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9
후발주자, 올리브영 따라잡기…랄라블라, 간판 바꿔 매장 확대
롭스도 100호점 열고 맹추격…시코르 화장품 제조까지 나서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시장 장악을 위한 영토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리브영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 공룡들이 이끄는 후발주자가 공격 경영을 예고하며 따라 잡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H&B업계 2위 랄라블라(lalavla·옛 왓슨스)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29일 대규모 매장 확충, 다양한 신규 서비스 도입, 내실 다지기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오프라인 전 매장이 `왓슨스` 간판을 `랄라블라`로 바꿔 달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BI) 교체도 완료했다.
GS리테일은 현재 191개인 매장을 연말까지 300여 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매장 60개를 새로 열었으나, 그 속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H&B업계 최초로 매장 내 택배 서비스도 도입했다. 랄라블라에서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 설치된 택배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장소로 바로 보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즉시 환급 서비스도 시작한다. 랄라블라에서 물건을 산 외국인 고객은 매장 내 스캐너로 여권을 스캔해 즉석에서 부가세를 차감한 금액을 적용받을 수 있다.
차별화한 상품 구성을 통한 `내실 다지기`도 진행한다. 먹어도 되는 천연 색조 브랜드, 친환경 유기농 자체브랜드(PB), 유전자 재조합 안전식품(GMO Free), 리사이클 제품 등을 선보인다.
H&B업계 후발주자인 부츠와 프리미엄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를 보유한 신세계그룹도 신규 매장을 잇달아 오픈하며 뷰티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30일 서울 자양동에 부츠 11호점, 대전 둔산동에 시코르 8호점을 동시 개장한다.
특히 부츠 자양점은 `뷰티 편의점` 콘셉트를 앞세워 부츠의 전개 전략 유연화를 예고했다. 대학 인근 상권에 맞춰 기존 코스메틱 외 건강식품·일상용품 등 생활편의 상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게 한 것. 그 결과 기존 40% 수준이었던 화장품 외 상품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늘었다. 시코르는 이번 8호점으로 서울 외 지역에 로드숍을 처음으로 개설하고 전국 단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시코르는 지난 28일 자체 프리미엄 PB제품 `시코르 메이크업 컬렉션`을 론칭해 단순 화장품 유통을 넘어 화장품 제조에도 도전장을 냈다. 색조가 유명한 이탈리아에서 직접 제조해 백화점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을 자랑한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업계 3위 롭스가 100번째 매장을 열며 `H&B 춘추전국시대` 스타트를 끊었다. 선우영 롭스 대표는 "올해는 롭스 매장 50개 증설, 매출 신장률 50%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고객이 좋아하는 곳에 원하는 형태를 가진 매장을 출점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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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CJ올리브영" 랄라블라·롭스, 총력공세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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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스토어 경쟁 4파전
GS,랄라블라로 매출 20%↑
신세계, 부츠·시코르로 견제
롭스는 매장 146개로 확장
올리브영은 "외형보다 내실"
GS리테일 ‘랄라블라’
롯데 ‘롭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뷰티(H&B) 스토어 왓슨스는 올초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바꿨다. 일부 임원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해 “너무 튄다. 장난친 느낌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20~30대 여성 직원들은 달랐다. “주된 소비자층인 젊은 여성이 좋아할 것”이란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GS리테일은 브랜드명 변경에 맞춰 점포 인테리어도 경쾌하게 바꿨다. 브랜드 변경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서울 건대점, 부산 해운대점, 천안 중앙점 등 일부 점포 매출이 약 20~30% 뛰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올해엔 같은 상권에 있는 올리브영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랄라블라, 점포 100개 이상 늘린다
국내 H&B 시장은 지난 20년간 CJ 올리브영 천하였다. 1999년 12월 1호점을 낸 올리브영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점포 수를 980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이다. 2위 랄라블라, 3위 롭스, 4위 부츠 매출을 다 합한 것보다 5배나 많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장 판도가 조금씩 달라질 전망이다. 올리브영 추격의 선봉엔 랄라블라가 섰다. 랄라블라는 현재 191개인 점포 수를 연내 3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보다 약 60% 높은 2500억원으로 잡았다. “단기적으로 적자가 나더라도 규모를 키우겠다”는 게 GS리테일의 구상이다.
직영점 일변도에서 벗어나 가맹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전국에 1만2000여 개 편의점을 둔 GS25의 가맹사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는 등 제반작업을 마쳤다. 가맹사업자를 모집하기 시작하면 점포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신세계도 부츠·시코르 확장
신세계그룹도 올리브영 견제에 나섰다. 지난해 ‘부츠’란 브랜드로 H&B 시장에 진입한 이마트는 그동안 11곳에 점포를 냈다. 올리브영에 비해 매장 면적을 넓히고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많이 입점시켜 차별화를 꾀했다. 30일 문을 여는 부츠 자양점은 H&B의 주력 품목인 화장품뿐 아니라 발 관리, 기능성 밴드, 섬유 탈취제 등 일상용품 구색을 확대했다. 화장품 비중을 50% 이하로 줄여 ‘화장품숍’이란 이미지를 벗고 ‘뷰티 편의점’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시코르’라는 화장품 전문점을 속속 열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 첫 길거리 매장을 연 데 이어 30일 대전 둔산동에 추가로 또 내기로 했다. 백화점 안에만 있던 시코르 매장을 전국 주요 상권에 입점시켜 올리브영과 맞붙고 있다. 시코르 매장 수는 백화점 매장을 포함해 8곳으로 늘었다.
최근 서울 이태원에 100호점을 낸 롯데 롭스는 올해 146개까지 점포를 늘린다. 롯데그룹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올초 취임한 선우영 롭스 대표는 “매장 수 확대와 온라인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후발주자들의 공세에 올리브영은 올해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로 확고한 1위 수성에 나선다. 웬만한 주요 상권을 이미 장악했다는 판단에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비슷한 매장 구성을 상권 특성에 맞게 바꾸고 반려견 용품 등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상품을 늘려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또 작년 4월 시작한 자체 온라인몰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