규모 우선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8조1000억원까지 늘렸다. 증권업계 최초의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이다. 이에 더해 미래에셋대우는 2020년 까지 자기자본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밝혔다.
올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보다 50% 성장한 연결 세전이익 1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본금 확충을 통해 글로벌 기업인수·합병(M&A)과 해외 투자 등 적극적인 모험자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글로벌 트레이딩 센터 등)와 신용공여 및 부동산투자(알파돔시티 등) 한도를 확대하는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및 트레이딩의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증권가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부문 수익 증가와 트레이딩 증가 등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 사업 부문별 시너지 효과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IB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 인수금융과 구조화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에 특화된 IB 3부문을 신설했고 트레이딩 전문성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트레이딩 부문을 1·2부문으로 확대했다.
자기자본 4조8000억원으로 2위에 머물고 있는 NH투자증권도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수익 확대를 늘리고 있다. 올해 NH투자증권의 실적은 브로커리지와 ECM(주식자본시장), 부동산금융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3월 23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농협금융지주와 협업을 통한 성장을 언급했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8000억원이지만 100조원을 가진 농협상호금융과 100조원을 가진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부족한 자기자본은 계열사 채널을 활용하면 되고, 추가로 필요하면 자체적으로 더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증자 가능성에 대해 그는 “사업 영위에 한계가 오면 대주주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기자본에 따라 정부가 허용하는 사업의 단계가 다른 점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자기자본규모가 3조 원 이상이 돼야 대형IB 자격을 얻을 수 있고 4조 원 이상이 되면 초대형IB가 될 수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대형IB 자격을 활용해 헤지펀드 운용사에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과 기업 신용 공여를 할 수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란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리서치 등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로,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투자가에게 주식을 빌려주면서 결제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 신용 공여를 할 수 있게 되면 기업을 상대로 대출, 지급보증, 기업어음 매입, 사모사채, 역외 외화대출, 회사채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규정돼 있다.
이에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도 초대형IB로 성장하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에 힘쓰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유상증자로 1조9921억 원에서 2조70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 하나금융투자에 7000억 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유상증자 배경에는 이진국 사장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하나금융지주에 하나금융투자의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하게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IB를 위한 자기자본 규모인 3조 원을 달성하지 못해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키움증권도 35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했다.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연결기준 기존 1조5500억 원에서 1조9000억 원을 넘어서며 2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마련된 자금은 인수합병(M&A), 자기자본 직접투자(PI) 등에 사용된다. 이번 증자로 신용공여 한도도 확대돼,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3600억 원의 신용공여금으로 한도인 1조3924억원에 근접했던 상황의 부담도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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